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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헌의 법률 이야기(5)

매일 제주교도소를 가다시피 한다.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제각각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구속될만한 사연을 가진 사람도 있고, 교도소에 안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많은 시간을 같이 하다보면 처음 만났을 때 느껴졌던 절박함이 옅어지면서 어느 순간 평온(적어도 그래 보이는)해진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암담함에 절절 매던 사람이 극한의 터널을 빠져나와 마주 앉은 사람에게서 조금이나마 여유가 느껴질 때 변호사는 안도하는 마음이 된다. '이제 합리적인 조언이 받아들여지겠구나'라고 느껴지고, 그러면 무리한 선택은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속도가 한계를 넘으면 드라이버도 동승자도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일단 구속이 되면 그 환경에 맞는 패턴을 따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패턴을 벗어나는 요구(대개 구속이 되자마자 석방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는)는 열 중 여덟 아홉은 실패로 돌아간다.

'세상이 그런 것 같다.'

실수와 과욕으로 제법 큰 돈을 날렸을 때, 신속히 만회할 욕심에 합리적 판단을 못하고 다시 고위험을 무릅쓰는 우를 범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위로 하면서...

나는 그 때 과욕과 실수를 받아들이고 나를 최대한 낮추고 돌아봤어야 한다. 마음으로부터 그릇 하나(욕심) 는 깨트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안했다. 그 그릇을 안고 가려다 곁에 있던 그릇들도 같이 깨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되었다.

비단 돈 문제가 아니라도 슬럼프가 많이 있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극복이 된다. 돌아보면 늘 빨리 슬럼프를 벗어나려고 애쓰고 그게 과욕의 결과로 이어져 슬럼프가 좀더 깊어지고 슬럼프 상황은 더 늘어져가는 악순환을 참 많이도 겪어왔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슬럼프를 벗어나려는 그 몸부림들이 참으로 졸책이었다는 것에 쓴웃음이 나온다.

인생의 법칙 같은 것!!!!

어떤 상황에 처하여 그게 본인의 과오에서 빚어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루어야한다. 그 걸 받아들이고 그 치루어야할 대가들이 인생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도록 마음으로 받아들여야한다. 아프고 쓰려도....

요즘 접견을 다니면서 상황 변화에 힘들어하는 그 친구들에게 그냥 시간이 흐르도록 내버려두라고 말을 한다. 내 말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할 수 없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그러다 보면 길이 보일테니까'
 

 

☞ 구자헌은?= 제주 출생, 오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1997년 사법시험(39회)에 합격해 2000년 사법연수원(29기)을 수료했다. 2005년까지 대전ㆍ대구(상주)ㆍ인천ㆍ부산 동부지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다. 이후 부산,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1년 봄 제주에서 법률사무소 부경을 개업했다. 제주도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초임검사 시절 선불금을 갈취했다며 사기죄로 고소 당한 탈매춘 여성들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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