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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7)

“중앙박물관에서는 늘 검은 양복 아저씨가 다가오지. 카메라를 손에 들면, 플래시는 안됩니다~. 가방에 있던 물을 마시려 하면, 나가서 마시고 들어오세요~.“

 

한 네티즌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국립중앙박물관 만찬과 관련해 올린 글이다. 그는 “박물관의 새 상식 패러다임을 제공해준 김 여사께 감사한다”며 말을 비틀어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외국 정상 부인들을 대통령 부인이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초청해 저녁 한 끼 먹은 것이 문제가 됐다. 기획전시실에서 식사를 하면서 한 쪽 벽에 백자ㆍ분청사기 등을 전시한 게 화근이었다.

 

한 역사학자가 곧바로 SNS를 통해 강하게 비난했다. “어떤 사람이 박물관 전시실에서 국보급 문화재들을 늘어놓고 만찬을 하겠다고 하면, 그가 누구든‘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순간에 대통령 부인이 미친 사람이 돼 버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해명에 나섰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도 전시공간을 이용한 만찬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유리 벽장 속에 유물을 전시하였기 때문에 훼손될 우려는 전혀 없었다.” 박물관의 휴게공간이나 으뜸홀은 외국 정상의 배우자들 만찬 장소로 품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마침 비어 있던 기획전시실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논란은 이어졌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소중한 우리 문화재가 일개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고 했다. 유물이 식탁에서 앉은 채 바로 보이게 하려고 무리하게 전시실을 개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전시실의 만찬장 이용에 대해 박물관 직원 중 아무도 “안된다”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며 개탄했다.

 

이번 논란에선 쌍방 간 무리한 주장이 엇갈렸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역사학자는 “박물관은 어두침침합니다. 빛조차 유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온도ㆍ습도ㆍ냄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날 진열장에 전시된 유물은 모두 도자기였다. 온ㆍ습도나 빛ㆍ공기오염 등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유물들이다. 유약을 발라 1000도 이상 온도로 구워 만든데다 원래 화초ㆍ음식ㆍ술 등을 담던 용기가 아니던가.

 

황 소장은 19세기 초 유럽인에 의해 성적 전시물로 전락한 아프리카 여인 ‘사르키 바트만’을 예로 들면서 박물관 만찬을 비난했다. 전근대적인 인종차별 사건에 비교한 건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이런 주장에도 네티즌들은 동조했다. 왜 이렇게 흥분한 걸까. 중앙박물관은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 때도 만찬장으로 이용됐다. 당시 경주 황남대총 출토 유물과 오리모양 토기가 만찬장에 전시됐다. 세계 유력 인사들에게 짧은 시간에 우리 문화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부인들 만찬장에선 박물관 유물들이 전시품이 아니라 만찬장의 장식품처럼 이용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유물들은 주위가 특별히 커튼으로 꾸며진 진열장 속에서 만찬장 뒷배경이 된 느낌이 들었다. 박물관 전시실을 개조까지 하면서 외국인 접대에 나선 것이 문화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

 

외국박물관의 만찬은 목적성이 뚜렷하다. 박물관을 위한 기금 마련에 도움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자리다. 로비에 만찬 테이블을 놓고 만찬 시작 전에 유물을 둘러본 후 다시 로비로 돌아와 음식을 먹는 형식이 대부분이란다. 외국 정상들이 왔다고 박물관 속까지 통째로 내놓진 않는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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