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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제주] ‘음악사랑 온새미’, 노래 부르며 제주어 보급
“아이돌 그룹 부럽지 않아요”…바쁜 공연일정에도 틈틈이 자원봉사도

 

그냥 노래가 좋았다. 혼자 부르는 것보다 여럿이 부르면 더욱 재미있다. 그래서 삼삼오오 만나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보니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어!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인데….’ 회원의 아내와 아이들도 어엿한 일원이 됐다. 가족들이 회원이고, 가수다.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다. 봉사활동도 하게 됐다. 이젠 노래와 봉사를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근데 이들의 노래는 제주사람에게는 친숙하다. 친숙하다 못해 정겹기까지 하다. 잊히는 줄 알았던 제주어(제주사투리)다.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 잉꼬부부, 비둘기 가족들이 모였다. 이들은 제주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음악사랑 ‘온새미’(회장 김문영)다.

 

‘온새미’는 ‘늘 변함없이 한결같다’는 순 우리말 뜻을 지니고 있다. 온새미는 김문영(52)씨와 총각 3명이 모여 결성한 ‘우륵소리’가 전신이다. 우륵소리는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아 길거리에서 노래하고, 여름철 해변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우륵소리는 총각들이 잇따라 결혼하면서 활동이 주춤해졌다. 그러던 중 제주시청 청사관리계에 근무하던 문영씨가 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목요콘서트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다시 모임이 결성됐다. 시청직원과 농협제주지역본부 제주시청출장소 직원들이 모였다. 송동훈(54) 연세피부과 원장도 합류했다. 더불어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 직장인들도 모였다. 이렇게 2010년 8월14일 ‘온새미’는 태어났다.

 

   
▲ 지난해 여름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서 공연하고 있는 온새미.
사라져가는 ‘제주어’,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의 언어’를 지켜야

 

온새미는 제주어로 된 노래를 부른다. 사라져가는 위기의 제주어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제주어로 된 노래를 보급하고 있다. 제주어 시를 노래로 만들들어 제주어를 널리 알린다. 기존의 노래가사를 제주어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국어학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제주어를 영원히 보전하고 또 계속 활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영씨가 온새미의 활동 취지를 설명했다.

 

온새미가 만든 노래는 지금까지 모두 8곡이다. 이중 시인이 직접 노래로 만들어 달라고 한 곡도 있다. 양전형 시인의 ‘저슬밤 돔박매’, ‘산자고’와 이태수 시인의 ‘오름연가’, ‘올렛길연가’, ‘섬돌이 간이역’이 바로 그것이다. 정신지체장애 1급의 이승일씨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탄생한 ‘보름달’이 그 곡이다.

 

 

회원 중에는 최근 시인으로 등단해 작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시청 공보과에 근무하는 시인 강봉수(49·공보담당)씨는 ‘와리지 맙써’를 써냈다.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의 ‘쇠죽은 못’의 전설을 배경으로 만든 곡이다.

 

“3일 동안 갈아야 할 밭을 하루에 다 갈려고 하다가 소를 죽여 먹었다. 또 곤떡을 한꺼번에 먹으려다 저승 갈 뻔한 이야기다. 성급히 일을 처리하다가 탈날 수도 있기에 ‘서두르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영씨가 성질이 좀 급하다. ‘와리지 맙써’를 만들면서 더 ‘와리는 것’(서두르는 것) 같다고 회원들이 말한다. 모일 때 마다 회원들은 문영씨에게 ‘와리지 말라’(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봉수씨가 웃으며 말했다.

 

‘지슬밤 돔박매’는 문영씨의 삶이 녹아있다고 한다.

 

“양전형 시인의 시다. 한 중년 남자가 눈이 오는 날 밤 하염없이 걷다가 눈이 소복이 쌓인 한 동백꽃을 응시한다. 갑자가 동백꽃이 이 남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 시를 받아드는 순간 사업에 실패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너무 힘들었었는데 하루 종일 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밤새 고민하다 잠도 안자고 곡을 써냈다. 노래를 부를 때면 힘들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문영씨가 과거를 회상했다.

 

“문영씨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눈이 그윽해진다. 꼭 눈물을 흘릴 것 같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힘든 시절을 부르는 것 같다” 옆에 있던 김경범(41)씨가 거들었다.

 

   
▲ 노인보호 시설에서 자원봉사 공연을 하고 있는 온새미
아이돌 그룹 부럽지 않은 제주의 ‘인기 그룹’

 

공연도 자주한다. 창립 이후 회원인 강혁재(50)씨가 운영하는 모구리 카페에서 올레꾼들을 위한 공연도 했다. 이젠 매주 주말에는 제주시내를 지나는 제주올레 18코스 중 사라봉에서 1시간 정도의 올레꾼들과 시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갖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함덕 서우봉해변에서 ‘제주어 노래보급 2011온새미음악회’라는 독자적인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웃사랑 자선음악회도 벌여 모금한 금액을 모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공연이 많아지다 보니 에피소드도 있다.

 

“함덕서우봉해변에서 공연을 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마이크가 꺼졌다. 악기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회원들 대부분은 이 사실도 모른 채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다 뒤늦게 알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사회를 맡은 강영호(44)씨가 재치 있게 상황을 넘겨 무사히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병원을 운영하는 동훈씨가 영호씨를 치켜세웠다.

 

다음 달 28일 사라봉공원에서 두 번째 정기공연 ‘제주어 노래 및 시낭송 음악회’를 갖는다. 회원 전부가 참여하게 된다. 여름이다 보니 오후 5시부터 시작한다. 무더위를 피해 공원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다. 물론 노래와 시 모두 ‘제주어’로 이뤄진다.

 

온새미의 명성이 높아지자 초청공연도 잇따른다. 이제는 초청을 받아도 일정을 조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직장을 다니는 회원들이 많아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초청을 수시로 받지만 다 소화해 내기가 힘들다. 그래도 시간을 맞출 수 있는 회원들은 공연에 나선다.” 농협에 근무하면서 합창단으로도 활동하는 홍정임(39)씨가 너스레를 떨었다.

 

   
▲ 온새미와 자매결연한 제주장애인수영동호회가 올해 제주도민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온새미는 수영동호회 회원들을 도왔고, 응원도 했다.
온새미는 음악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봉사활동도 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활동 목적이다. 외롭고 어려운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위해 분기마다 봉사활동을 펼친다. 또 시각장애인들의 야외활동에도 노래 봉사활동도 한다. 지난해 4월5일에는 장애인으로 구성된 제주장애인수영동우회와 자매결연도 했다.

 

“기타를 잡고 있는 강동희(42)씨가 제주장애인수영동우회 회원이다. 그는 지체장애 1급인데 실력이 수준급이다. 수영대회가 있으면 이동을 할 때 도움을 주고, 응원도 한다. 지난해 처음 한 연말 자선음악회는 이들을 돕기 위해 펼친 것이다. 앞으로 연말 자선음악회는 이들만이 아닌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 열 것이다. 노래를 통해 삶의 의욕과 의지를 북돋아 주도록 하는 게 자원봉사를 하게 된 동기다.” 추자도 출신의 이정택(42)씨가 자원봉사 동기를 설명했다.

 

현재 온새미의 가족은 모두 26명이다. 목사, 공무원, 의사, 카페 주인, 농협직원, 법무사 사무장, 의료기사업가, 보험설계사, 음악인, 주부, 대학생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부부가 함께, 자녀와 함께 하는 회원도 있다. 고영남(48), 김경범씨는 부부가 함께 한다. 또 김문영, 송동훈, 박신홍(54)씨는 가족 모두가 화음을 맞춘다.

 

“가족이 함께 노래를 부르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한층 더 화목해 졌다. 무엇인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족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인 것 같다. 노래도 부르고, 봉사활동도 같이 하면서 못 다했던 얘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도 부모를 이해해 준다.” 동훈씨는 그래서 행복하다.

 

   
▲ 연습하는 온새미 회원들
수준급 실력을 갖춘 프로들…부부와 가족이 모두 함께 하는 ‘온새미’

 

기타를 치는 강동희와 김문형(하모니카), 드럼을 두드리는 고영남, 건반을 누르는 고영신(24), 섹스폰을 부는 고관춘(59),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홍정임(기타), 송동훈·박문숙(54) 부부, 김경범(클래식·동요), 이정택(트롯), 김상녀(29). 온새미 회원들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특히 김상녀, 김경범, 홍정임씨는 직장가요제 대상의 주인공이다.

 

온새미의 공연은 악기와 목소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강영호씨의 재치 있는 입담은 공연의 분위기를 돋우게 한다. 또 강혁재, 박신홍씨는 악기의 소리와 목소리를 아름다운 화음으로 만들어 낸다. 기획을 도맡아 하는 강봉수씨는 매해 공연이 단순한 공연만이 아닌 가치 있는 공연으로 만드는데 머리를 짜낸다. 고영남씨의 아내 양경미(46)씨는 온새미의 살림살이를 책임진다.

 

연습 장소는 따로 없다. 그래서 회원들은 각자가 가진 것을 아무런 보상 없이 내놓기도 한다. 그래서 제주시청 공원녹지과 청원경찰이자 목사인 강영호씨는 자신의 교회를 선뜻 연습장으로 허락하기도 한다.

 

이들은 내년쯤에는 지금까지 만들어 낸 노래를 음반으로도 낼 계획이다. 제주어 보급을 위해 다양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에서, MP3로, 인터넷에서, 집에서,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한 달에 1~2회 모여 꼭 화음을 맞춘다. 이러한 활동은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onsaemigrup)를 통해 전하고 있다.

   
▲ 지난해 제1회 정기공연 연습을 마친 뒤 모인 온새미 회원들.
   
▲ 연습장에 모인 온새미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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