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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50)

성숙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살다보면 일촉즉발의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때, 기술적으로 처리해 자기 존엄과 원칙을 보호하지 못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게 된다.

 

진(秦) 목공(穆公)¹이 뛰어난 말 한 필을 잃어버렸다. 말이 기산(岐山) 아래로 내려가니 현지 향민이 잡아먹어 버렸다. 관리가 말을 잡아먹은 사람을 잡아다 엄벌에 처하려 했다.

 

목공이 말했다.

 

“군자는 축생의 일을 가지고 사람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맛있는 말고기를 먹으면서 술 마시지 않으면 건강을 해친다고 들었다.”

 

목공은 말을 잡아먹은 사람들을 사면해줬을 뿐만 아니라 마실 술을 하사하였다.

 

나중에 진(秦)나라와 진(晉)나라가 기산 아래서 전투를 벌이게 되자 진 목공은 친히 전선으로 나섰으나, 결국 부상을 당해 포위당하여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그때 먼 곳에서 300여 명이 갑자기 달려들어 진(晉)의 군대를 공격하니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마침내 진 목공은 위험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진(晉)의 군주를 사로잡게 됐다. 목공이 나중에 물어서야 알게 됐다. 그들은 예전에 군주의 뛰어난 말 한 필을 잡아먹었는데도 사면 받아 죽음을 면한 사람들이었다.

 

생활 중에 우리가 부족한 것이 이와 같이 너그럽게 용서하는 관용의 지혜다. 막 취임한 말단 관리는 관료 기질이 대단해 타인의 조그마한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일단 무례한 자가 있으면 곧바로 천만가지의 계략을 생각해내 보복한다. 그런데 진 목공은 한 나라의 군주다. 신민의 무례를 너그럽게 용서하였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들의 입장까지 염두에 두었다. 그렇다. 진정한 권위는 넓은 가슴이라는 기초 위에 세워야 하는 것이다.

 

북송(北宋) 때에 한기(韓琦)²의 편지를 위조해 복주지부(福州知府) 채양(蔡襄)³을 배방한 사람이 있었다. 채양이 편지를 보고는 약간 의심은 들었지만 그 사람이 내뱉은 말 속에 호기가 넘쳐나는 것을 보고 3천 원도 주고 답신도 써줬다. 4명의 병사를 파견해 그를 호송토록하고 몇 가지 과일도 한기에게 선물로 보냈다.

 

그 사람이 경성에 도착해 한기를 찾아 죄를 청했다. 한기는 화내지도 않고 넓은 아량으로 말했다.

 

“채량은 권력이 한계가 있어 당신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던 모양이구려. 서하(西夏) 태위(太尉)가 장안에 와 있으니 그곳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소.”

 

한기는 친히 소개 편지를 써줘서 서하 태위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한기의 문하생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사람을 벌하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하거늘 어찌 소개 편지까지 써준다는 말인가. 한기가 말했다.

 

“내 편지까지 감히 위조할 수 있고 채양까지 감동시킬 수 있었다. 그 재주가 뛰어나지 않은가?”

 

 

사람을 쓰는 데에 밝음과 어두움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선악을 모두 포용하여야 한다. 크게 지혜로운 사람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 같이[대지약우(大智若愚)]하여야 한다. 자신의 실력이나 총명함을 감추고 어수룩하게 행동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자신보다 강한 사람과 같이 일하여야 한다. 단점을 용납할 줄 알아야 하고 결점이 있는 사람과 더불어 있을 줄 알아야 한다.

 

송(宋) 철종 원우(元祐, 1086~1094) 연간에 소동파(蘇東坡)는 항주지부(杭州知府)라는 관직에 있었다. 막 부임했을 때 도상세무(都商稅務, 송대 세무를 관리하던 관청)의 관리가 탈세한 사람을 압송해 왔다. 알고 보니 남검주(南劍州) 향공(鄕貢) 오미도(吳味道)였다. 그는 커다란 보따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봉인 종이에 소동파의 이름과 관직이 쓰여 있고 동경 변량(汴梁) 소시랑(蘇侍郞) 저택으로 보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소동파는 보따리에 무엇이 들었는지 물었다. 오미도는 두려움에 휩싸여 우거지상을 하고 답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을에 향리 추천을 받았습니다. 내가 성시(省試)에 참가할 수 있도록 친구들이 많은 돈을 모아 내게 주니, 건양사(建陽紗) 360장을 마련했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에 향진에서 세금으로 징수해 버리면 동경에 도착했을 때는 절반도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심했습니다. 현재 천하에서 가장 명망 있고 후인들을 장려하는 분이 오직 한림학사이신 선생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일이 탄로가 난다면 선생께서는 분명 저를 동정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명의를 빌어 보따리를 봉인해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선생께서 이미 여기에 내려와 지주(知州)를 하고 계시니 벌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소동파는 그 말을 듣고 파안대소하였다. 사람을 시켜 보따리를 봉인한 종이를 가져오게 한 후 자신이 직접 쓴 새로운 봉인 종이로 바꾸게 했다. 종이에는 자신의 새로운 직함이 쓰여 있었다. 동경 죽간항(竹竿巷)으로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동생 소철(蘇轍)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는 오미도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그대, 이번에는 하늘이라도 그대를 막지 못할 것이요.”

 

이듬해에 오미도는 진사에 급제하고 소동파를 찾아가 고마움을 전했다. 어찌 경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식의 도량에 탄복할 따름이다.

 

 

남송(南宋) 시기에는 진회(秦檜)⁴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 한 서생이 그의 필적을 모방해 그의 명의로 편지를 써서는 양주(揚州) 태수를 배알하였다. 태수가 가짜 편지임을 발견하고는 그 편지를 쓴 서생을 붙잡아 편지와 함께 진회에게 보냈다.

 

진회는 그 서생을 만나보고는 그에게 관직을 하사하였다. 어떤 사람이 진회에게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대답하였다.

 

“그 사람은 감히 내 명의로 가짜 편지까지 쓸 배짱을 가지고 있소이다. 분명 보통사람은 아니지요. 만약 관직을 내줘 그를 묶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오랑캐 땅으로 도망을 치거나 남방으로 도망쳐 월나라에 충성하게 될 게 아니오.”

 

중국역사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간신일지라도 진회의 행동은 그리도 많고 많은 충신보다도 뛰어나다. 이것이 바로 “내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는 지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진(秦)목공(穆公, ?~BC621), 진(秦)무공(繆公)이라하기도 한다. 성은 영(嬴)이요 조(趙) 씨, 이름은 임호(任好), 덕공(德公)의 막내아들이며 진 선공(宣公), 성공(成公)의 동생이다. 춘추시대 진(秦)나라 국군(國君, BC659~BC621 재위), 시호는 목(穆)이다. 『사기색은(史記索隱)』 등의 서적에서 춘추오패(春秋五霸) 중 하나로 인정한다.

 

2) 한기(韩琦, 1008~1075), 자는 치규(稚圭), 호는 공수(贛叟), 상주(相州) 안양(安陽, 현 하남 안양) 사람이다. 북송(北宋)시기 재상(宰相)으로 정치가요 사인(詞人)이다.

 

3) 채양(蔡襄, 1012~1067), 자는 군모(君謨), 흥화군선유(興化軍仙游)현 채요리적령(慈孝里赤嶺, 현 복건성福建省 선유仙游현) 사람이다. 북송 시기 명신이요 서화가, 문학가이다.

 

4) 진회(秦檜, 1090~1155), 자는 회지(會之), 황주(黄州)에서 태어났고 본적은 강녕(江寧, 현 강소江蘇 남경南京)이다. 남송(南宋) 초기의 재상이며 주화파(主和派)의 대표인물이다. 중국역사상 유명한 간신(奸臣)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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