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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필의 세상훑기(9)...하극상 쿠테타 주역들이 지금도?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겠느냐?” 지난주 방송된 TV드라마 ‘무신’에서 최우(정보석 분)가 김준(김주혁 분)이 노예출신이지만 최고 지위까지 오를 수 있음을 내비치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는 당시 반란을 일으킨 노비 만적이 동료들을 선동하면서 한 말로 봉건적 신분질서를 부정하는 폭탄 선언이었다.

 

고려 무신정권(1170~1270) 100년은 하극상(下剋上)의 시대였다. 아래 사람이 윗사람을 수시로 뒤엎었다. 무신들이 난을 일으켜 왕을 죽이고, 25세 청년장수 경대승은 73세 상장군 정중부를 살해하고, 최충헌도 이의민을 죽이고 집권했다. 같은 시기 천민ㆍ노비들도 들고 일어났다. 망이ㆍ망소이의 난, 진주 노비들의 난, 최충헌의 노비 만적의 난 등.  하극상의 연속이었다.

 

당시 하극상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뒤흔드는 변혁의 역동성을 제공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최씨 집권자 등 무인들은 타락했다. 몽고 침략군의 말발굽 아래 백성을 내팽개치고 강화도로 도망쳐 바닷길로 온갖 물자를 공급받으면서 사치를 누렸다. 문신 귀족들 토지를 빼앗아 새로운 대토지 경영방식인 농장(農莊)으로 운영해 큰 부를 쌓았다.

 

현대에 들어 하극상 풍조가 5ㆍ16(1961년)과 12ㆍ12 쿠데타(1979년)로 나타났다. 무력에 의해 집권한 박정희 소장은 자신의 상관인 장도영 육군 참모총장을 해임ㆍ예편시켰고,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병력을 출동시켜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을 체포했다.

 

80년대 대학가에선 한국사 수업 때 무신의 난 및 무신정권을 강의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무신의 난은 고려시대를 전ㆍ후기로 나누는 중대 사건으로 그 시대 파악을 위해선 꼭 알아야 한다. 무신집권기 몽고 항쟁은 민족 저력의 상징처럼 다뤄졌지만 무신정권 자체에 대해선 입조심했다. 서슬 퍼런 군부정권 때문이었다. 혹시 당시 정권과 무신정권을 비교하는 것으로 비쳤다간 신세 망치기 십상이었다.

 

최근 육사 출신 옛 군부정권 실세들이 육군사관학교 사열대에 섰다가 문제가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세동 전 안기부장,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정호용 전 내무부 장관, 고명승 전 3군사령관, 이학봉 전 보안사 대공처장 등 5공 핵심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다른 이들은 생도들의 육사교장을 향한 경례에 박수로 화답했는데, 전 전 대통령은 거수경례한 게 화근이 됐다. ‘참관’아닌‘사열’이 된 것이다.

 

 

5ㆍ18관련 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군사반란, 내란목적 살인으로 국격을 실추시킨 하극상의 전형을 보인 사람들이 육사에서 사열을 했다는 것은 국가의 기강을 흔들고 육사생도들을 욕보인 것에 다름 아니다.”

 

군에서 하극상은 최고 사형에 처하는 중대 범죄다.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에서 반란을 일으킨 경우가 아니고선 상관에게 총을 겨누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런데 정권 장악을 위해 상관에게 총을 들이댔던 이들이 후배들 앞에 섰다.

 

이들 하극상 군인들은 광주민주화항쟁을 유혈 진압한 후 정계에 진출해 정ㆍ관계를 주무르며 민주화를 가로막았고, 기업에 특혜를 주며 엄청난 정치자금을 거둬 들였다. 결코 올바른 군인의 길을 걸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민주적 발전까지 저해했다. 결코 육사 후배들 앞에 자랑스럽게 설 선배는 아니다.

 

드라마 때문에 주목을 받는 김준도 최우의 손자 최의를 죽이고 최고 권력이 되는, 칼을 앞세운 하극상 군인이었다.

 

국격을 실추시킨 이들이 후배들 앞에 선 것도 문제지만 그들이 대접받는 현실을 후배들이 목도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역사는 대한민국에 전진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로 퇴보한다면 미래도 사라진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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