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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 갈등
거수기로 전락한 공익위원들 ... 노사, 진정성 있는 협의 거쳐야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13일 새벽에야 가까스로 결정됐다. 올해(8720원)보다 5.1% 많은 시간당 9160원이다. 이번에는 조금 달라지나 기대했는데, 노사 양측은 변함없이 벼랑 끝 전술로 버티다가 결정된 뒤에도 반발하는 구태를 답습했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35차례 결정과정에서 노사가 합의한 경우는 5분의 1인 단 7회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하지만 위원회 앞에 붙는 ‘사회적 대화기구’다운 합리적 근거에 입각한 제안과 협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로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노사가 요구하는 인상안의 격차가 큰 데다 주장을 굽히지 않아 법정시한을 넘겨 허겁지겁 투표를 통해 공익위원 중재안대로 결정해왔다. 

 

이번에 노사 양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 인상률은 23.9%(1만800원) 대 0%(동결). 회의가 몇 차례 공전되고 위원장의 수정안 제출 요구에 따라 노사 양측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4차 수정안의 인상률도 14.7%(1만원) 대 1.49%(8850원)였다. 

 

4차 수정안에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3.6~6.7%의 상·하한선을 둔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4명이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의 중간인 5.1% 인상안을 제시하며 표결을 선포하자 이번에는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반발하며 퇴장했다.

 

결국 표결에는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만 참여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익위원 중재안은 찬성 13표, 기권 1표로 통과 의결됐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노사가 줄다리기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합의에 이르지 못할 요구안을 놓고 진행하는 협상은 소모적이고 속 보이는 협상 전략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생활상을 근거로 인상률을 제시한다. 그런데 왜 최초 요구안 인상률이 이렇게 크게 차이 날까. 

 

노사의 최초 요구안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게다가 노사는 최저임금위원회 의결 이후에도 계속 불만이다. 먼저 퇴장한 근로자위원들을 추천한 민주노총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고 우롱한 데 대해 분노하고 규탄한다”며 “앞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용자위원들이 퇴장한 데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소 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을 초월한 최저임금으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이기적 투쟁을 거듭한 노동계와 공익위원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 결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위원들이 벼랑 끝 전술로 버티는 가운데 공익위원 9명이 결정하는 식으로 운영돼왔다. 공익위원들은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추천해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됨으로써 경제 상황이나 업황 등을 등한시한 채 거수기 역할을 해온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구태와 갈등,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 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 최저임금 결정 체계 및 결정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2019년 구체적 대안이 거론되다가 최종 조율에 실패해 유야무야된 것을 다시 되살려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노사 양측 대표라는 점과 이들 단체의 존립 이유로 볼 때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래도 국민이 납득할 합리적 근거에 따른 요구안을 제시하고, 진정성 있는 협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을 27명이나 둘 필요가 있을까. 노사 양측과 전문성 있는 공익위원 각 3명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16.4%)로 급격하게 오른 2018년 말부터 직원이나 알바를 둔 자영업자 감소세가 6월까지 31개월째 이어졌다. 이같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 기간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길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 비율(최저임금 미만율) 또한 2008년 5.8%에서 지난해 15.6%로 높아졌다. 특히 근로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평균치의 두 배를 넘는 36.3%나 됐다. 이는 인건비 감당이 어려운 취약 업종에까지 일률적으로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경영난과 고용난으로 이어진다는 방증이다.  

 

매년 노사간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결정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무유기다. 최저임금을 업종ㆍ지역별로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주자들도 최저임금 인상률과 결정 제도 등 민생 현안을 놓고 토론하기 바란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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