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전래 이사철 '신구간' 실종…특수도 이젠 옛말?

  • 등록 2013.01.18 09: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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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의식변화가 신구간 풍습 밀어내…실리 중시 신세대 사고도 한몫

제주의 전통 이사철인 신구간(新舊間)을 맞아 특수를 노린 관련 업체들이 울상이다.

 

신구간은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의 일주일을 뜻 한다. 이 기간에 이사를 하면 지상에 귀신이 없으니 액이 따르지 않아 아무 탈이 없다고 해 그동안 제주에서는 많은 도민들이 신구간에 이사를 해왔다.

 


 

이로 인해 제주에서는 신구간에 맞춰 입주할 수 있도록 11월 말부터 신규 아파트 물량이 많이 쏟아진다.

 

하지만 주거문화의 변화와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제주의 전통 풍속인 신구간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제주도 건축지적과 강창석 과장은 "최근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겼다"면서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신구간 특수 실종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삿짐센터는 신구간에 '반짝 특수'를 기대할 수 있었으나 이는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다.

 

A이삿짐센터 관계자는 “최근 신구간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비수기보다 2배 이상 이사 문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구간은 평소 요금보다 30~40% 추가비용이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사비용도 절약하고 자신의 휴가 일정에 맞춰 이사하려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B이삿짐센터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신구간을 고집하는 의식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신구간을 기준으로 다음 신구간까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아라동 소재 S아파트에 입주한 송중길(64)씨는 “옛 풍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사람이 몰리지 않는 기간에 이사를 하면 이삿짐센터로부터 편안하고 안정된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도내 이삿짐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신구간에 이사비용을 2배 이상 올리는 업체도 있다”면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에 입주한 이미영(59)씨도 “주위 지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신구간에는 이삿짐센터가 일이 바빠 가전제품이나 가구 운반 시 손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신구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신구간 특수를 누려왔던 가전업체 분위기도 예년 같지 않다. 도내 가전업체들은 신구간을 맞이하여 ‘입주자 특별할인’이라는 현수막까지 걸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경기 한파로 생각만큼 수익이 크지 않다.

 

하이마트 일도점(지점장 조형우)에 따르면 “지난달에 비해서는 늘었는데 예년에 판매가 급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용한 편”이라며 '반짝 특수'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혼수 시즌이라는 3월보다 신구간이 있는 2월에 대형가전 판매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한국통신 제주지역본부는 신규 전화 가입이나 이전을 신청하는 민원이 평일 대비 2배 이상 늘어 빠른 서비스를 위해 현장인력을 재배치했다.

 

한편 경기침체와 신구간 특수 실종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제주시는 신구간에 분양되는 공동주책은 120건 4300여세대로 지난해 신구간에 공급된 공동주택 2300세대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은 불을 보듯 뻔한 셈이다.

 

이중 아파트는 40건 2천786가구인데 572가구 규모의 아라스위첸만 100% 가까운 분양률을 기록했을 뿐이고 나머지 아파트들은 저조한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삼화지구에 건설되는 772가구 규모의 부영아파트 사전 분양률은 5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규로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많지만 경제난으로 분양률이 낮은 것도 '신구간 특수' 실종의 요인이 되고 있다.

 

신구간=조선조 이래 제주에 이어져 온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이란 토속신앙에서 유래한다. ‘신구간’은 약칭이다. 대한(大寒) 5일 뒤(1월 25일)와 입춘(立春) 3일 전(2월 1일) 사이로 인간사를 관장하는 1만8000여 신(神)이 한 해의 임무를 마치고 천상으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한 해의 활동상을 보고하고, 새 임무를 맡는 신·구관 교체기다. 지상에 귀신이 없으니 이때 집을 옮기면 액이 따르지 않아 탈이 없다고 전해진다.
 

 

신용섭 기자 shinsoul@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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