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누리를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 추가하기 기사제보 제이누리 소개 후원하기
로그인 | 회원가입
최종편집 2021.10.26 / 17:48
실시간뉴스
라이프중국, 중국인
'어리석음’과 ‘어리석지 않음’ 사이를 걸어야한다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62)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6.01  10:42: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네이버밴드

교우(交友)는 일생일대의 즐거움이다. 일단 지기(知己)를 만나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좋아진다. 희망은 좋은 것이지만 방법은 취할 것이 못된다. 도가에서는 말한다.

“닭과 개의 소리 서로 들리는 곳에 있을 지라도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는 이 없을 것이다.”(『노자』제80장)

이런 ‘소국과민’ 사상은 극단적이라 취할 것이 못된다.

교우가 좋다하나 너무 친밀해서도 안 된다. 너나없이 친해지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너무 친밀해지면 반드시 마찰이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 말이 불손해지고 주먹질 발길질이 오가게 될 수도 있다. 과거를 들춰내 약점을 찌르면서 소란스럽고 불안하게 될 수도 있다.

마을에서 잘 지내지 못하는 이웃 관계를 조사해본 결과, 예전에는 조금도 격의 없이 친밀하게 왕래하며 지냈던 사이였다. 그렇기에 친구지간에, 특히 가까운 친구 사이에도 정도를 지켜야 한다. 한계를 지켜야 한다. 가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듯, 조화로운 사귐을 가져야 한다.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백하고 소인의 교제는 단술처럼 달콤하다.”(『장자·산목(山木)』)

장자가 교우의 길을 논할 때 한 말이다. 친구와 사귈 때에는 오래오래 흐르는, 가늘게 흐르는 물처럼 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친구 사이에도 과도하게 친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일이 있어 친구를 찾아가 친구 집 앞에 도착했는데 집안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옳은가? 친구이기에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답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친구이기는 하지만 분별없이 들어가 둘의 대화를 방해한다면 좋은 효과가 있을까? 조용히 물러서서 다른 적당한 기회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친구를 찾아갈 때 먼저 전화를 걸어 약속 잡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친구이기에 아무 때나 찾아가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점만 지킬 수 있다면 친구 관계는 오래 지속할 수 있고 견고하게 될 것이다.

   

“소인의 교제는 단술처럼 달콤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왕래는 물처럼 담담하면서 가늘게 오랫동안 흘러야 영원히 피곤함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고, 우정은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만약 단술처럼 상대방에게 들러붙으면 처음 교제할 때에는 좋을지 모르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 관계는 소원해진다. 친구를 사귈 때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자기에게나 상대방에게나 돌이켜 음미할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

『채근담(菜根譚)』 작자 홍자성(洪自誠)은 교우를 논할 때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말했다.

“벗을 사귀려면 세 푼의 협기를 지여야 한다.”

협기는 반드시 1/3에 억제하여야 한다. 친구와 함께 지내는 데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친밀해서는 안 된다. 만약 협기를 80%, 100%를 발휘하면 양패구상 되기 쉽다. 그러면 우정은 영원히 지속되기 힘들어진다.

교우의 비결은 무엇일까? 공자는 경고한다.

“충고해 선도하되 불가하면 곧 그만 둬 자신을 욕되게 하지 마라.”(『논어·안연(顏淵)』)

친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성심으로 충고하고 권고하여도 상대방이 듣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말하지 말아야 한다. 덮어놓고 설교한다면 상대방이 싫증나게 되고 심지어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친구의 결점을 보아도 못 본 척,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거나 알지도 못한다고 가장한다면, 타인과 교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친구라면 친구의 도리를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한 번 권고하고 두 번 권고하면 친구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여도 무방하다. 당신의 권고를 듣든 안 듣든 모든 게 상대방의 판단력에 따르는 것이기에 그렇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타인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덮어놓고 권고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이른바 ‘군자의 사귐’이다.

친구와 오랫동안 사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온량공검’1하는 겸허하고 온화한 덕과 예의를 지키는 거동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친구 사이에 예의를 너무 차리고 스스로 낮추어 상대방을 존중하면 더 엉망이 되기 쉽다. 친구끼리의 교류는 정도에 맞아야 한다. 강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쉽게 절교하여도 안 된다. 타인 앞에서 상대를 치켜세우며 환심을 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원칙도 없이 상대방에게 부화뇌동해서도 안 된다.

   

군자는 어떻다?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중용(中庸)』)

작은 일에는 화합하되 큰일에는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덮어놓고 어리석은 채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친구와 사귐에 있어서 마지노선이 있어야 한다.

어느 날 당태종 이세민(李世民)이 조정에서 이부상서 당검(唐儉)2과 장기를 두었다. 당검은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첨하거나 영합하지도 않았고 위세를 부리지도 않았다. 황제와 장기를 두는 데에도 혼신의 힘을 쏟았다. 포로 쏘고 마로 달리며 당태종의 장기를 산산이 무너뜨려 참패시켰다. 당태종이 대노하였다. 평상시 그의 불경스러움이 생각나자 억제할 수 없었다. 곧바로 담주(潭州)자사로 강등을 명하고서도 분이 풀리지 않자, 위지공(尉遲恭)3을 불러 말했다 :

당검이 자신에게 그렇게 불경하니 그를 벌하여 백관에게 경고하려 한다. 그런데 지금 구체적인 죄명을 정할 수 없으니 그대가 당검의 집에 가서 내가 내린 처분을 원망하고 있는지 살피고 오라. 만약 있다면 그에게 사형을 명하겠노라!

위지공이 듣고는 그물을 쳐서 사람을 죽이려는 당태종의 방법이 너무 지나치다 생각하였다. 이튿날 당태종이 불러 당검의 상황을 물을 때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했다 : 폐하,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좋은지 숙고하셔야 합니다.

당태종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손에 잡고 있던 옥패를 바닥에 힘껏 던져버리고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본 위지공은 어쩔 수 없이 퇴청하였다.

   

당태종은 위지공이 돌아간 후 냉정하게 생각하였다.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체면을 구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연회를 열었다. 3품관 이상을 소집해 주연을 베풀면서 말했다.

“오늘 백관을 부른 것은 위지공의 품행을 표창하기 위함이오. 위지공의 간언으로 당검이 죽을죄를 면하여 재생의 행운을 입게 됐소. 나 또한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죄명을 벗어날 수 있게 됐소. 과오가 있으면 고쳐야하는 내 덕성을 일깨웠소. 위지공 자신도 억울한 죄를 진 사람을 위하여 거짓말하지 않음으로써 충직하다는 영예를 얻었소. 이에 위지공에게 비단 천 필을 하사하오.”

당태종이 그렇게 한 목적은 자신이 ‘공명정대’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물론 당태종은 위지공이 고맙기도 했다. 위지공이 정말로 자신의 말에 따라 당검을 모해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당태종이 ‘공명’을 위하여 위지공에게도 죄를 묻지 않는다고 어찌 알겠는가?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친구와 함께 지내는 것도 이와 같아야 한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상대를 보호해 줘야 한다. 친구가 여러 가지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뿐 아니라 친구가 여러 가지 약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면 친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당신의 인물과 품격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친구 외에도 만찬가지다. 상사나 동료도 친구처럼 대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좋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온량공검(溫良恭儉)’, 온(溫)은 화후(和厚), 양(良)은 고상하고 순수함, 공(恭)은 마음속의 공경심이 밖으로 나타나 정중한 것, 검(儉)은 마음에 절제가 있어 방종하지 않은 덕을 가리킨다. 『논어(論語)』에서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의 인격과 언어 동작을 평할 때 쓴 말이다.

2) 당검(唐儉, 579~656), 자는 무약(茂約), 병주(幷州) 진양(晉陽, 현 산서山西 태원太原) 사람이다. 당 왕조 대신으로 능연각(凌煙閣) 24공신 중 한 명이다. 북제(北齊) 상서좌부사(尚書左仆射) 당옹(唐邕)의 손자요 수(隋) 왕조 융주자사(戎州刺史) 당감(唐鑒)의 아들이다.

3) 위지경덕(尉遲敬德, 585~658), 본명은 융(融), 자는 경덕(敬德), 삭주(朔州) 선양(善陽, 현 산서山西 삭주시 삭성朔城구 선양가도鄯陽街道) 사람으로 선비족(鲜卑族)이다. 당 왕조 개국 장수로 능연각(凌烟閣) 24공신 중 한 명이다. 당 왕조에 귀순한 후 위지공(尉遲恭)이란 이름을 하사받았다.

1
0
이 기사에 대해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큰일에는 분명하고 결단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
뱀을 잡으려면 정곡을 찌르고 급소를 찔러야 한다
‘격장지계(激將之計)’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라(2)
‘격장지계(激將之計)’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라(1)
원칙을 알고 살짝 귀띔하는 원칙을 지키라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네이버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1
'2022 제주선거판' ... 대규모 지각변동 예고됐다
2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제주, 10명 모임가능
3
제주, 확진자 11명 추가 발생 … 초·중·고교서 확진
4
모더나 백신 접종 40대 숨져 … "인과성 여부 조사"
5
제주서 8명 추가 확진...체육시설 신규 집단감염 발생
[발행인시평] 지방권력과 폭력조직의 연계, 검.경이 밝혀야 할 '실체적 진실'
[발행인시평] 다음 선거를 걱정하는 이와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이
제이누리 사이트맵
제이누리  |  제이누리 소개광고및제휴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 아파트 상가건물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제호 : 제이누리 2011.11.2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