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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적인 언어로 상사에게 간언하라 (2)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73)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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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17  1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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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秦漢)이 바뀔 때 유방(劉邦)은 군대를 거느리고 함곡관(函谷關)을 넘어 함양(咸陽)에 입성하여 진 왕조를 멸망시켰다. 유방이 진 왕조 황궁에 들어서서 웅장하고 화려한 궁실을 보고 미녀와 진귀한 보물이 부지기수라는 것을 알고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궁에 남아 황제가 된 이후의 즐거움을 향유하고 싶었다. 유방을 따르던 초야 출신 번쾌1가 그걸 알아채고는 노기등등해 책망하였다.

   

“패공(沛公), 천하를 얻으실 요량이십니까 아니면 부자가 되고 싶으신 겝니까? 황궁에 있는 모든 것은 진의 천하를 멸망케 만든 것입니다. 폐공께서는 패상(霸上)으로 급히 돌아가셔야 합니다. 절대 황궁에 남아서는 아니 됩니다.”

유방이 듣고는 반감이 일어 불쾌한 얼굴을 하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얼마 없어 장량2이 도착해 유방에게 말했다.

“진나라 왕이 탐욕스럽고 포악하여 인심을 얻지 못했던 까닭에 폐공께서 오늘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천하를 위하여 폭군을 제거한 바에야 검박한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마땅합니다. 지금 함양에 들어서자마자 진나라 왕처럼 향락을 누린다면 악인을 도와 나쁜 일을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하는 데에는 이롭습니다. 폐공께서는 번쾌의 권고대로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결국 유방을 설복시켜 패상으로 군대를 회군하면서 초한(楚漢)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장량과 번쾌는 함께 유방을 비평했지만 두 사람의 표현 방식이 달랐고 효과도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앞서 진을 멸망시키려 입관했기에 공을 세워 이름을 날렸고 뜻이 이루어져 득의만만한 때라 귀에 거슬리는 충언을 유방이 제대로 들으려 했겠는가. 초야 출신인 번쾌는 그런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반어법을 쓰면서 비난하는 뜻을 품고 있었으니, 유방이 반감을 가지고 그의 의견을 내버려 두고 상관하지 않았다.

반면에 장량의 비평은 진나라가 어떻게 멸망하였고 유방이 어떻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지를 분석한 후에 총괄적으로 환락을 탐한 결과라 총결하고는 마지막으로 번쾌의 의견이 합리적이라 긍정하였다. 장량의 분석은 유방의 심리상태와 들어맞은 듯이 파고들었다. 유방이 관심을 두고 있는 성패의 문제를 강조한데다가 말투도 완곡하여 듣기 좋았으니, 비록 비판적인 의견이었지만 유방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설원(說苑)·정간(正諫)』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기에 오왕(吳王)은 초(楚)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는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을 대비해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가 초나라를 공격하는 데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누구든 죽일 것이다.”

그러자 대신들 대부분은 감히 나서서 공격 계획이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못했다. 초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오나라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였다. 오왕 궁정 근신 소유자(少孺子)가 오왕에게 간언하려고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어느 날, 오왕이 아침 조회를 하는데 소유자의 온몸이 흠뻑 젖어있는 것을 보고는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소유자가 답했다.

   

“신이 탄궁을 들고 뒤편의 화원에서 새를 잡으려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잊을 수 없는 관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매미 한 마리가 나무 위에서 처량하고 날카롭게 울면서 이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미 뒤에서 사마귀 한 마리가 몰래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매미를 아침식사로 삼기 위하여 사마귀는 몸을 굽히고 발을 들고는 농밀한 가지를 따라서 한 걸음 한 걸음 매미 가까이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미도 알아차리지 못한 게 있었습니다. 마침 꾀꼬리 한 마리가 멀지 않은 나뭇가지 사이에 숨어서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사마귀를 쪼아 먹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꾀꼬리는 목을 길게 뻗어 재빨리 사마귀를 입속에 넣으려 하면서도 소신이 탄궁으로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꾀꼬리도 끝나는 것이지요. 그 세 동물은 그저 앞만 보고 뒤는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처지는 위험하기 그지없었지요. ……소인은 그런 재미있는 장면을 보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고 있다가 온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오왕은 소유자의 말을 듣고는 불쑥 경계심이 일었다. 동시에 소유자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각별하게 쓴 소유자의 마음을 읽고는 초나라를 공격하려는 계획을 포기하기로 결정하였다.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소유자는 본래 오왕의 잘못된 계획을 비판하려 했으나 오왕의 위엄과 그가 내린 명령을 감안해 직접적으로 비평할 수 없었다. 이에 세 마리 동물을 이용하여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뒤에 화가 미친다는 것을 모른다는 비유로 오왕을 일깨우면서 자신의 비평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소유자는 실로 비평 예술을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비평 의견을 이야기 속에 담아 자신의 목숨도 보존하고 충언도 했으니.

가장 적절하게 비평의 말을 운용하는 것이 비평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번쾌(樊噲, BC242~BC189), 패(沛) 출신, 빈천한 출신으로 젊었을 때에는 개고기 장사를 업으로 했다. 서한(西漢)의 개국공신이요 대장군, 좌승상(左丞相)을 역임한 유명한 장수다. 여후(吕后)의 매부로 한고조 유방(劉邦)의 신임을 받았다. 나중에 유방이 장도(臧荼), 노관(盧綰), 진희(陳豨), 한신(韓信) 등을 평정할 때 유방 휘하의 가장 용맹한 전사였다. 홍문연(鴻門宴)에서 한고조 유방을 구출하였다. 무양후(舞陽侯)에 봉해졌고 시호는 무후(武侯)다. 사천(四川) 선한(宣漢)현에 번쾌(樊噲)진이 있다.

2) 장량(張良, BC250~BC189), 자는 자방(子房), 한국(韓國)〔현 하남 신정(新鄭)시〕 사람이다. 진(秦)나라 말기 한(漢)나라 초기의 모신(謀臣)으로 한신(韓信), 소하(蕭何)와 ‘한초삼걸(漢初三傑)’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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