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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지방으로 떠났지만 제주는 예멘 난민들의 또다른 고향"
코로나19로 높아진 심사 기준 ... 난민 인정률 0.3%. 보호율 0.8% 역대 최저

 

“제가 만난 대부분의 예멘인들은 제주에 들어온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겼어요.”

 

제주시 할랄 음식점 ‘아살람’을 운영하는 하민경(42)씨는 2018년 3월 제주에 온 예멘 난민들을 위해 자신이 무용 연습실로 쓰던 100㎡ 규모의 공간을 흔쾌히 내줬다. 그는 여기서 알게된 예멘인 모하메드 아민 알마마리(39)씨와 이듬해 4월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하씨는 “지금은 대부분의 예멘인이 뭍지방으로 떠났다”면서 “현재 남아있는 예멘인들도 처음에는 언론사들의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했지만 이후 내전 관련 트라우마 때문에 취재 요청을 거절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하씨는 “그들은 제주에선 주로 어업 등 1차산업에 취업했다”면서 “우리나라 사람이 어선에서 일하고 있는 예멘인 2명을 바다에 던지기도 하고, 고용주가 말을 못알아듣는다는 이유로 예멘인들을 집단 구타하는 등 차별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예멘인에 대한 편견이 가중되는게 싫어 경찰에 신고조차 못했다고 하더라”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예멘인들은 그런 차별을 받았음에도 제주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뭍지방으로 떠난 예멘인도 5~6일씩 받는 휴가를 이용해 제주를 다시 찾는다”면서 “전쟁 중인 모국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이곳이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Peace island’. 일명 ‘2018년 제주 예멘난민 사태’ 당시 입도한 예멘인들이 제주를 칭했던 말이었다.

 

 

◆ 난민 문제는 무거운 숙제 ... "제주 난민 사태, 관심 모은데 큰 의미"

 

제주 예멘 난민 사태는 우리 사회가 난민 문제에 주목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당시 예멘인 484명이 난민 인정 신청서를 냈고, 이 중 인정 2명과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등 85.4%에 해당하는 414명이 정식으로 제주에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백 명의 난민이 입국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불안감에 휩싸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멘 난민들의 수용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70만 명 넘게 동의, 당시 역대 최다 청원수를 기록했다.

 

아울러 난민법 폐지와 제주 예멘인 송환,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출입국 당국에서 난민 신청을 막거나 허위 서류 작성 시 처벌 강화 등 난민법 개정안도 같은 해 6∼7월에만  5건 발의됐다.

 

당시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지냈던 김도균 제주한라대 특임교수는 "제주 난민 사태는 찬반 논쟁이나 대응 방식 평가를 떠나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이전까지 먼 나라 이야기였던 난민이 우리의 문제로 인식됐고,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후속 논의가 부족했고 관심이 빨리 식어버린 한계가 있었다”면서 "난민협약국이자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이기에 앞으로도 난민은 무거운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난민 관련 인프라 부족 ...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모색해야"

 

제주 예민 난민 사태는 국내 난민 심사 인프라 보강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 제주엔 난민심사관이 1명밖에 없었다. 전국을 통틀어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39명에 그쳤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난민 인정심사에 투입된 담당 공무원은 65명이다. 과거보다 소폭 늘긴 했으나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제주는 사태 당시 난민을 수용할 시설이 전무한 상황이기도 했다. 예멘인들은 이로 인해 도내 관광호텔이나 가정집, 종교단체의 지원시설 등에 머물면서 인근 주민이 치안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난민과 내국인의 갈등을 줄이고, 외국인 혐오를 금지하는 방안 등의 논의도 이 때가 시작이었다.

 

정지원 제주이주민센터 사무국장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를 둘러싼 갈등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무분별한 이방인 혐오를 규제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갈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로 난민 신청은 '주춤' ... 재심 청구 늘었지만 인정률은 0.3%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하늘길이 끊겨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난민의 수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행정소송은 급증하고 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입국자들이 정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신규 난민 신청자는 894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04명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난민법이 처음 시행된 2014년부터 난민 신청자는 매년 늘어났다. ▲2014년 1574명 ▲2015년 5711명 ▲2016년 7541명 ▲2017년 9942명 ▲2018년 1만6173명 ▲2019년 1만5452명 등 매년 폭증추세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의 경우 6684건에 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이 없어 본국을 떠날 수 없게 된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심사 건수와 심사 대기자는 크게 늘었다. 올해 1∼4월 난민 심사 건수는 3879건이다. 매달 약 1000건씩 난민 심사를 마친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58건)과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올해 4월 기준 난민 심사 대기자도 1차 심사 1만1657명, 2차 심사(이의신청) 4554명 등 모두 1만621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는 이전까지 최대였던 2016년(5277건)을 넘어 6000건에 육박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난민 인정률은 0.3%로 나타났다. 난민 인정률이 1%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역대 최저치는 지난해 1.1%였다.

 

올해 1∼4월 난민 인정률과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을 더한 '보호율'도 0.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호율은 2018년 16.5%, 2019년 6.1%, 2020년 3.6%로 줄곧 하락세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난민 인정 기준이 높아지면서 불허 판정을 받은 이들이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 초대받지 못했던 그들, 그들은 이제 '법정 투쟁'으로 다시 생존의 벼랑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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