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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제주]강창완·김은미 부부, 제주의 새 보호·연구

 

생물권보전지역 제주는 새의 천국이다. 텃새 50여종을 비롯한 매년 330여종의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도 한다. 이렇게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새를 연구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새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외로 나가야 가능하다.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식물처럼 특정장소에 있는 것도 아니다. 새들은 날아다니고 인간을 피하기에 연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새가 좋아서 새를 관찰하고 연구하다 부부의 연을 맺은 청춘 남녀가 있다. 이 부부의 삶에서 새를 빼고는 얘기가 안 될 정도로 조류연구가들 사이에서는 ‘새 부부’로 통한다.

 

강창완(46)·김은미(38) 부부는 탐조(探鳥)를 나갔다가 만나 부부가 됐다. 부부가 되고도 제주 최대 철새도래지인 제주시 구좌읍 하도철새도래지 인근에 허름한 빈집에서 신혼살림집을 차리고 매일같이 새 관찰에 몰두했다. 한마디로 새에 미쳤기 때문이다.

 

강씨 부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작업 인부 정도로 착각하기도 한다. 일상복이 작업복이기 때문이다. 초록색 조끼에 건빵주머니가 달린 바지, 등산화, 얼룩무늬 모자. 이들의 일상복이다. 아내 김씨는 화장조차도 하지 않는다. 자연미 그대로다.

 

최근 바꾼 차량도 픽업 SUV다. 짐칸에 사다리, 스코프, 삼각대, 촬영장비, 위장막 텐트 등 각종 장비와 도구를 싣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한 돈 보다 새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사실상의 생계였던 강씨 부부의 두 가지 ‘인연’의 과정은 어땠을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언제이고, 결혼은 언제 했는가?

 

김은미(김)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겨울이다. 새를 같이 연구했던 친구와 탐조를 갔다가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로부터 인근에서 새를 구조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새를 구조하고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에 있는 조류보호센터에 갔다가 남편을 만났다. 센터는 남편의 형이 한국조류부협회 지회장을 하고 있는 곳인데 당시 남편도 같이 근무했다. 관심사가 같아 계속 연락하고 같이 탐조하러 다녔고, 그러다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강창완(강) 속도전이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모르지만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빨리 결혼한 것 같다.

 

-결혼 후 특별한 직업도 없이 조류연구 활동을 계속했을 것인데, 생계는 어떻게 해결했나?

 

결혼 후 매일 탐조를 할 수 있는 하도철새도래지 인근에서 신혼집을 차리기로 했다. 마침 빈집이 있어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공짜로 약 3년 정도 살았다. 허름한 집이었지만, 아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조 변경도 무료로 했기 때문에 살만했다. 특별히 경제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농사도 간간히 지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도움으로 크게 생계에 어려움은 없었다. 아내도 공부를 계속했지만, 탐조객을 대상으로 교육도 해 강의료를 받은 것으로도 생계를 이어갔다. 탐조를 하려면 차량도 있어야 하는데 처남이 차를 바꾸면서 쓰던 차량도 내줬다. 하지만 차량만 있으면 뭐하는가. 기름이 없었는데. 다행히 새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던 터였고, 그들도 우리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도움을 많이 줬다. 이후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면서 다소 사정은 나아졌다.

 

부부는 생계를 위한 돈을 버는 것은 두 번째 문제였다. 탐조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이 생기면 우선 기름값에 보탰고, 사진 촬영하는데 썼다. 새는 하도철새도래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새를 연구하는 데에는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록하는 것도 중요해 새를 연구하는데 사진은 필수이다.

 

-원래 조류에 관심이 많았는가?

 

부친이 어렸을 때부터 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어릴 때 맹금류를 구조했다가 풀어준 적도 있다. 여새 종류에 대해 아버지가 하신 말씀들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부친은 농사일, 목수일, 양계일을 했지만 사진도 찍었기 때문에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학진학 후부터 육지에 살다가 부친이 건강이 좋지 않아 내려와 자연다큐제작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조류에 관심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새에 관심이 많았다. 산과 밭이 늘 놀이터였다. 학교를 다닐 때에도 걸어 다녔기 때문에 새는 항상 주위에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보면서 항상 야외로 돌아다녔다. 하지만 대학진학은 정작 다른 인문계열이었다. 4년간 학사일정을 마치고 나서 자연을 다시 그리워했다. 그래서 생물학과에 다시 입학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자연하면 떠오르는 것이 새였기 때문에 공부의 대상도 자연스럽게 새가 된 것이다.

 

강씨는 서귀포시 하원동이 고향이고, 김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1리가 고향이다. 시골이라서 늘 자연과 함께 한 촌놈과 산골소녀였던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어쩌면 자연스럽게 새는 친근함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제주에서의 조류 연구의 의미를 말하자면?

 

제주도는 국토 최남단이다. 시작점이자 끝점이다. 섬이지만 다양한 생태환경을 이루고 있고, 한라산이 있기 때문에 육지부와 달리 다양한 야생동물상을 나타낸다. 특히 조류의 이동루트에 있기 때문에 수많은 이동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섬 하나로 봤을 경우 종 다양성부분에서 제주도가 최고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에서의 조류 연구는 타 지역에 비해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에 심심찮게 출현하고 있다.

 

하도철새도래지 인근에 거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탐조를 오면 가서 말을 걸고 같이 정보도 교환했다. 그 때 알게 된 사람들은 지금도 친해 같이 모임도 하고 네트워크도 형성해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365일 중 350일을 탐조했다. 그랬기 때문에 조류학자들도 만났고, 사진기자나 방송 카메라기자들도 많이 알게 됐다.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이다. 현장에서 관찰하는 사람들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방송에 출현하게 됐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006년 ‘주머니 속 새 도감’을 발간하면서 부터다. 부부가 새 도감을 만들었다는데 대해 뉴스가 된 것이다. 당시 ‘새 부부’라는 별칭도 얻게 됐다. 그 책은 2년에 걸쳐 모두 4000부를 찍었다.

 

-펴낸 책 중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도 있다는데, 어떤 책인가?

 

아이를 임신하고 우리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하나 만들어주고 싶었다. 또 국내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던 책이 없었다. 그래서 2009년 12월에 ‘애들아 새보러 가자’를 만들었다. 처음에 1000부를 찍었는데, 다음해에 출판사로부터 더 찍자고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냐 했더니, 이 책이 2010년도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소식을 출판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도감 2번을 펴내면서 참 보람된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촬영한 것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지만, 누군가에게 새를 탐조하는데 도움이 됐다니 말이다. 우리부부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정리하면서 미흡한 부분에 대한 계획도 세우게 됐으니까.

 

그 동안 제주의 텃새나 철새들을 정리한 도서는 없었다. 당시 270~300종에 이를 것으로 추산만 될 뿐이었다. 이들 부부는 거의 매일 탐조를 다니면서 제주에서 모두 378종의 새를 관찰했다.

 

-새와 관련된 단체에도 가입돼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현장을 위주로 새를 관찰하는데 사진과 영상은 필수다. 그래서 야외에서 관찰하고 사진과 영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가 좋은 사람들’이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었다. 그게 전신이 돼 2007년 9월 ‘(사)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를 창립했다. 회원들은 조류 이동시기에 마라도를 비롯한 도내 전역에서 조사를 벌이고, 일반인을 상대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또 탐방프로그램도 운영하고, 교육용 책자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기록된 조류 전 종을 가지고 만든 ‘제주 새 도감’도 펴냈다. 이 도감에는 조류 385종이 들어가 있다. 센터에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 30명을 비롯한 150여명이 가입돼 있다. 조류에만 국한되지 않고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등의 분야도 있고, 환경연구단체도 있다.

현재 김씨는 센터장으로 강씨는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탐조를 매일 같이 나서면서 의견 충돌이나 다툰 적은 없었나?

 

물론 다툼도 다소 있다. 우리 부부는 탐조하는 방식이 다르다. 남편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새를 관찰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때문에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게 목적이기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그걸 남편이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탐조를 다닐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일이 다반사다.

 

현재 강씨는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자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씨는 난대산림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김씨는 출산 후 잠시 공부를 접고 생계를 위해 직업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강씨가 생계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강씨도 방송사나 외주업체의 자연다큐멘터리 제작에 영상을 제공하거나 참여하면서 벌이를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물론 새를 관찰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동시에 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일에도 소홀함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번듯한 장비가 부족해 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틈틈이 좀 더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좀 더 좋은 영상을 촬영하는 작업에 나서 내 이름으로 만든 번듯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석사까지는 했지만, 박사를 아직 못했다. 공부는 중단했다. 일단 육아와 생계에 치중할 것이다. 아이까지 생기니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물론, 남편과 탐조도 틈나는 대로 나설 것이다. 그러나 중단한 공부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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