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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불평등… 세계화의 민낯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바벨 (8)
김상회 정치학 박사  |  sahngwhekim53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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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0.15  15: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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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젊은 사업가는 어느날 기분을 전환할 겸 혼자 모로코로 사냥여행을 떠난다. 아이를 잃은 미국 부부 리차드도 상심을 달래려 모로코로 여행을 떠난다.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 가사도우미 아멜리아는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멕시코로 간다. 모두들 참으로 간단하고 쉽게 ‘국경’을 넘나든다. 하지만 국경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 국경을 넘나드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리차드 부부는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모로코 사막지대를 지나다 난데없는 총격을 당한다. 그리고 이 소식은 거의 실시간으로 CNN을 통해 전세계로 발신된다. 일본 카페에서 노닥거리던 농아 여고생 린코도 무심하게 뉴스 화면을 본다. 물론 그 사건이 바로 자기 아버지가 모로코 여행에서 남기고 온 사냥총 한자루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 턱이 없다. 

멕시코 결혼식 피로연회장 TV에도 파티의 손님들이 흥겹게 춤추는 가운데 모로코에서 공격당한 미국인 부부 뉴스가 돌아간다. 가사도우미 아멜리아도 흘낏 뉴스화면을 보지만 피격된 부부가 자신의 고용주라는 걸 알 리 없다. 

모로코 오지 마을에서 사경을 헤매는 아내를 돌보던 리차드도 자신의 소식이 나오는 CNN 라이브 뉴스를 접한다. ‘세계화’의 모습이다. 사실상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세계가 그야말로 ‘지구촌’이 돼버렸다. 세계화와 함께 전세계 소식을 한 마을 소식처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CNN의 전성시대가 된 셈이다. 

CNN은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현장, 중국 천안문 사태 현장, 그리고 1991년 걸프전 개시를 알리는 무시무시한 미사일 폭격 현장을 이웃집에서 벌어진 소동을 전하듯 실시간으로 전세계 오지까지 전달했다. CNN이 송출하는 화면 하나하나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CNN이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이 돼간다.

돈도 사람도 가볍게 국경을 넘나들고, 이제는 전파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국경을 넘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저하게 국경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했던 돈과 사람, 그리고 전파에 더 이상 장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과 정보, 그리고 사람들이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며 세계화가 심화한다.

   
▲ 멕시코 가사도우미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국경에서 곤욕을 치른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러나 자본과 정보의 이동에 있어선 무의미해진 국경이라는 것이 사람이 이동할 땐 호락호락하지 않다. ‘잘사는 나라’ 미국, 일본의 여유로운 사업가, 여행객들에게는 모든 ‘국경’이 참으로 관대하다. 

그러나 ‘못사는 나라’의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까지 모든 나라가 관대한 것은 아니다. 멕시코에서 건너와 미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아멜리아와 그녀의 조카 산티아고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 땅으로 돌아가는 건 자유롭지만, 멕시코에서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모든 멕시코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전제하는 듯한 까칠한 미국 국경 경찰에게 분노한 산티아고는 결국 국경에서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모두가 세계화 시대를 찬미하는 21세기의 불편한 진실이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고 해도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국경’의 장벽은 여전히 높고도 엄중하다. 이들은 어떤 명분으로 입국하든 ‘기생충’의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여행 비자(visa)를 면제해주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미국 국경 경찰의 눈에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아멜리아와 산티아고는 미국의 일자리를 훔치러 들어오는 ‘잠재적 범죄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탈레반 반군에게 함락되면서 수많은 난민이 필사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외국의 국경을 넘으려 하지만 간단치 않다. ‘가진 것 있는’ 아프간 사람들은 이미 외국에서 받아줬겠지만 카불 함락 때까지 떠나지 못했던 ‘가진 것 없는’ 아프간 사람들을 선뜻 받아줄 나라는 찾기 어렵다. 이들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

   
▲ 아프간에서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지만, 이들을 받아줄 나라는 거의 없다. [사진=뉴시스]

프랑스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 외국노동자의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아슬아슬하다. 독일에 집단적으로 이주한 500만명에 달하는 터키계 노동자의 문제도 독일 사회의 불안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안타깝지만 어떤 계기만 마련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잠재적 범죄자’에서 ‘범죄자’로 돌변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모두 자신들이 필요해서 수입했지만 노동력이라는 것은 부족한 재화의 수입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번 수입한 노동력은 물건처럼 쉽게 폐기처분할 수 없다. 수입 재화는 창고나 공장에 얌전히 있지만 수입 ‘노동력’은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잘사는 나라’가 되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질적인 그들이 우리 사회에 야기하는 크고 작은 문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자본도 정보도 세계를 국경 없는 ‘지구촌’처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력’과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세계는 국경 없는 ‘지구촌’이 아니다. 세계화의 완성이란 자본과 정보,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국경이 사라진 세상일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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