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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여기가 치안현장...민원해결은 물론 주취자 숙소까지 우리 역할"
"택시요금 시비, 주취 행패 이제 그만…사소한 출동 결국 치안손실"

 

어둠이 깔리고 퇴근길 차량들도 점차 빠져나간 저녁 7시30분. 제주시 신제주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연동지구대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업무교대가 우선이다. 낮 근무자들과 야간 근무자들이 서로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야간 근무자들은 야간용 베스트(조끼)를 착용하고 근무를 시작했다. 이날 야간 근무는 연동지구대 2팀. 김남철 경사와 이승익 경사는 지구대 상황실 근무를 맡았다. 문제남 경사와 박성수 경사는 제주서부 21호 순찰차량을, 배형용 경위와 고융성 순경은 22호 순찰차량을, 양인석 경사와 오성록 경사는 23호 순찰차량을 각각 담당했다.

 

21호 순찰차량은 연동 신시가지 일대를, 22호 순찰차량은 제원아파트 앞 도로를 경계로 바오젠 거리 등 동쪽을, 23호 순찰차량은 용담 일대를 순찰한다. 연동지구대는 제원아파트 앞 도로를 경계로 연동 동쪽과 신시가지 연동 구역, 오라동 일부와 공항에서 용담2동 한천 서측까지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야간 근무자의 근무시간은 12시간. 밤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다. 9명씩 4개 팀으로 구성돼 4교대 근무를 한다.

 

연동지구대는 신고건수 및 출동횟수가 제주지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유흥가 밀집지역이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약 40건의 신고가 접수된다. 물론 절반 이상이 밤 시간대다.

 

지구대의 단골손님은 주취자(술에 취한 사람)와 택시기사들.

 

야간 근무를 시작한 밤 8시. 한 청년이 들어온다. 스마트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는 것이다. 김남철 경사가 택시회사와 콜 회사 등을 통해 알아봤지만 뚜렷한 답을 찾을 길이 없다. 결국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가라고 했다.

 

밤 8시20분. “연동지구대. 연동지구대. 접수번호 OOO. 코스모스 사거리에서 차량이 비틀거린다” 112상황실에서 무전이 왔다. “연동지구대 알투(연동지구대 알았다)” 이승익 경사가 무전을 받았다. 이 경사는 곧바로 21호 차량에 무전을 보냈다. 문제남 경사와 박성수 경사는 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용의차량은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결국 허탕.

 

파출소나 지구대의 상황실에는 지방경찰청 112상황실과 연결된 112지구대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순찰차의 위치와 상황 접수 등 모든 것이 모니터에 뜨게 돼 있다.

 

상황실 근무자는 출동현장에 가장 가까운 차량을 배치해야 한다. 또 사건개요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신속한 출동과 강력사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황실 근무자의 신속·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카드결제가 두 번 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문 경사팀이 출동했다. 문 경사팀은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왔지만 신고자는 또 지구대로 전화해 재차 확인을 구했다. 문 경사팀은 다시 출동해야 했다.

 

밤 10시20분. 긴장했던 폭력사건이 벌어졌다. 신제주 모 단란주점에서 집단 패싸움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번에는 인근에 있던 22호 순찰차 배형용 경위와 고융성 순경이 출동했다. 사소한 시비로 벌어진 싸움이 뻔하지만 현장을 봐야만 알 수 있다. 배 경위는 일단 각각의 일행을 다른 방으로 분리시키고 안정시켰다. 30여분을 만류한 끝에 한 일행이 사건처리를 요구하면서 나가자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런 일에 익숙한 배 경위는 “싸움이 일어나면 일단 서로 떨어뜨려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리고 흥분된 상태를 진정시키고 이쪽저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 한다”며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의 신뢰를 얻게 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밤 11시 10분. 다시 112상황실에서 지령이 떨어졌다. 마리나 사거리에서 신제주로터리 방면으로 음주차량이 가고 있다는 신고다. 21호와 23호 순찰차가 출동했다. 마리나 사거리에 다다를 때쯤 결국 용의 차량이 코스모스 4가에서 추돌사고를 내고 말았다. 곧바로 그 내용으로 지구대 상황실 무전이 왔다.

 

사이렌을 울리며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 만취한 가해차량 운전자와 피해차량 운전자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문 경사는 곧바로 음주운전자를 임의 동행으로 지구대로 데리고 갔다. 양인석 경위와 오성록 경사는 차량의 위치 등을 기록하고 가해차량을 지구대로 가지고 왔다. 그러나 피해차량 운전자들은 "왜 사건 해결도 안하고 데리고 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구대로 들어온 피해자들의 흥분한 상태에서 강하게 항의했다.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 그러자 금세 진정된 기미다.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60%.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만취상태. 면허 취소다. 경찰관들은 피해자들에게도 몸에 이상이 있는지 물어보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자정을 넘긴 새벽 0시 5분. 112상황실에서 또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이번엔 머리가 곤두선다. 한 여성이 "살려달라"고 했다고 119에서 신고를 한 것이다. 문 경사와 박 경사가 출동했다. 확인결과 여성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남편과 다투고 집을 나서면서 119에 신고한 것이다.

 

문 경사는 “남녀 간의 문제여서 나중에 크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확인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벽 1시 5분. 야전 점퍼 차람의 한 청년이 들어왔다. 이 청년 뒤에 택시기사 한 명이 뒤따라 들어왔다. 요금 시비다. 이 청년은 "택시를 타고 고작 10m 밖에 가지 않아 내렸는데 기본요금을 모두 받는 택시기사가 너무 기분이 나쁘다"며 극구 택시비를 낼 수 없다고 버텼다. 경찰은 약 10분 동안 그래도 요금을 내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

 

결국 택시기사가 포기하고 돌아갔지만 이 청년은 이제 지구대에 붙박이로 자리잡았다. 30여분간 경찰관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김 경사와 이 경사는 이 청년이 계속되는 시비에 말을 받아주고 설득을 해 봤지만 여전했다.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시라"는 거듭되는 설득 끝에 결국 그는 40여분이 지나  지구대를 나섰다.

 

 

그가 떠나기 직전인 새벽 1시 25분. 문 경사와 박 경사가 "술에 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10분 뒤 문 경사 팀은 만취한 주취자를 데리고 와 지구대 내 의자에 앉혔다.

 

김 경사는 “주취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택시기사들과 요금 시비가 붙은 경우도 자주 찾아온다. 또 술 취한 사람이 들어오면 날 밝을 때까지 잠을 잤다가 가기도 하고, 일부 주취자는 잠도 자지 않고 경찰관들에게 시비를 걸어 집기를 부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팀의 업무를 조율하는 최병렬 팀장(경위)은 “주취자의 행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 여성은 벤치에 앉아 실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택시기사들은 주취자를 받아주는 곳은 지구대 밖에 없어 그냥 지구대에 맡겨서 가는 경우도 허다해 경찰관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동이 터 올 무렵인 아침 5시 50분. 도로를 청소하는 차량의 소리가 날이 밝아온다는 것을 알렸다.

 

 

오전 6시20분. 2팀 팀원들은 다음 근무자들을 위해 간밤에 있었던 사건사고를 정리한다. 막내 고 순경은 빗자루를 들고 지구대 이곳저곳을 청소한다. 2달 전 임용된 고 순경은 이곳이 첫 근무지다. “일선에서 많은 일을 접하게 된다. 야간 근무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마음 편하게 밤을 보낼 수 있게 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락 없는 경찰의 자세다.

 

아침이 밝아왔다고 이제 업무를 마칠 때가 아니다. 전날 밤 사이 접수된 신고건수는 모두 18건. 이중 17건에 출동했다. 2팀에서는 금기시 하는 말이 있다. “아! 오늘 출동이 없네” 이 말을 하는 순간 출동건수가 빗발친다는 것이다.

 

지구대에는 형사사건 외에도 택시요금 시비, 차량 견인 등 각종 민원까지 처리해야 한다. 행정기관은 야간에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지구대나 파출소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그런 자질구레한 일들이 사건처리 건수를 훌쩍 넘는다. 물론 지구대는 언제나 주취자들의 단골 숙소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서도, 방치해서도 안 되는 게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의 현실.

 

이 경사는 “아침, 저녁을 교대로 근무하다 보면 불면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하려해도 쉽지 않다”며 “아침에 퇴근하면 밤늦게까지 자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아침 7시. 운동하는 사람들과 출근하는 시민들이 한두 명씩 연동지구대 앞을 지나간다. 지구대 문을 나서는 경찰에게 던진 말. "밤 사이 고생 많으셨어요." 밤 늦도록 파김치가 된 마음과 몸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그래도 우리가 있기에 시민들이 맘 놓고 편히 살 수 있다면 그게 우리의 행복이죠." 20여년 경찰에 몸 담고 있는 그가 툭 던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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