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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WCC 자원봉사자의 비애..."잡역부 다루듯 하니 한숨만"

"어제도, 오늘도 못 먹었어요. 집에 가서 먹어야죠."

 

14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행사장. 학교의 허락을 받아 시간을 쪼개 현장을 나온 김서현(17·신성여고2) 양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자원봉사가 그의 임무. 하지만 김양은 점심끼니를 때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하다가 그만뒀어요. 영어를 아주 능통하게 구사하는 친구들인데 주차장이나 식수대에 배치해 굳이 그곳에서 자신이 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불평했어요. 결국 며칠 하다 그만뒀습니다."

 

"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래도 묵묵히 일한다"는 김모(55.서울)씨는 속이 매우 상한 눈치였다. "봉사를 위해 생업까지 접고 이곳을 찾았지만 마치 잡역부를 대하듯 주최측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는 것이다. "식비마저 총회가 끝난뒤에 준다니..."라며 그는 혀를 찼다.

 

WCC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80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가운데 300여명은 제주가 아닌 뭍에서 행사의 성공개최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애당초 "제주의 얼굴, 대한민국의 얼굴이 되겠다"는 자부심이 그들에게 있었다. 그런데 총회가 개막되고 나서 며칠이 지나자 이들의 얼굴 빛은 변했다. "자부심은 커녕 오히려 괜한 일을 했다는 자괴감이 앞서 오고 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영어,프랑스어 등 언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들이 식수대와 주차장에 배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끼니걱정'을 해야 할 정도이기도 했다.

 

◇안내요원은 1만원짜리 '뷔페', 자원봉사자는 '컵라면'

 

이들 보다 2일 여 정도 먼저 교육을 받은 안내요원들은 행사장 옆 1만원짜리 뷔페를 제공하는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하고, 총회 현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지만 그들에 비하면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잡역부 대우인 셈. 그러다보니 현장에선 통역을 맡아야 할 안내요원이 자원봉사자에게 오히려 통역을 맡기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안내와 자원봉사 시스템이 급조된 듯 적절한 인력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현장이다.

 

자원봉사단에 참여한 김모 (21·여)씨는 "나이는 어리지만 언어적인 면에서 능통한 봉사자가 주차장에 배치되는 등 소질과 능력을 따지지 않고 나이가 무슨 계급장이나 되듯 일감을 잘못 맡기다 보니 허둥댈 수 밖에 없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총회 전에 봉사단에 대한 교육도 갑작스럽게 이뤄진 감이 있다"며 "곳곳에서 허겁지겁 총회를 준비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 서지명 (24·여·경기도)씨는 "자원봉사에 나선 분들은 대부분 언어적 능력이 있고, 세계적 총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며 "그나마 ICC 건물 내부에서 일한 자원봉사자들은 모르지만 건물 밖 주차장에 서 있다 가는 자원봉사자들은 어리둥절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모(20·여) 씨는 "2개 국어를 하는 친구들을 식수대나 주차장에 배치했다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이해를 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친환경총회? 무료 제공 삼다수, 반쯤 남겨 버려지기 '일쑤'

 

점심시간에 만난 강모(23)씨는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안내요원들은 식권이 나오기 때문에 푸드코트(1인당 1만원)에서 식사를 해결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식사공간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평소에는 푸드 코트 밖에 마련된 간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했지만 오늘은 비가 내려 식사를 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자원봉사자들은 야외에 마련된 간이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환경을 걱정하는 총회답지 않은 '꼴불견'도 있다.

 

WCC를 위해 제주개발공사는 이번에 34만병의 삼다수를 무료로 공급했다. 하지만 페트병에 생수가 남겨진 채 곳곳에서 버려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생수제공코너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김정훈(27·제주시) 씨는 "삼다수(생수)가 공짜이다보니 반쯤 먹고 버리는 분들이 많았다"며 "탄소상쇄기금 모금 같은 형식으로 단돈 100원이라도 받았다면 그렇게 물이 낭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얼굴의 제주WCC 자원봉사자들. 총회 폐막을 하루 앞둔 14일 그들의 얼굴은 이미 대한민국의 얼굴도, 제주의 얼굴도 아닌 '상처'만 가득한 얼굴이었다.  총회 막바지 행사장 안을 들여다보는 그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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