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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고집에 폭염 속 블랙아웃 걱정하는 현실[양재찬의 프리즘] 기업 · 공공기관에 전기 아껴 쓰라는 정부
전력 대란 막으려면 안정적 공급이 우선...에너지 정책 중 ·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양재찬 대기자  |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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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8  1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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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하지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정비 중이던 원전을 전력 생산에 투입하기도 했다. 아이러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에 낮 시간 중 30분씩 돌아가면서 에어컨 가동을 멈추도록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업들에는 전기 사용을 줄이면 보상금을 주는 ‘수요반응(Demand Response)’ 제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여름 더울 때 에어컨을 끄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도 생산라인 가동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은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다.

에어컨 가동중단이나 전력사용 감축 요청은 2013년 이후 8년 만의 이례적 조치다. 여유 전력을 나타내는 전력예비율은 1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일부 발전소가 고장 등으로 멈춰 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정전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평소 20~30%를 유지하던 전력예비율이 7월 둘째주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험주의보다.

올여름 전력수급 불안은 2017년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의 아집에 갇힌 문재인 정부가 자초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대로라면 신한울 1ㆍ2호기와 신고리 5호기, 월성 1호기 등 원전 4기는 현재 가동하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으로 이들 원전의 가동이나 준공이 차질을 빚었다.

2022년 11월까지 가동될 예정이었던 월성 1호기가 2019년 조기 폐쇄됐다. 경제성 조작 논란을 빚은 그 원전이다. 원전 총 24기 중 8기가 예방 정비나 안전조치 미흡을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다. 특히 한빛 4호기는 4년째 정비 중으로 고의적인 늑장 부리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지난해 4월 27번째 원전으로 준공된 신한울 1호기는 15개월 동안 운영허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 9일 비로소 허가가 났지만, 8개월 간 시운전을 거쳐 내년 3월에나 상업운전이 가능하다. 지난해 완공과 함께 허가했다면 지금 하루 1400㎿ 전기를 생산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 총 발전가능량(9만8697㎿)의 1.4%에 해당한다. 전 정부의 전력수급 계획대로 신한울 2호기, 신고리 5호기까지 가동되고 있다면 전력 위기는 없을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재가동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재가동 대상인 석탄화력발전소 네곳 모두 오래돼서 대기오염 배출이 심한 사업장들이었다. 이런 석탄발전소를 다시 돌리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0)’ ‘한국판 뉴딜’을 선언한 정부 정책에 배치된다. 

   

폭염으로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하자 정비 중이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21~23일 전력 생산에 투입했다. 여론 수렴과 절차를 무시한 채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더니만, 전력 공급이 달릴 위기에 처하자 적폐 취급을 해오던 원전에 손을 내미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2011년 9ㆍ15 정전 사태는 예비전력이 4000㎿ 아래로 떨어지자 정부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한 사전 조처로 예고 없이 지역별 순환 단전을 실시하면서 발생했다. 순환 단전은 오후 3시부터 30분 단위로 5시간 가까이 시행됐다.

곳곳에서 엘리베이터에 승객이 갇혔다. 공장 생산시설이 멈추고, 금융회사 업무가 중단됐다. 야구장 조명이 꺼져 경기가 중단됐다. 대학에선 수시모집 원서 처리를 못해 마감을 연장했다. 일부 지역에선 도로 신호등까지 꺼졌다. 그만큼 정전 사태는 기업 활동과 서민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열대야를 동반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올 여름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강화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며 가정 내 전력 소비가 많아져 국민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이 더 크다. 전력 수요가 정점을 찍는 8월 중순의 고비를 블랙아웃 없이 넘기려면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째 멈춰 서 있는 한빛 4호기 등 정비 중인 5기 원전 중 일부를 추가로 재가동해야 할 것이다. 

   

전력대란을 막으려면 기본적으로 공급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국가의 전력ㆍ수급 계획은 산업 발전과 사업체 가동에 필수적인 에너지의 수요공급 전망과 확보 대책,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망라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의 근간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5년 임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해선 곤란하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전력을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저부하’ 전원으로선 한계가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인해 전력수급 문제는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탈원전을 포함한 중장기 전력수급 정책을 국내외 환경 변화와 현실에 맞춰 다시 다듬을 때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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