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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갈등은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70)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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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7  10: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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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감 이련영1은 영리하며 기지가 있었다. 말솜씨가 좋아 자희2태후를 즐겁게 해줬다. 기지를 발휘해 자희태후와 부하들을 위험에서 구해내었다.

자희태후는 경희(京戲)를 즐겼다. 늘 조그마한 선물을 예인에게 하사하였다. 어느 날, 자희태후가 유명한 연극인 양소루3의 경희를 관람한 후 양소루를 자기 앞에 불렀다. 탁자에 가득 놓여있던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이것을 네게 주마. 가지고 가거라.”

양소루는 고두하며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케이크는 마음에 두지 않고 대담하게 말했다.

“태후님의 은혜, 너무 감사합니다. 이러한 존귀한 물건을 노재4는 감히 가져갈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을 하사해 주시면…….”

“무엇을 원하느냐?”

자희태후는 경희의 즐거움에 화를 내지 않았다.

양소루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홍복제천5, 태후께서 노재에게 ‘글자’를 하사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자희태후는 기뻤다. 태감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하고는 일필휘지로 ‘복(福)’자를 써줬다.

옆에 서있던 어린 황태자가 자희태후가 쓴 글자를 보고는 조용하게 말했다.

“복(福)자는 ‘시(示)’로 써야 하는데. ‘의(衣)’로 써서는 안 되잖아.”

양소루가 자세히 보니 글자가 틀리게 쓰여 있었다. 그냥 가지고 가면 사람들에게 비평을 받을 것이 분명하였다. 임금을 업신여겼다는 죄명을 뒤집어 쓸 게 자명하였다. 그렇다고 가지고 가지 않으면 자희태후의 노여움을 사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가져가는 것도 아니 되고 놔두는 것도 아니 되는 상황이었다. 양소루는 어쩔 줄 몰라 두려움에 식은땀이 흘렀다.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자희태후도 양소루에게 잘못 쓴 글자를 가져가도록 할 수도 없고 다시 쓰기도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이련영이 머리를 잽싸게 굴린 후 하하하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태후님의 복(福)은 세상 누구보다도 한 ‘점(點)’이 더 많으신 게야!”

양소루가 듣자마자 머리를 굴려 급하게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

“태후께서 복이 많으십니다. 만인지상의 복을 노재가 어찌 감히 가져갈 수 있겠나이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자희태후는 그 말을 듣고는 자기도 그 기회를 틈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면서 말했다.

“좋다. 이틀 후에 다시 써주도록 하마.”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이렇게 이련영은 두 사람의 어정쩡한 상황을 해결해 주었다.

이련영의 임기응변의 교묘함은 어떤 일을 구실삼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잘못된 것을 그대로 계속 밀고 나갔다.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바로 잡거나 부인했다면 올바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었다. 잘못 쓴 글자를 원래 의미와는 다른 제대로 된 뜻이라 강변하면서 어색한 국면을 ‘원만’하게 해결하였다. 참 교묘하기 그지없는 임기응변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이련영(李蓮英, 1848~1911), 원명은 이진희(李進喜), 청(清) 함풍(咸豐) 5년에 태감이 됐다. 자희(慈禧)태후는 연영(連英)이란 이름을 하사하였다. 속칭 연영(蓮英)이라 한다. 자희태후 때 모든 것을 통관했던 환관이다.

2) 자희(慈禧, 1835~1908), 효흠현황후(孝欽顯皇后), 예허나라(叶赫那拉) 씨, 함풍(咸豐) 황제의 비빈(妃嬪), 동치(同治) 황제의 생모다. 청나라 말기의 실질적인 통치자였다.

3) 양소루(楊小樓, 1878~1938), 이름은 삼원(三元), 경극 무생(武生)의 연극인이요 양파예술(楊派藝術)의 창립인이다. 양월루(楊月樓)의 아들로 안휘(安徽) 회녕(懷寧) 사람이다. 당시에 매란방(梅蘭芳), 서숙암(余叔岩)과 더불어 ‘삼현(三賢)’으로 불렸다. 경극계 대표인물로 ‘무생종사(武生宗師)’라 칭송받았다.

4) 명청(明淸) 시대의 환관, 청대(淸代)의 무신(武臣)이나 만주족이 황제에게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5) 홍복제천(洪福齊天), 황제에게 사용했던 ‘지고무상(至高無上)의 복’이란 말이다. 더할 수 없이 크나큰 행복, 무상(無上)의 행복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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