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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정부, 투기 근절 고강도 대책 수립
전 공무원 재산등록 실효성 의문 ... 급조한 대책은 신뢰도 효과도 없어

 

정부가 3월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 비리 공직자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투기수익은 전액 몰수하기로 했다.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한편 2년 미만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양도소득세를 더욱 무겁게 매기기로 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난 부동산 민심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들끓자 당정청(黨政靑)이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열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회의에 앞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경질되기도 했다.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부동산 투기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특히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취득한 정보로 투기에 나서는 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고, 적발될 경우 엄벌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의욕이 넘쳐 실효성이 적은 일에 국민세금과 행정력을 소모하고 부작용을 잉태할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 의무화 방안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 투입에 비해 상응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4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등 현재 재산등록 의무자는 23만명. 여기에 9급 하위직까지 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더하면 재산등록 의무 대상은 137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재산을 등록하면 가족까지 약 600만명이 재산 감시 영향권에 들어간다. 

 

 

말단 9급부터 7급 공무원들 대다수는 주민자치센터나 사업소 등에서 민원 업무를 맡아 LH 사태를 부른 부동산 개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부동산 개발 정보는커녕 인허가 업무와도 관련 없는 교사들까지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까지 범죄집단 굴레를 씌우는 것으로 불쾌하다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내 통장 30만원도 공개되는 건가. 그러면 나 결혼 못하겠다”는 말도 올라왔다. 

 

 여당이 꺼내든 공직자 투기이익에 대한 소급 몰수 방안도 헌법이 정한 ‘법률 불소급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범죄수익은닉법을 개정해 부동산 투기로 얻은 공직자의 과거 부당이득을 소급 몰수하겠다지만,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정도다.

 

고강도 부동산 투기근절 대책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민주당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와 함께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과 신혼세대가 안심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고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초장기 대출을 받게 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풀겠다는 것이다.

 

너무 비싼 집값이 저출생과 만혼, 비혼 문제를 야기하는 현실에서 청년층의 내집 마련 문턱을 낮추겠다는 정책적 배려는 긴요하다. 생애 첫 내집 마련의 경우 투기 가능성이 낮다. 청년층은 근로기간이 길어 부채상환 능력이 있다. 따라서 대출 규제에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 진작 나왔으면 환영을 받을 만한 정책인데, 여당은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야 내놓았다. 

 

 

당정청이 이틀 간격으로 투기근절 대책과 청년층의 내집 마련 장기 대출상품 및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방안까지 내놨지만 반응이 차가운 것은 선거를 겨냥한 꼼수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부동산담보대출 규제 완화는 현 정부가 추진해온 강력한 수요억제책과 상치돼 선거용 의심을 살 만하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약속했다가 선거에서 압승하자 종부세 강화로 선회했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기본권인 사유재산 및 주거권과 관련된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시장을 억누르고 국민을 편가르며 윽박지르는 주택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정부 정책 전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정수행 동력도 약화시킨다. 

 

선거용으로 급조하는 부동산 대책이나 유권자의 분노를 잠시 가라앉힐 요량의 과잉 입법이나 제도 도입 약속으론 집값 안정도, 투기 근절도 어렵다. 청와대와 여당은 기존 부동산 정책을 반성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는데 더욱 고심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성난 민심에 기대어 표 얻는 데에만 관심을 두었다간 지지율 상승세가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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