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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 수난시대 ... 제주바다는 수렁인가?폐어구, 그물에 바다거북 허우적 ... 4만4천톤 해양쓰레기 '지뢰'
중국발 괭생이모자반도 위협 ... 시민.기업.정부 나서야
박지희 기자  |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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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19  15: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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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10시 25분께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 인근 해안에서 폐그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해양보호생물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됐다. 폐어구에 걸려 다리가 절단되고, 탈진해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제주해양경찰서]

전래설화 ‘별주부전’의 주인공 바다거북은 예로부터 학, 사슴과 더불어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러한 명성에는 이유가 있다. 붉은바다거북은 수명이 약 70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00년 이상이라는 설도 있다.

전세계에 7종이 있는 바다거북은 주로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 서식한다. 일부 종은 온대해역에도 분포한다. 제주바다는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의 서식지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25분께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 인근 해안. 폐그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됐다. 이 거북은 등껍질에 상처가 있었고, 탈진해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 거북은 특히 왼쪽 앞다리가 잘려있는 상태였다. 김병엽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교수는 “폐어구에 감긴 채 헤엄쳐보려고 계속 발을 움직이다 그물이 점점 꼬이고 조여져서 다리가 절단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제주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은 푸른바다거북 5마리, 붉은바다거북 1마리 등 모두 8마리다. 대부분 사체나 숨이 겨우 붙어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도내 해안에서 죽음을 맞은 바다거북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 않은 소식이 돼버렸다. '청정 바다'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제주 바다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인근 해안가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사체. [제주해경서]

◆ 폐어구로 인한 사망 대부분 ... 중국발 괭생이 모자반도 한몫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는 바다거북이 겪는 현대적 위협 중 하나다. 폐호흡을 하는 바다거북은 바다 안에 있다가도 2~3시간 간격으로 숨을 쉬러 해수면 위로 올라간다. 하지만 페어구에 걸리게 되면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한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코리아에 따르면 어업에 사용된 그물 85%는 바다에 그대로 버려진다. 연간 버려지는 폐어구 4만4000톤은 전체 해양 쓰레기 절반을 차지한다.

김 교수는 “바다거북이 좌초되거나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를 먹어 숨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올해 제주에서 발견된 사체 중 3분의 2 이상이 폐어구에 걸려서 목숨을 잃었다. 최근 폐어구로 인한 바다거북의 사망이 급증하는 추세”라면서 “더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쿠아플래닛 제주 해양동물 구조기관 관계자는 “특히 폐그물에 걸려 구조된 바다거북들을 보면 목이나 어깨 주위에 그물이 심하게 감겨 외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 상처가 생기면 2차 감염으로 인해 폐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년 봄 제주를 찾는 불청객, 중국발 괭생이 모자반도 위협 요소 중 하나다. 보통 2월 말에서 3월 경 제주 해역으로 밀려오는 괭생이 모자반은 유입량이 급증하는 수체다.

지난 2월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포구 해상에서 괭생이 모자반에 걸려 탈진한 채 발견된 푸른바다거북 1마리가 해경에 구출됐으나 결국 폐사하기도 했다.

◆먹이와 비슷한 모양.냄새 가진 플라스틱 쓰레기 

바다거북은 바다에 버려진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먹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플라스틱을 그들의 실제 먹이인 해파리와 해조류 등으로 오인해 삼키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바다에 버려진 뒤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 등으로 인해 먹이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을 한번 먹으면 위장으로 역류해서 뱉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위장 안에 뾰족한 케라틴 돌기가 아래쪽을 향해있기 때문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따르면 2019년 3월 제주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4구를 부검한 결과, 푸른바다거북 2구의 내장 기관에서 각각 30여개, 50여개의 해양 쓰레기가 들어있었다. 쓰레기 종류는 비닐봉지와 어업에 쓰이는 밧줄 등 다양했다.

해양생물자연관 관계자는 “부검한 사체들은 2015년 사체들이라 너무 오래됐고, 여러 가능성이 있다. 해양쓰레기를 바다거북 죽음의 원인으로 추정할 수는 있지만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제주 바다는 비단 바다거북만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 아니다. 멸종위기종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도 제주 연안에서 종종 사체로 발견되고 있다.

   
▲ 지난해 9월 11일 오전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변에서 해양수산부 주최로 바다거북 방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해수부, 바다거북 방류 사업 추진중 ... 기업.시민사회의 '청정 제주 만들기' 노력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모든 종류의 바다거북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야생동식물 국제교역에 관한 협약(CITES)’ 1급으로 지정, 국가 간 상업적 거래도 엄격히 금지했다.

국내에선 해수부가 2012년부터 한국 해안에 나타나는 푸른.붉은바다거북 등 4종의 바다거북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에 힘쓰고 있다. 

해수부는 특히 아쿠아플라넷 등과 함께 2017년 이래 매년 제주 중문 색달해변에서 인공 증식한 여러 개체의 자연 방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모두 104마리의 새끼 바다거북을 바다로 돌려보냈다.

색달해변은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차례 바다거북의 알이 확인된 곳이다. 이 주변 해역은 어업용 그물이 적어 혼획될 위험이 적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먹이가 풍부, 따뜻한 태평양으로 이동하기도 쉬워 바다거북의 서식에 적합한 곳으로 전해졌다.

해수부는 회귀본능이 높은 바다거북이 20~40년 후 다시 색달해변으로 돌아와 산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기업 및 시민사회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벅스 등 여러 기업은 제주의 자연을 지키기 위한 ‘에코제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6일부터 제주도내 스타벅스 4개 시범매장에서 일회용컵 없애고 다회용컵으로 교체했다.

에코제주 프로젝트사는 오는 10월까지 제주도내 스타벅스 전 매장의 일회용컵을 다회용컵으로 전면 교체하고, 이후 제주 토종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인 에이바우트커피 등으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프리다이빙 해양쓰레기 수거 단체 디프다제주는 2018년 결성돼 20~30대 청년 8명이 프리다이빙을 통해 제주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들은 주말에 모여 제주도내 바다를 찾아 프리다이빙 장비를 활용, 수심 10m 이내 제주 바닷속 정화에 나서고 있다. 주중엔 퇴근 후 제주시 주변 해안가를 돌면서 쓰레기를 줍는다.

바다거북은 물론 돌고래와 상괭이가 맘껏 노니는 제주바다의 풍경이 다시 우리 눈앞에 펼쳐질 지 여부는 결국 우리 몫으로 남겨지고 있는 시간이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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