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조한필의 세상훑기(10)...빗나간 현대판 대군은 누가 만들었나?

 #1. 양녕대군(1394~1462)은 친동생 세종(1397~1450)보다 다섯 살 위다. 아버지 태종은 왕위 계승자로 충녕대군(세종)을 택했다. 양녕은 일찍이 세자로 책봉됐으나 자유분방한 생활로 궁중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폐위돼 전국을 누비며 풍류를 즐겼다. 시·서에 능한 그는 동생 세종보다 12년 더 살았다. 그가 죽자 조선왕조실록에 “성품이 어리석고 곧았으며, 살림을 돌보지 않고 활쏘기와 사냥을 즐겼다. 세종의 우애가 지극했고, 그 또한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아 능히 처음부터 끝까지 보전함을 얻었다”고 적었다.

 

 #2. 월산대군(1454~1489)은 친동생 성종(1457~1494)보다 세 살 위다. 성종의 즉위는 할머니 정희왕후(세조비)가 세조 유명을 받들어 시행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인 한명회의 힘이 주효했다. 비정상적 왕위 계승에 낙담한 월산대군은 현실을 떠나 자연 속에 은둔하여 조용히 여생을 보내야만 했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성품이 화려함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시주(詩酒)만 좋아했다…아무리 즐거움이 지극하더라도 법도에 따르고 조금도 실수함이 없었다. 성종과의 우애가 돈독했다.”(조선왕조실록)
 
 두 사람 모두 왕의 적자(嫡子, 본처가 낳은 아들), 즉 대군(大君)으로 왕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동생에게 왕위를 넘기고, 욕심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낮은 자세로 평생을 살았다. 풍류는 즐겼지만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고, 술은 좋아했지만 법도를 따라 생활해 동생이 ‘왕 노릇’하는 데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조선시대 왕과 지금의 대통령을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아버지 잘 만난 덕에 왕위에 오른 봉건시대 군주를 견주는 건 가당찮다. 그러나 그런 절대권력을 동생으로 둔 형의 처신에 있어 비교되는 점이 많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지난 3일 저축은행 금품 수수 의혹으로 대검찰청에 소환됐다.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5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아침 한 신문 1면에 ‘이상득 전 의원 영장 방침’기사가 실리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잘못 표기해 구설수에 올랐다. 네티즌들은 “실수일까, 고의일까”하며 입방아를 찧었다. 절대 고의는 아닐 것이다. 그런 장난을 칠 정도로 언론이 가볍지는 않다. 그렇지만 70, 80년대 유신, 군사정권 시대였다면 편집국장이 남산(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에 끌려가 경을 칠 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도 대통령에겐 불편한 형이었다. 동생 재임 말기에 금융권 청탁을 받고 거액을 챙긴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았고 3억원의 추징금을 물었다.

 

 아무튼 두 대통령이 연이어 형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앞서 소개한 조선시대 두 형은 선순위 왕위 계승권자이었지만 동생이 왕위에 오르면서부터 몸을 낮췄다. 그런데 ‘요즘의 두 형님’은 동생이 대통령이 되면서 ‘영일(포항)대군’ ‘봉하(김해)대군’으로 불릴 정도로 위세를 부리다 검찰 신세를 졌다. 영락없는 정치 후진국의 모습이다.

 

 누구를 탓하랴. 권력에 가까이 접근하려고 대통령의 형을 대군 처럼 받드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이 통하는 게 우리나라인데. 빗나간 현대판 대군을 만든 건 바로 우리란 얘기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