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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의 정치광고 이야기 마지막 편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 언어를, 감성을 덧대던 “별 헤는 밤”은 가까운 옛날에 있었다. 사람과 자연의 소통은 일상이었다. 툇마루에 누우면 별이 쏟아졌다. 혀끝으로 훔친 바람은 달달했다. 어릴 적 기억은 아릿한데, 자연이 오감에 주었던 즐거움은, 느낌은 오래 남는다. 또렷하다.
 
짧은 세월 “눈부신” 경제 성장과 기술 진보를 좇아 사는 폼새도 많이 바뀌었다. 발품보다는 엄지 하나로 웬만한 일을 처리하는 디지털 시대다. 소통방식 또한 그러하다. 면대면 보다는 미디어가 중재하는 의사교환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밥상머리에 마주 앉아 스마트폰과 소통하는 풍경은 낯익다. 대화엔 늘 스타가 감초다. 장동건의 맘보춤이 점심 얘깃거리고, 이대호의 홈런 질주가 안주거리가 된다. 그들의 언어는 트윗 되고, 리트윗 되고, 9시 뉴스 헤드라인으로 뜨기도 한다. 고전적 별은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고, 미디어 스타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과 같이 우리들 일상이 됐다.
 
그래서 정치 영토에서 특히 선거에서는 스타를 필요로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인 스타. 그들의 정치행위는 더욱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 파워의 정치적 변주가 선거판에서 늘 성공적인지는 의견이 갈린다. 2007년 포브스(Forbes) 조사는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특정 스타가 여느 정치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 후보자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설문이었다.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지지하는 후보자는 14% 가량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톰 행크스(Tom Hanks)가 13%,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는 11%,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는 8% 순으로 후보자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반면 톰 크루즈(Tom Cruise)의 지지는 후보자에게 29%나 되는 네거티브 이미지를 안겨 주고, 가수 마돈나(Madonna)가 지지하는 후보는 28% 정도의 부정적 효과를 떠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의 이름값도 나름이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08년 미국 대선은 오프라 윈프리의 정치적 파워를 가늠케 한 선거였다.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Obama)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제치는 데는 윈프리의 오바마 지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경제학자들이 공식으로 산출한 근거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 당시 오프라 윈프리가 지녔던 득표력은 백만 표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과 오바마의 실제 득표 차이는 27만여 표 차이에 불과했다.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도 오프라 윈프리의 영향으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2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단한 스타 파워다.
 
스타는 직접 정치에 뛰어 들기도 한다. 영화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대표적 예다. 레이건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치고 미국 대통령을 연임하며 미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보수 정치인으로 꼽힌다. 아놀드 슈월츠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는 보디빌더에서 영화배우로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었고, 프로레슬러였던 제시 벤츄라(Jesse Ventura)는 미네소타 주지사로 당선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무룡, 신성일, 강부자, 최불암, 이순재, 이주일, 최종원, 문성근, 유인촌 등과 같은 스타들이 국회의원으로, 정당인으로, 장관으로 실제 정치인이 된다. 변신은 자유였지만, 정치인으로써 평가는 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 미국 모두 대통령 선거가 성큼 다가섰다. 여름 끝자락 이면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자가 모두 결정되고 캠페인은 본격 궤도에 오른다, 스타들의 정치 참여도 그 때 즈음 두드러질 것이다. 투표 독려 콘서트, 선거 후원금 모금 행사, 정치광고, 지지 연설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스타의 정치적 멘션도 왕성하리라 본다. 이러한 스타의 참여행위가 단순 이벤트를 훌쩍 넘어서서 정치과정에 긍정적 힘을 부여하는 활력으로 자리매김 하면 좋겠다. 그래서 밥맛 잃은 민주주의에 입맛 돋우는 봄나물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 무능감에 왜소해진 젊은 세대들의 투표참여를 촉매까지 해 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정치광고 얘기 마지막 편이다. 스타가 등장하는 정치광고를 꼽아보았다. 스타들이 어떤 후보를 어떤 양태로 지지하고 있는지 눈여겨보자. 정치광고에 등장하는 스타는 진보진영 후보에 대체로 많은 편이다. 4년 전 미국 대선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은 오바마를 대거 지지했고, 정치광고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97년 김대중 후보의 정치광고에 유독 방송 연예 스타들이 많이 보인다. 스타의 진보적 경향성을 논리로 밝힐 수 는 없다. 목소리가 크고 또렷해서 외연이 실제 보다 커 보일 수도 있고, 진보의 어원인 "liberal(진보)“과 스타의 “liberal(자유)” 추구성향이 맞닿아 그럴 수 도 있겠다. 궁색한 추론이 머뭇거릴 뿐이다.
 
이제 다섯 편의 정치광고를 감상해 보자.
 
다섯 번째, 자전거타이어 편_1992년 김영삼 후보
 
 
 

92년은 텔레비전 정치광고가 우리나라 대선에 처음 도입된 해이기도 하다. 지금의 잣대로 보면 제작기법과 구성은 엉성하다. 바람 빠진 자전거 타이어에 은유된 한국 정치와 경제에 새 바람이 필요하다는 테마다. 스타 이덕화가 등장하여 “나라와 경제를 살릴 강력한 대통령”으로 김영삼 후보를 추켜세운다. 결과론이지만 이덕화의 바람과는 달리 IMF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는 처지이고 보면 측은지심마저 생긴다.

 

네 번째, 금요일엔 바꿉시다 _ 1992년 김대중 후보
 
 
 

동지이자 정치적 맞수였던 김대중 후보와 김영삼의 후보의 선거 대결이 흥미롭게 전개된 선거였다. 탤런트 김도연 등 세 명의 여성 스타가 출연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과 김대중 후보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다른 정치광고와는 달리“바꾸려면 될 만한 사람을 찍어줘야 하겠네요.”라며 지지 의사가 다소 소극적이다.

 

세 번째, 펄 베일리(Pearl Bailey) 편_1976년 조지 포드(George Ford)
 
   

리처드 닉슨(Ricahrd Nixon)의 워터케이트(Watergate) 스캔들로 하차하고 대통령직을 승계한 조지 포드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하는 선거였다. 상대인 민주당 후보는 조지아주 주지사인 지미 카터(Jimmy Carter). 흑인들의 지지 기반이 민주당에 비해 취약한 공화당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정치 광고다. 펄 베일리(Pearl Bailey)는 흑인 여성으로 배우이자 가수였다.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 어워드(Tony Award)를 1960년 후반에 수상했고, 수많은 연극, 영화에 출연한 스타였다. 베일리는 포드 대통령의 “꾸밈없고 정직한” 면이 좋으며, 이러한 인격은 지도자로써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국민회의 팩시밀리 편_1997년 김대중 후보
 
 
 

팩시밀리를 통해 속속 등장하는 스타들의 면면이 다양하다. 92년 김대중 후보의 정치광고와 비교해 보면 훨씬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탤런트, 가수, 영화배우, 개그맨, 연극배우를 망라한 스타들이 한 편의 정치광고에 등장한다. 최종원, 백일섭, 손창민, 이선희, 윤석화, 노영심, 오정해, 이봉원, 최양락, 김수미까지 쟁쟁한 스타들은 한결같이 경제를 언급하며 김대중 후보가 경제 해결사임을 주장하고 있다. 97년 대선은 IMF 선거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편_2008년 바락 오바마
 
   

그래 우리는 할 수 있어(Yes we can)를 후렴구로 오바마의 연설과 스타들의 운율적 반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치광고다. 포크 락의 전설 밥 딜런(Bob Dylan)의 맏이인 제시 딜런(Jesse Dylan) 감독과 래퍼이자 뮤지션인 윌 아이 엠(Will.I.Am)이 제작했다. 웹 버젼으로 만들어져 4분25초라는 긴 러닝타임을 잘 소화해 낸다. 농구 스타 카림 압둘 자바(Kareem Abdul-Jabar), 배우이자 가수인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 배우 케잇 왈시(Kate Walsh), 가수이자 배우인 존 레전드(John Legend) 등등 쟁쟁한 스타들이 오바마 지지에 동참하고 있다. 변화(Change), 희망(Hope), 투표(Vote)로 이어지는 단어 릴레이로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광고는 인상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강형구는? =제주출생.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잠시 일하다 미국으로 떠나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플로리다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BK 연구교수, KAIST 대우교수를 거쳐 현재 미국 앨라배마대학교에서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정치광고, 정치적 소비자 운동, 소셜네트워크 이용행위 등을 전공·연구한다. <Journal of Communication> 등에 20여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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