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여성 머나먼 이국서 생 마감한 사연은?

  • 등록 2013.01.23 15: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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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뒤따라 목숨 끊어…한국 생활 적응못하는 다문화가정의 그늘

제주도에 시집 온 베트남 출신의 20대 결혼이주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아오다 선택한 극단적 결론이다. 남편도 이틀 만에 뒤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타까움을 더하는 다문화가정의 그늘이다.

 

22일 베트남 주재 한국총영사관과 경찰 등에 따르면 베트남 남부 껀떠성 출신의 응웬(23)씨가 지난 16일 경북 칠곡군의 한 원룸에서 허리띠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의 자살 소식을 접한 남편 김모(41)씨도 유서를 남긴 채 이틀 뒤인 18일 오후 3시께 제주시 한경면 인근 밭에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응웬은 김씨와 2008년에 결혼해 제주에 정착했다. 이들을 지켜봐 온 지인들은 남편은 성실했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어 비교적 화목하게 살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출산 후 시어머니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산 뒤부터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남편 김씨가 최근 응웬에게 아들(3)이 있는 베트남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했으나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응웬은 남편 몰래 가출해 지난해 12월부터 역시 한국인과 결혼한 여동생 집 근처인 경북 칠곡군의 한 원룸에서 친구와 생활해왔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응웬이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는 사실 외에 자살 원인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녀는 자살하기 전날 베트남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어린 아들을 잘 보살펴달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 어머니는 “아들은 아내가 가출한 후로부터 밤새 잠도 못 잘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면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오다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유족들은 “응웬은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전하며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다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이 부부의 아들은 고열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장애를 앓고 있다. 부모의 도움이 절실했으나 우울증으로 자신조차 보살피지 못했던 그녀에게는 짐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주변 사람들은 “집안 분위기가 좋았는데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워 했다.

 

베트남 유족들은 그녀의 시신 운구를 위해 한국에 도착했으나 남편 김씨 역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녀의 시신을 제주로 보내 함께 장례를 치러 달라는 남편의 유서 내용을 존중해 고국으로 운구하지 않았다.

 

김씨 유족은 22일 제주시 양지공원에서 김씨와 아내 응웬의 장례를 함께 치렀다. 이날 숙연한 분위기 속에 유족들의 눈물을 멈추지 않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제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정우 센터장은 “제주도가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가정불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이혼까지 가는 일도 있다”며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이주여성들에게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주여성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남편은 물론이고 시댁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며 다문화센터를 이용해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2012년 1월 기준 제주도내에는 2158명의 다문화가족이 있다. 이 중 결혼이민자는 1625명이고 혼인귀화자는 533명에 이른다.
 

 

신용섭 기자 shinsoul@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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