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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마라도 일상 24시···50여명이 버무려낸 ‘자장면섬’
치안센터·보건소·분교·등대 4인방 체제 ‘튼튼’···꿈나무 2명이 미래세대

국토최남단 마라도-. 제주도 서남방 앞바다에 우뚝 선 마라도는 우리 국토 동단 독도와 더불어 국토의 상징이다. 국토최남단비가 들어선 그 섬엔 그 이유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제주 본섬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섬은 대낮 온통 북새통이다. 하지만 그 관광객들이 떠나고 마라도 주민만 남은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제이누리 김영하 기자가 마라도에서 1박2일을 보냈다. / 편집자 주

 

10월 31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 파란 가을 하늘에 구름이 조금 떠 있다. 하지만 바람은 세차다.

 

여객선에 몸을 싣고 모슬포항에서 남방으로 약 11㎞ 지점에 있는 마라도로 향했다. 30여분 만에 도착한 마라도 살레덕 포구 선착장. 마라도 구경을 끝내고 나오는 관광객들을 실은 유람선이 막 포구를 떠나고 있다. 이 유람선은 대정읍 상모리 송악산 앞 산이수동항을 오가는 배다. 200여명을 태울 수 있는 배는 이렇게 오전 9~10시부터 오후 4~5시까지 30분마다 배가 오간다.

 

하지만 배시간은 관광객 예약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날 모슬포항을 오가는 여객선은 낮 12시30분 마라도 출발이 마지막 편. 송악산 유람선의 마지막 출항은 오후 3시40분이다. 모슬포항 기점 여객선은 물때가 맞지 않고 기상도 좋지 않아 오후에 운항을 포기하는 사례가 잦다.

 

살레덕 포구에 내려 마을로 들어서는 동산길로 접어들자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마을 입구쪽으로 가자마자 온갖 음식점과 점포가 쭉 늘어섰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게 이젠 마라도의 대명사가 돼버린 중화요리점. 한 두곳이 아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선 중국음식점은 서로 관광객을 모시고자 ‘빛나는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우리 자장면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며 ‘눈도장’ 찍기가 바쁘다. 영락없는 시장풍경이다. 3군데 자장면 집을 지나자 국토 최남단 학교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가 눈에 꽂힌다. 마침 전교생이 파란 잔디운동장에서 뛰놀고 있다. 그런데 전교생이라고 해도 달랑 두명이다.

 

 

 

5학년 정수현양과 3학년 김영주군. 마라도에 딱 2명 뿐인 어린 학생들이다. 정양과 김군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고숙이(54) 교사다. '섬마을 선생님' 고 교사는 마라분교 근무를 자원, 이제 2년째다. 고 교사는 “아이들에게 개별지도가 가능하고 여건도 좋다. 부모들도 많은 신경을 써주는 편이어서 학력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마라분교의 장점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다만 또래 아이들이 많이 없어 집단생활을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불편함은 없다”며 “조용하고 아늑한 마라도가 좋다”고 했다.

 

정양과 김군은 방과 후 수업도 한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피아노와 바이올린, 원어민 영어, 회화 수업 등 웬만한 도회지 학생이 받을 공부는 다 한다. 마라도의 유일한 치안기관이자 경찰관출장소 격인 마라치안센터의 의경대원이 태권도도 가르쳐 주고, 섬내 사찰에서 일하는 한 ‘보살’이 영어도 가르쳐준다. 미국 시민권자인 보살은 당연히 영어실력이 원어민 수준이다. 정양과 김군의 취미는 낚시. 부모들이 모두 낚시를 좋아해 따라 다니면서 배운 것이다. 여름에는 해안가에서 물놀이도 하는 등 자연 전체가 이들의 놀이터다. 학교는 또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역할도 한다. 모 포털사이트에서 수백권의 책을 보내줘 읽을만한 책은 든든하다.

 

마라치안센터는 지근 거리에 있다. 마라도에서도 범죄가 발생할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2월 초 부임한 마라치안센터 강만호(57) 소장은 “부임한 이래 절도사건 한 번 일어난 적이 없다. 작은 섬이어서 도망갈 데도 없다”며 웃었다. 그래서 주업무는 오히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안내와 질서유지다. “관광객들에게 길을 안내하거나 혹이라도 잃어버린 물건을 관리하고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의 짐을 대신 들어드리는 등 작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젊은 의경대원들이 분교에서 학습 도우미 역할까지 하니 우리 치안센터는 말 그대로 주민복지센터나 다름 없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마라도주민과 관광객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마라보건진료소는 마라치안센터에서 불과 50m 거리다. 김지형 소장 역시 치안센터의 강 소장과 입도 동기뻘(?). 올해 2월 말에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주로 감기처방이나 타박상 치료를 하지만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초기 응급조치에 가장 중요한 몫을 한다. 지난 8월 마라도 서쪽 바지선 선착장에서 큰 파도가 밀려와 실종사고가 생겼던 일이 그의 아픈 기억. 당황했지만 겨우 건져낸 어린 남자아이를 살려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감기와 신경통, 외상 등으로 와서 치료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꿰매서 온 상처의 실을 여기서 뽑는 경우도 있고, 술을 마시고 들어와 복통을 호소해 약을 처방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라도의 생활은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여기 와서 운동할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그동안 비만으로 고민했던 몸의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이 됐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조그마한 섬 마라도이기에 종교시설까지 있을까 어림잡겠지만 이 섬에도 있을 건 다 있다. 마라교회와 마라성당, 기원정사. 즉 기독교, 천주교, 불교 시설 모두 있다. 특히 기원정사에는 미국에서 오랜 세월 살다온 해월스님이 있다. 마라도에 들어온 지 7년 된 해월스님은 “제주도에 와보니 너무 좋았다”며 “미국에서 만난 주지스님인 혜진스님과 인연이 돼 왔다. 처사생활을 하다가 머리를 깎게 됐다. 디자이너 출신인 아내는 이 섬에서 도를 수련하고 있다”고 입도 계기를 말했다. 그는 “마라도가 최남단이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공기도, 파도도 좋다. 자연 있는 그대로 좋다. 인간이 자연적 소생이니 그것을 따라가니 좋다. 도시생활은 이제 잊혀져가고 있다”고 했다.

 

 

 

오후 3시30분 마지막 배가 떠났다. 마라도는 이내 쥐죽은듯 고요하다. 정적이 감돌았다. 소리라고는 파도소리와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소리. 이내 일부 건물을 짓는 공사장 망칫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이다. 고작 40~50명이 사는 섬에 400~500명이 북적이다 간 자리는 ‘자연’ 그대로다.

 

여느 도시와 달리 배편이 끊기면서 손님을 끌어모으던 자장면집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성황이었던 건 하루에 고작 5~6시간 뿐이다. 이제 섬주민들만의 또 다른 마라도로 풍경이 뒤바뀐다. 단지 섬마을을 떠도는 개 몇 마리와 이제 갯바위에 올라서는 낚시꾼들, 그 주변에는 어선마다 요즘 호황인 방어잡이가 한창으로 상황이 반전하는 것이다.

 

 

 

오후 5시30분쯤 이제 해가 질 무렵이다. 바람도 점차 세찼고 파도도 거칠어졌다. 해가 사라지자 추위가 몰려온다. 등대는 불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마을에는 웬지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태풍의 길목'이란 풍파를 겪어온 슬기이기에 낮게 낮게 지어진 집이어서 불빛이 새 나오지 않기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빈집들이다. 40여가구라지만 실상은 주민등록상 등재인구 중 상당수는 그저 이곳에 주소를 둘 뿐 제주본섬 서귀포와 대정읍 등지에 터잡고 사는 이가 더 많다. 마라도에 주소를 둔 주민은 104명이다. 이중 40~50여명만 마라도에 실제로 산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음식점 영업을 하거나 물질을 하는 해녀들 뿐이다.

 

어둠이 깔리자 마라도에 우뚝 선 국토 최남단 등대의 불빛이 더 선명해졌다. 10초 간격으로 크게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게 유일한 움직임이다. 마라도 등대지기 김석천(50) 항로표지관리소장은 부임으로 치면 이 마라도의 4대 기관장(분교장, 보건소장, 치안센터장)중 가장 신참이다. 하지만 7년 전에도 마라도등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사실은 마라도 베테랑이다. 물론 이 등대에서 일하는 이들은 마라도의 유일한 전기전자제품 수리센터 기술자들이다. 30여년 등대지기로 살아온 그는 “처음 등대를 지키던 때에는 등대에 불빛을 밝히기 위한 전기를 만들고자 디젤엔진을 쓰는 등 전원공급이 가장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걱정은 없다. 태양열 에너지를 쓰기에 그렇다. 기상이 안 좋을 때에는 음향을 쏘고, 레이콘(전파표지)과 DGPS(위성항법보정시스템)을 보내기도 한다”며 “최첨단 장비와 예비 장비 등이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근무자들은 전기·전자 쪽의 기술자들이어서 일과 후 주민들에게 보일러나 전기제품 수리도 한다”고 했다.

 

어둠 속에 숙소로 향했다. 숙소인 민박집은 자장면집의 부속시설. 마라도에 자장면 집은 7개나 된다. 40여 가구 밖에 안 되는 섬이니 다섯집 건너 한집 꼴이다. 1997년 모 개그맨이 마라도 해상에서 ‘자장면 시키신 분’하면서 통신사 광고를 하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 자장면집이 하나둘씩 늘어 마라도의 명물이 됐다. 또 모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서울에서 출발해 마라도까지 가서 자장면을 먹는 모습도 방영됐다.

 

민박과 자장면집을 운영하는 김도영(50) 사장이 밤 7시가 돼서야 돌아왔다. 그는 식당 문을 닫자마자 낚시장비를 챙겨들고 갯바위로 낚시를 나갔다. 그를 비롯한 주민들에게는 낚시가 유일한 즐길 거리다. 김씨는 이날 “43cm짜리 벵에돔을 잡았다”며 얼굴에 연신 웃음이다. 김씨는 이웃 섬 가파도가 고향이다. 그는 서귀포에서 사업을 하다가 망치고 결국 마라도를 찾았다가 눌러 산 지 19년이 됐다. 낚시를 너무나 좋아했던 취미 탓에 물반 고기반이라는 마라도에 꽂히다 아예 터잡고 살게 된 것이다. 낚시를 해서 잡은 고기를 횟감으로 파는 횟집을 10년 정도 운영했다. 하지만 언제나 횟감이 조달되긴 쉽지 않은 법. 그래서 자장면집을 차렸다. 그는 “마라도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힘들었던 시절 여기 들어오자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며 “영업을 마치고 나서 낚싯대를 드리우면 여유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는 원주민도 있지만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분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도 모두 마라도 주민들이다. 구분 없이 마라도 주민들로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잡은 벵에돔으로 유비끼(횟감의 껍질부분을 구워 썬 것) 한 접시를 뚝딱 마련했다. 해가 진 마라도엔 이렇게 횟감이 생기면 혼자가 아니다. 동종업계 자장면집 주인들과 몇몇 또 다른 주민들이 모여든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마라도의 밤과 아침, 그리고 내일을 소재로 말씨름을 하는 것도 다반사. 그렇게 마라도의 밤은 깊어갔다.

 

1일 아침 7시. 바람이 더욱 세찼다. 서있기도 힘들었다. 파도도 어제보다 더 성나 있다. 날이 밝아오자 등대의 불빛도 꺼졌다. 일찍 공사장에 나선 인부들의 망칫소리가 거세다. 그 외에는 인기척도 없다. 김 사장이 오전 7시40분쯤 되자 식당 주방으로 향했다. 영업준비다. 양파와 양배추, 고기 등을 써는 칼 소리가 요란했다. 자장을 볶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자장면집도 서서히 문을 연다.

 

오전 9시 첫 배편이 들어왔다. 이날 마라도를 찾은 첫 손님은 고등학교 수학여행단. 다시 마라도가 활기를 찾는다. 손님을 끄는 소리도 들린다. 주인이 아닌 고객(관광객)을 위해 다시 탈바꿈하는 섬. 밤사이 보았던 마라도의 또다른 낮풍경. 이제 새로운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아침이 되자 섬주민들의 얼굴에 새긴 간판은 ‘어서오십시오! 국토최남단 마라도입니다’이다.

 

 

마라도=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으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 가파도에서 5.5㎞ 해상에 있다. 면적은 0.3㎢, 해안선길이 4.2㎞, 가장 높은 곳은 해발 39m에 불과하다. 섬 전체가 남북으로 긴 타원형이고 해안은 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난대성 해양 동식물이 풍부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2000년 7월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섬 전체가 완만한 경사를 가진 넓은 초원을 이루고 있다. 해안선은 대부분 해식애를 이루고 있는데, 북서해안과 동해안 및 남해안은 높이 20m의 절벽으로 되어 있으며 파도 침식에 의하여 생긴 해식동굴이 많이 발견된다. 마라도는 두께가 얇은 복합용암류(compound flow)로 흘러 겹겹이 쌓인 현무암으로 되어 있다. 원래는 대정읍 가파리에 속했으나 1982년 4월 1일마라리로 분리되었다. 본래 무인도로 울창한 원시림이 덮여 있는 무인도였으나, 1883년(고종 20년)에 제주본섬 모슬포에 거주하던 김(金)·나(羅)·한(韓)씨 등 영세 농어민 4, 5세대가 당시 제주목사 심현택으로부터 개간 허가를 얻어 화전을 시작하고서부터 삼림지대는 전부 불타 버렸다 한다.

섬에는 최남단을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해안을 따라 도는 데는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주요 경승지는 섬 가장자리의 가파른 절벽과 기암, 남대문이라 부르는 해식터널, 해식동굴 등이며, 잠수 작업의 안녕을 비는 할망당과 마라도 등대, 마라분교 등이 있다. 1915년에 설치된 마라도 등대는 이 지역을 항해하는 국제선박 및 어선들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마라도에는 주민들이 하늘에 있는 수호신이 강림하는 곳이라 신성시 여기는 애기업개에 대한 전설이 스며있는 할망당이 있다. 매년 섬사람이 모여 제사도 지낸다. 마라해양군립공원은 국토의 최남단 섬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이어지는 빼어난 해안 절경이 장관을 이룬다. 1997년 8월 19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소다. 대정읍 상모리, 하모리, 가파리, 마라리 해상과 안덕면 사계리, 화순리, 대평리 해안 일대, 송악산과 풍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변경관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날씨가 맑을 때에는 서귀포 앞바다의 범섬과 문섬까지 육안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전체 면적은 49.228㎢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곳은 청정바다와 진귀한 해양생태계를 자랑하고 있으며, 해저의 세계, 유람선관광, 체험어장, 스킨스쿠버, 바다낚시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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