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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묻는다 ... "경찰, 정말 뭐했나?"한 중학생이 남긴 물음 ... "경찰의 신변보호, 우리는 안심해도 되는가?"
박지희 기자  |  jnuri@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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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0  17: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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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주택에서 10대 남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허술하다’. 치밀하지 못하고, 엉성하여 빈틈이 있다는 뜻이다. 무심하고, 소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찰의 치안활동은 결국 결과로 말하게 돼 있다. 단순 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의 경우라면 경찰의 예방치안 활동은 그 정점에 있어야 한다. 그것도 이미 '신변보호' 요청을 한 인물에게 벌어진 사건이라면 사실 경찰로선 더이상 할 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할 말이 많았다. 차이가 있다면 단 하루 간격으로 말을 바꾼 게 다르다.

18일 밤 10시 51분께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A(16)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당시 집에 혼자 있었고,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해 사건화됐다.

경찰은 A군 시신에서 타살 흔적과 A군의 집 앞뒤로 설치된 CCTV 영상을 근거로 살해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CCTV 영상 속에는 18일 오후 3시께 40대 남성 2명이 옆집 담벼락을 밟고 올라서 주택 다락방으로 침입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영상에 포착된 용의자 중 한 명은 A군의 어머니와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B(48)씨였다. 

A군의 어머니는 B씨에게 폭행당하는 등 위협을 받자 지난 2일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하고 신변보호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누리>는 A군의 어머니가 신변 보호 요청을 했음에도 그의 아들이 변을 당한 것에 대해 ‘허술한 치안 활동’이라고 사건이 알려진 19일 보도했다.

그 이후 경찰의 답변은 사실 가관이다. 항의성 또는 해명성 전화가 몇 차례 걸려왔다. 그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최대한 노력했다”, “신변보호와 신변경호는 다른 차원이다”, “신변보호 대상자는 A군의 모친이지 A군이 아니다.”

그러면서 '경찰, 뭐했나?'란 제목부터 내용까지 시시콜콜 정정과 일부 내용 삭제를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의 해명과 항의는 단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 전 애인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B씨가 신고 20시간여 만인 19일 오후 7시 26분께 제주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다음날인 20일 오전 공식 브리핑. 이미 <제이누리>만이 아닌 다수의 언론이 '신변호중이었던 일가족이 왜 피살됐나'에 질문이 맞춰지면서 경찰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어지는 해명. "(신변보호의 경우) 같은 가족 구성원이면 같은 보호를 받고, 임시조치도 접근금지가 이뤄지는 부분이라 A군도 (신변보호 조치에) 포함된다"면서 "제도권 내에서 최대한 노력했지만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고개를 숙였다. 단 하루 전과 달리 확연히 다른 입장이었다.

경찰은 그러면서 나름 취한 조치를 열거하기 시작했다. A군의 어머니가 신변보호요청 대상자로 등록되자 B씨가 A군 가족 주거지 반경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전화와 이메일 등 전기통신 금지 처분 등을 내렸다는 것. 또 사건현장인 주택 앞뒤로 CCTV 2대를 설치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A군의 집에 설치된 CCTV는 녹화기능만 있는 것이었다. 실시간 경찰이 직접 모니터링 할 수는 없다. CCTV 설치 사실도 통보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B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의 주장처럼 B씨의 범행의지를 사전차단할 수 있는 예방조치완 거리가 멀었다.

경찰은 지난 3일부터 18일까지 매일 주.야간에 걸쳐 32차례에 걸쳐 순찰한 기록도 제시했다. 말이 순찰이지 따지고 보면 매일 오전.오후 두어번 둘러보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주택에 용의자가 침입하던 낮 시간에도, 사건이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에도, 정작 귀가한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을 발견할 당시에도 아무 것도 몰랐다.

무어라 해명해도 도대체 무슨 신변을 보호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변보호 요청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는 재고가 부족해 A군의 어머니에게만 지급됐다. A군은 받지 못했다. 스마트워치는 신변보호 대상자가 위급할 때 응급버튼을 누르면 경찰 112 상황실과 담당경찰관에게 즉시 연락이 가는 기기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신고 당시 스마트워치 재고가 없어서 바로 지급하지 못했지만 곧바로 A군의 어머니에겐 지급했다”면서 “사건 발생 후 A군의 삼촌 가족이 신변 위협을 느낀다고 해서 그쪽에 2대를 추가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정작 동거하는 가족에겐 주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는 이렇게 참담한 결론으로 귀결됐다.

경찰은 여전히 최대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과가 말을 하고 있다. 그렇게 여기 저기 빈틈이 널려 있는 사이 B씨 일당은 유유히 집 안으로 침입했고, 그리고 경찰의 신변보호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살해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했다.

경찰도 “범행 현장이나 대낮에 2명이 함께 뒷문을 통해 주택에 침입한 사실 등 계획 범죄로 볼 만한 정황이 많다”고 밝혔다. 경찰의 신변보호는 이런 계획에 사실상 무방비였던 것이다.

B씨와 공범 C(46)씨는 19일 새벽과 밤에 각각 붙잡혔다. B씨는 연행 당시 혐의를 인정하고, “유족들에게 할말 없냐”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천읍 주민들에게 A군은 '인사도 꼬박꼬박 잘하고 착한 아이'로 기억되고 있다. 그 어린 중학생은 이제 싸늘한 주검이 됐다. A군은 그들만의 아이가 아니라 사실 우리 모두의 아이다. '허술한 신변보호'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피해를 그 어린 생명이 다시 한번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 제이누리 박지희 기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건 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안해진 민심을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은 쉽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 그 어느 때보다 비대한 힘을 갖게 된 경찰이다. 그 경찰이 갖춰야 할 최상의 사명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파수꾼 노릇이다. 허술한 대응으로 끝나선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 민중의 지팡이는 그래서 나오는 말이다.

그 경찰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경찰, 진정 뭐했나?"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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