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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41)] 전래동요 꿩노래

 

저 꿩이나 잡았으면 살찐 날개 쪽은 시엄마나 드렸으면~
힐끔 보는 눈 쪽 일랑 씨아방을 드렸으면~
우뚜릇뚜 룻뚜우 우뚜릇뚜 룻뚜우~

 

걷고 걷은 종아릴랑 시동생을 주었으면~
쇠톱 같은 주둥일랑 시누이나 주었으면~
우뚜릇뚜 룻뚜우 우뚜릇뚜 룻뚜우~

 

길고 길은 꼬랑질랑 서방이나 드렸으면~
썩고 썩은 가슴일랑 서룬 내나 먹었으면~
우뚜릇뚜 룻뚜우 우뚜릇뚜 룻뚜우~

 

저 꿩이나 잡았으면 저 꿩이나 잡았으면~

 

혹 이 노래를 아시는 분이 계실까? 얼른 장담하건데, 들어 본 거 같다고 기억하시는 분조차 거의 없으실 게다. “우뚜릇뚜 룻뚜우 우뚜릇뚜 룻뚜우~” 라는 후렴이 있어 이런 노래도 있었나, 갸우뚱 하실 정도.

 

이 노래는 1970년대를 풍미한 어니언스(임창제, 이수영)의 첫 독집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제주민요를 대중 가요화한 ‘며느리’라는 통기타곡이다. 아마 지금 50대 중반 이후 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분위기잡고 나름 애창했을 ‘작은 새’가 수록된 어니언스(양파들?)의 데뷔음반이다.

 

“고요한 밤하늘에 작은 구름 하나가 바람결에 흐르다 머무는 그 곳에는 길을 잃은 새 한 마리~집을 찾는다.”

 

며느리는 시집오기 전 친정어머니 당부대로 벙어리 행세하면서 시집살이했다. 그렇게 아무 말을 않자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말 못하는 ‘벙어리’라 타박하며 아들보고 친정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졸지에 소박맞은 며느리는 친정으로 가는 도중 날아가는 꿩을 보고, 그 꿩을 잡아 부위별로 시집식구들에게 대접하고 싶다(특히 시어머니에게 가장 ‘살찐’ 부위를 드림)는 소망(?)을 담아 노래 부른다. 그 노래를 들은 시부모는 그제 서야 벙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복귀(?)하게 했고 그 후 백년해로했다.

 

허은정(2014)은 이를 ‘시집살이형’ 꿩노래로 분류하고 있다. 어떻게 제주민요(전래동요) ‘꿩노래’가 어니언스에 알려졌고, 그걸 모티브로 이수영씨가 편곡하여 이런 노래가 나왔는지 무척 궁금하다. 1987년 해금(解禁)된 ‘며느리’의 금지사유는 ‘곡 퇴폐’이다. 이 노래의 어떤 부분이 퇴폐(頹廢)였을까? 아울러 궁금하다.

 

 

제주지역 마을조사를 하다보면, 설촌(設村) 초기 수렵활동이 왕성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천읍 선흘리의 경우 설촌 초기 주요생업은 수렵(狩獵)이었다. 꿩이나 노루는 물론이고 멧돼지가 많았다(ᄃᆞᆺ바령). 그러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정착농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교래리나 가시리 지경에서도 사냥이 이루어졌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교래대렵(橋來大獵)’은 1702년 10월 11일에 교래 지경에서 진상을 위해 산짐승과 날짐승을 사냥하는 그림이다. 제주지역에는 주로 노루, 사슴, 멧돼지, 지달(지다리) 등과 꿩, 까마귀, 솔개, 참새 등이 있었다. 이날 사냥에서 사슴 177마리, 멧돼지 11마리, 노루 101마리, 꿩 22마리를 잡았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동네마다 장총을 가진 ‘꿩바치(꿩사냥꾼)’가 여러분 계셨다. 아이들은 겨울이면 ‘빌레’나 ‘드르’로 ‘꿩 코(올가미)’ 놓으러 다녔다. 가끔 콩 속을 파서 그 안에 ‘싸이나(청산가리)’를 넣고 그걸 꿩이 다닐만한 들판에 뿌려두었다가, 독이든 콩을 먹고 식중독사(死)한 꿩을 가져 오기도 하였다(그때나 지금이나 불법이다). 육류 섭취가 귀했던 시절 꿩고기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꿩메밀국수’는 지금도 일품이다. 요즘은 ‘구이’로도 많이 드신다(예를 들면 골목식당).

 

 

꿩과 관련된 노래는 아주 예전부터 불렸다. 예를 들면 고구려 유리왕이 지었다는 ‘황조가(黃鳥歌)’가 있다. 이 작품의 배경설화에는 유리왕의 두 계실(繼室), 화희(禾姬)와 치희(雉姬)가 등장한다.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두 계실끼리 다투었는데, 먼저 화희가 치희를 욕보이자, 치희가 부끄럽고 분함을 참지 못하여 제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다. 치희는 ‘꿩 아가씨’이고, 화희는 ‘벼 아가씨’이다. 이는 두 부족(部族)의 상징적 명칭으로 두 사람의 다툼은 수렵(狩獵)부족과 농경(農耕)부족의 대립, 즉 종족 간 갈등을 나타낸다. 치희라는 이름에서 꿩(치, 雉)은 고대 신화시대 부족의 상징이며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쓰였다(허은정, 2014)고 할 수 있다.

 

꿩 꿩 장서방 무싱거(무엇) 먹고 살암나
삼 년 묵은 ᄀᆞ실(가을) 밧듸(밭에) 콩 ᄒᆞᆫ(한) 방울 줒어(주워) 먹곡
이영 저영(이럭 저럭) 살암져

 

꿩 꿩 장서방 어찌어찌 살암나
알롱달롱 저고리에 벡가망뒤(희고 검은) 동전에
예염에염(구석구석) 댕기멍(다니며) 콩 ᄒᆞᆫ 방을 ᄑᆞᆺ(팥) ᄒᆞᆫ 방울
줏어 먹으멍 살곡 콩 ᄒᆞᆫ 섬도 지어 보곡 ᄑᆞᆺ ᄒᆞᆫ 섬도 지어 보곡
산듸(밭벼) ᄒᆞᆫ 섬도 지어 보곡 조 ᄒᆞᆫ 섬도 지어 보곡

 

꿩 꿩 장서방 어찌어찌 살암소 내가 어찌 몬(못) 살리오
삼 년 묵은 저실(겨울) 밧듸 오 년 묵은 저실 밧듸
의염의염(구석구석) 돌단(돌다) 보난(보니) 콩 ᄒᆞᆫ 방울 주워 먹곡
삼각산의 ᄂᆞᆯ곡(날고) 강 삼천강의 집을 짓곡 은가락지 주워 불멍(버리며)
가시낭은 걷어 불멍 뒷문 낼 듸 대문 내곡 대문(대청문) 발레(정면에)
장황(장독) 우회(위에) 끅(칡) 올령 그 우회 냐가 앚앙(앉아)
내가 어찌 몬(못) 살리오 손지아기(손자) 잔 드리라
메눌(며늘)아기 방애(방아)지라
ᄄᆞᆯ(딸)아기 조세(재롱) ᄒᆞ라 내가 어찌 몬 살리오

 

꿩 꿩 장서방 어찌어찌 살암소 웨(왜) 내가 못 살리
알롱달롱 저고리에 아까마지(붉은색) 동전에 반들반들 걷노랜(라니) ᄒᆞ난
고사리랑 비여(배여)가멍 집이랑 짓어 가멍 이만ᄒᆞ민(이만하면) 내 천지여
머리 붉은 황개가 이레(이리) 주춤 저레(저리) 주춤
삼각산에 치ᄃᆞᆯ안(치달아) 보니 고사리랑 비여 가멍 이만 ᄒᆞ민 내 천지여

 

제주에 전해지는 꿩노래는 고대소설 ‘장끼전’과 유사하다. 다양한 사설들이 전해지고 있는 꿩노래는 길이가 짧은 노래와 긴 노래가 있다. 짧은 형태의 꿩노래를 ‘단(短)형’, 긴 형태의 꿩노래를 ‘장(長)형’이라 한다. 단형의 꿩노래는 꿩의 생태를 관찰하여 이를 가사로 나타낸다. ‘꿩꿩 장서방’처럼 장끼를 부르는 말로 시작하여 장끼의 안부를 묻는 형태이다.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어디서 잠을 잤는지, 어찌 사는지 등을 묻는다.

 

이 민요는 꿩을 빗대어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먹는 것과 잠자는 것에 대해 물어 보고 있다. 그 질문에 꿩은 ‘그럭저럭 살고 있소’라고 답하며 사연 많은 인생사를 늘어놓는다. 이어 장끼의 빼어난 자태(姿態)를 인간의 의복에 빗대어 묘사한다. 꿩노래의 주인공인 꿩은 오색 비단옷을 화려하게 차려 입고 등장한다(허은정, 2014).

 

꿩 꿩 장서방 어찌어찌 살암소 알롱달롱 저고리에
ᄌᆞ지(자주) 멩지(명주) 짓(깃)을 ᄃᆞᆯ고(달고) 벡황(백황) 실의 동전 ᄃᆞᆯ앙
삼 년 묵은 ᄀᆞ실 밧듸 어리우당(얼렁뚱땅) 줏엄시난(줍고 있더니)
총을 든 나아ᄃᆞᆯ놈 웬(왼쪽) 독ᄆᆞᄅᆞᆸ(무릎) 꾸을리곡(끓고)
ᄂᆞ단(왼) 독ᄆᆞᄅᆞᆸ 주침(주춤) 걸언(걸어) 다랑ᄒᆞ게(탕!) 노난(놓으니)
목구녕(목구멍)도 보아 도라(달라) 임뎅이(이마)도 보아 도라
나 가심(가슴)도 지퍼(짚어) 보라 지퍼 보난 석석이여(서늘하다)
이 ᄂᆞᆯ개(날개)도 자울자울(갸울갸울) 가졍 간(가져가)
ᄇᆞ랑ᄇᆞ랑 ᄉᆞᆱ아근에(삶아서) ᄇᆞᆨᄇᆞᆨ(박박) 튿어(뜯어) 먹언
뒷 밧데레(밭으로) 데겨부난(던져 버리니) 암꿩은 물어단에(물어다가)
정당(덩굴) 걷언 수렴(염습 殮襲)ᄒᆞ곡 끅껍(칡년출) 걷언 대렴(大殮)ᄒᆞ곡
대추낭(대추나무)의 관을 차곡(짜고) 석 ᄃᆞᆯ(달) 열흘 구산(求山)하여
감장(勘葬) 못ᄒᆞ연 울엄시난(울고 있더니) 어디 잇단(있던) 가마귀놈
퍼달퍼달(퍼덕퍼덕) ᄂᆞᆯ아(날아) 오란 꿩아지망(아주머니) 무사(왜) 울어
낭군님이 죽어근에 석 ᄃᆞᆯ 열흘 구산ᄒᆞ연 감장 못ᄒᆞ연 울엄고라
나영(나와) 살믄(살면) 어떻ᄒᆞ코(할꼬) 내가 감장 ᄒᆞ여 주마
난 말다(싫다) 몸 검은 게
조곰 시난(조금 있으니) 소로기놈(소리개놈) 퍼달퍼달 ᄂᆞᆯ아오란
꿩아지망 무사 울어 ᄀᆞᆮ도(말도) 말곡 이르도(이르지도) 말아
낭군님이 죽어근에 설 ᄃᆞᆯ 열흘 구산ᄒᆞ연 감장 못ᄒᆞ연 울엄고라
나영 살믄 어떻ᄒᆞ코 난 말다 눈은 ᄇᆞᆰ기(밝기) 족족ᄒᆞᆫ(어지간) 게
눈은 ᄇᆞᆰ기 족족ᄒᆞ여도 황해도 황정싕(정승) 큰아덜(아들)이노라
어서 게문(그럼) 기영ᄒᆞ라(그렇게해라)
빌레왓디간(밭에가) 빌어단 ᄀᆞ다시(고다시마을) 간 ᄀᆞᆯ아단(갈아다가)
죽성 간 죽 쒀단(쑤어다가)
장밧듸(장지 葬地)간 장 빌어단(빌어다가) 거린 간(가서) 거령(떠) 먹언
무드네(알무드네=영평동, 웃무드네=용강동)간 묻어근에(묻고 나서))
봉아름(봉개) 간 봉토(封土) 싼(쌓아) 삿갓에서 삭제(朔祭)ᄒᆞ고
담고망(구멍)에서 담제(禫祭)ᄒᆞ더라

 

* 나아ᄃᆞᆯ놈=상대방이나 제삼자인 남자를 욕설 혹은 애칭으로 일컫는 말. ᄇᆞ랑ᄇᆞ랑=천천히 불을 때는 모양. 빌레왓=너부죽한 바윗돌이 지면이나 땅 속에 많이 묻혀 있는 밭. 고다시마을, 죽성마을=아라동의 한 마을

 

꿩의 삶은 마냥 행복하고 안정적이진 않았다. 언제나 포수나 솔개의 등장에 위험을 느끼며 살아간다. 특히 “총을 든 나아ᄃᆞᆯ놈”이 등장하여 “웬 독ᄆᆞᄅᆞᆸ 꾸을리곡 ᄂᆞ단 독ᄆᆞᄅᆞᆸ 주침 걸언 다랑ᄒᆞ게 노난” 그만이다. 이처럼 꿩노래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꿩바치(포수)다. 직접적으로 ‘박포수’라고 하거나, “꿩마치는 게아덜놈”, “날 잡으러 오는 채시(처사)”, “총쟁이”, “놀매 뜬(같은) 도둑놈”으로 표현되며 장총을 들고 나타난다. 이런 위험 때문에 꿩은 가족들과 같이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꿩 꿩 장서방 어찌어찌 살암소 이 담 넘엉(넘어) ᄄᆞᆯ 나곡(낳고)
저 담 넘엉 아ᄃᆞᆯ(아들) 나곡 콩 ᄒᆞᆫ 방울 문들어시난(떨어드렸으니)
그 콩 방울 먹어 노난 이내 몸이 석석이여
임아 임아 정든 임아 이내 눈을 보아 도라
동제(동자)도 보난 석석이여 ᄒᆞᆯ(할) 수 읏이(없이)
푸린(푸른) 포(보)에 집신(짚신) 감발 ᄒᆞ여서라(하였더라)

 

암꿩은 앞이 사곡 장꿩은 뒤에 사곡 아침저녁 걸어가난
벡멩지(백명주) 저고리에 흰 비단 동전에
얼굴베기(얼룩배기) 관디(관대)에 울통절통(울퉁불퉁) 둘러 입곡
머들만이(만큼) 앗아시난(앉았더니) 널매 ᄀᆞ뜬(같은) 도적놈은
곳곳마다 여삼(야수고)더라 이만ᄒᆞ민(하면) 어떻ᄒᆞ리 저만 ᄒᆞ민 어떻ᄒᆞ리
수풀 왓듸(밭에) 기여들언(기어들어) 어기야둥땅(얼렁뚱땅) 줏어 먹언
한라산에 간 보난 아ᄃᆞᆯ아긴 장기 두곡 ᄄᆞᆯ아긴 노념헴더라(놀이하고 있더라)

 

* 머들=밭 가운데 군데군데 모여 쌓인 돌무더기. 널매=매의 일종

 

“꿩꿩 장서방 뭣을 먹고 사느니/ 아로롱이 바지에 아로롱이 저고리에 백명주로 동전 달고 조지명주 고름에 차고 활짝 곧은 긴장위에 꺽꺽 주어먹자 꺽꺽 주어먹자/ 삼년 묵은 팥 심었던 밭에 오년 묵은 콩 심었던 자리에 둥실 둥실 주어먹더니/ 난 데 없이 박포수가 나타나 한쪽 귀는 기울고 한쪽 눈을 ‘지스리’며 우당탕 소리 나더니 ‘오꼿(벌떡, 후딱)’ 첫 번째 서방을 총으로 쏘고 가져가 버렸다/ 두 번째 서방을 얻었으나 ‘산장이(사냥꾼)’가 데리고 온 사냥개가 입으로 물고 가버렸다/ 세 번째 서방을 얻었으나 ‘살(殺)통’에 들어가 죽고 말았다/ 아이고 내 팔자야 내 사주야/ 아고 이제는 깊고 깊은 산전(山田)에 올라가 나 혼자 그럭저럭 혼자 살려고 작정했다/ 하루는 솔개 놈이 와서 너 혼자 살지 말고 나랑 같이 살아보자/ 털 복숭이 너 하고는 못 살겠다/ 이젠 더 깊고 깊은 산중에 올라가 그럭저럭 주어먹고 살고 있더니/ 다음은 까마귀 놈이 와서 나랑 살아보게/ 몸뚱이가 검어 너하고도 못 살겠다/ 다음에는 매 놈이 와서 나랑 살아보자 하니/ 매하고 비둘기하고 포수질하며 잡아먹는 놈하고는 안살겠다 했다/ 그 후 그럭저럭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난데없이 귀에 익은 꿩꿩하는 소리가 났다/ 아고, 예전 우리 남편이 살아 오셨나 하며 돌담위로 올라가 깩깩 신호를 보냈다/ 온 걸보니 예전 남편보다 얼굴도 더 잘 생기고 의복도 잘 차려 입었다/ 그 남편 맞아 남은 생애 잘 살았다.”

 

꿩꿩 장서방 뭣을 먹고 사느니 아로롱이 바지에 아로롱이 저고리에
백멩지로 동전 돌고 조지멩지 곰에 차고
활짝 곧은 긴장위에 꺽꺽 줏어먹자 꺽꺽 주워먹자
삼년 묵은 폿(팥)그르에 오년 묵은 콩그르에
둥실 둥실 주워 먹더니 난 디(데) 없는 박포수가 나타나서
혼착(한쪽) 귀랑 자울리곡(기우리고) 혼착 눈을 지스리곡
우당탕 호던(하던) 소리가 나던데 마는 오꼿 첫째 서방은 쏘아 가불더구나
둘째 서방은 얻으난 산젱이(사냥꾼)는 사냥개 돌고 오란 그만 사냥개 입에 물어가더구나
셋째 서방을 얻으난 살통에 기어들언 죽더구나 아고지고 내 팔제(팔자)야 내 ᄉᆞ주(사주)야 아고
이젠 심심 산전(山田)에 올라간 나 혼자 그럭저럭 혼자 살당(살다) 말젠말려고)
호루(하루)는 소로기놈이 오란 느(너) 혼자만 살지 말앙
오라 나영(나와)이 살아보게 난 너는 털복숭이라서 너 호고(하고)는 못 살겠다
이젠 심심 산중에 올라간 그럭저럭 줏어먹고 살암더니
다음은 가마귀놈이 오란 오라 나영이나 살아보게
난 너는 몸땡이(몸뚱이)가 검서방이라서 너하고도 못 살겠다
다음에는 매놈이 오란 촘 오라 나영이나 살아보게 호난
너는 매하고 비둘기 호곡(하고) 포수질 헤영 잡아먹는 놈하고도 안 살겠다 호연
다음엔 그럭저럭 호연 살암더니(살고있더니) 호를(하루)은 난데 업는(없는)
귀에 익은 꿩꿩 호는(하는) 소리가 난 아고 옛날 우리 남편이나 살아 오라신가(왔나
) 호연(하여) 담 위에 올라산(서서) 깩깩깩 신호를 호여 주엇더니
그 남편은 온 건 보니 옛날 우리 남편보다 얼굴도 더 잘 생기고
의복도 잘 초려(차려) 입고 그런 남편을 맞아가지고 혼(한) 생전 잘 살았다 홉니다
(꿩놀레)

 

* 그르=농사를 지었던 자리. 오꼿=가만히 있다가 선득 일어서는 모양, 여유를 주지 않고 선뜻하게 해 버리는 모양

 

단형에 비해 비교적 긴 형태인 장형의 꿩노래는 까투리와 장끼의 갈등을 그린 내용과 벙어리 노릇을 한 며느리가 꿩노래를 불러서 다시 돌아와 잘살았다는 내용이다. 전자를 ‘암수갈등형’, 후자는 ‘시집살이형’으로 구분한다(허은정, 2014).

 

암수갈등형 꿩노래를 살펴보면 한겨울에 까투리와 장끼가 아홉 아들 열두 딸을 거느리고 먹이를 찾으러 나섰다가 콩 하나를 발견한다. 이에 장끼가 먹으려 하자 까투리가 만류를 한다. 그런데 장끼가 까투리의 말을 듣지 않고 콩(아마 싸이나가 들어있던)을 먹었고, 결국 죽는다. 까투리가 신세한탄을 하면서 장끼의 장사를 지내준 후 수절(守節)하거나 개가(改嫁)한다.

 

시집살이형은 고발성이 강한 노래다. 시집살이를 잘하기 위해 벙어리 행세를 했지만 그 때문에 도리어 시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는 자신이 벙어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시집에서 강요하는 대로 아무런 대꾸도 없이 친정으로 쫓겨 간다. 친정으로 가는 도중 날아가는 꿩을 보고, 그 꿩을 잡아 꿩 고기를 부위별로 나누어서 시집식구들에게 대접하겠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이면적(裏面的)으로는 시집식구들을 꿩의 부위에 비유해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행태들을 비난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밭에서 김을 매거나 나물을 캘 때 꿩 노래를 불렀다. 가끔 남자가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남성인 경우 자기 자신의 창작이 아닌 다른 사람 혹은 집단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진다. 그리고 어른과 아이를 이어 주는 전래(傳來)동요로 불린다. 동네 주변을 다니다가 꿩을 발견하고 쫓으며 부르거나, 길에서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단체로 발맞춰 걸으며 부르기도 했다.

 

단형 중 기본형은 장끼의 안부를 묻는 형식이다. 그럴 경우 노래 길이가 아주 짧아 아이들이 노래를 새로 익히거나 따라 부르기 수월했다. 이 유형은 아이들이 놀이하며 부르거나, 둘이서 말을 주고받는 문답형식으로 부른다. 단형의 꿩노래는 장끼를 대상으로 삼아 장끼의 신세를 화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둘 이상 아이들이 화자(話者) 입장에서, 꿩 입장에서 문답을 주고받으며 부르기 알맞다(허은정, 2014).

 

<참고문헌>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연구』, 민속원.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허은정(2014), “꿩노래 사설 연구”, 제주대학교 대학원 한국학협동과정 석사학위논문.

 

<관련 사이트>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target="_blank">(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89911&menuName=구술(음성)>민요)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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