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독립영화 <지슬>, 한국영화사 쓰기 시작했다

  • 등록 2013.03.01 17:15:24
크게보기

개봉 첫날 13회 상영에도 줄줄이 '매진' ··· 문재인 의원 등 첫날 2000여명 관객

심상치 않다. 아무리 봐도 ‘대박’ 조짐이다.

 

4·3사건의 도화선이 됐던 1947년 3·1시위 사건이 벌어진 지 꼭 66년이 지난 2013년 3월1일. 그 때의 아픔을 다시 끄집어낸 4·3 장편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 얼굴을 드러냈다.

 

오멸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 숱한 세계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 영화가 이날부터 제주도민을 만나기 시작했다.

 

오전 9시50분 첫 상영에 나선 영화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독립영화론 상상할 수 없는 하루 13회가 3월1일 편성된 상영계획표. 그런데 전회 줄줄이 매진행렬이다. 제주CGV도 예상하지 못한 단 하룻만에 2000명 행렬이 밀려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예감’은 있었다. 오멸 감독의 무대인사가 예정된 이날 오후 7시45분 상영편은 이미 예매 첫날 250석 전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덕택에 <7번방의 선물>,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베를린> 등 흥행대작이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지슬>은 4개관을 점령했다.

 

물론 외부효과도 만만찮다. 문재인 의원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지슬’ 응원차 관람에 나선 건 수일 전부터 들려온 낭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지슬> 스태프가 관람을 요청한 데 대한 화답이다. 그는 이날 영화관람을 빌어 지난 대선에서 그를 도운 인사들과 만나 3월1일 하룻동안 '국수거리' 행보로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서울 및 전국 배급을 맡은 영화사 <진진>의 활약도 돋보인다. 국민배우인 안성기씨 등이 개봉 첫날 영화인원정대를 꾸려 제주CGV를 찾았다. 배우 강수연씨,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위원장, 이춘연 영화인협회 이사장, 김유진 감독, 이은 명필름 대표 등 영화계 인사 등도 동참했다.

 

강수연씨는 인사차 무대에 올라 "지슬은 제주만의 영화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성원을 부탁했다. 배우 안성기씨도 "제주에서 흥행의 불씨를 일으켜야 전국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많은 도민들이 영화를 보고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멸 감독은 이날 출연 스탭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통해 “무대에 올라온 배우들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저와 같이 자파리 극단에서 연극하는 사람들과 생계형 문화인들,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고 말문을 열었다.

 

오 감독은 이어 “아침부터 극장에 와 있었다. 관객이 많이 오면 기쁠 줄 알았다. 그러나 오히려 슬픈 일이더라. 생전 극장에 오지 않을 것 같은 어르신들이 영화를 보러 오셨다. 이들이 4.3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분들이다. 이 슬픔이 치유가 되고 4.3에 대한 생각이 공유돼야 더 많은 기쁨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선 “제주에서 두달 간 상영이 예정된 기간 동안 3만 관객이 목표”라며 “4·3사건으로 숨져간 넋들의 영혼이 관객의 뜻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던 내내 다짐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인 ‘지슬’은 4·3 당시인 1948년 11월 '해안선 5㎞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토벌대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흑백필름에 담았다.

 

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해있던 마을주민 수십 명이 '지슬(감자의 제주어)'을 먹으며 생존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지슬>은 최근 미국 선댄스영화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에 이어 프랑스 브졸아시아국제영화제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한국영화가 선댄스영화제뿐 아니라 브졸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은 <지슬>이 처음이다

 

<지슬>은 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자마자 평론가상, CGV 무비꼴라쥬상, 아시아영화진행기구상(넷팟당),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지슬>은 3월21일부터는 전국무대로 스크린을 옮긴다. 제주에서 몰고 온 흥행돌풍이 전국 무대에선 어떤 바람으로 변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성철 기자 j1950@jnuri.net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아파트 상가빌딩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 ISSN : 2636-0071 제호 : 제이누리 2011년 11월2일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