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풍도 견디는 제주 돌담…그 가치는?

  • 등록 2013.03.08 11: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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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연 학술세미나 “체계적 다문화적인 연구 필요…집중지역만 보존해야”

 

 

 

제주의 돌담밭을 지속가능한 문화유산으로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다학문적인 연구가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제주 돌담밭이 갖는 형태적 아름다움과 축조과정의 역사적·교육적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강조됐다.

 

‘제주 돌담밭’ 국가농업유산지정 기념 학술세미나가 8일 제주지역경제혁신센터 5층에서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예연구센터·제주도·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주최·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제주밭담의 문화경관과 인문학적 가치’다.

 

이날 세미나에서 강성기 제주대학교 특별연구원은 ‘문화경관으로서의 제주 돌담밭의 가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 연구원은 “돌담밭의 유래에서 당시 농업환경을 조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며 “돌담밭이라는 선과 경작지라는 면의 조화미, 계절별 펼쳐지는 다양한 경관미, 돌의 재질과 지형에 따라 새로운 느낌 등을 주고 있다”고 돌담밭의 역사·경관적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또 “돌담 주변의 미기후가 만들어져 이 환경에 어울리는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면서 “잣질은 제주민들이 이웃을 배려한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잣굽담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돌을 효과적으로 처리한 흔적을 알 수 있다. 돌담밭 경계를 따라 돌담을 의지한 제주민들의 쉼터로서의 장소를 엿볼 수 있다”고 생태·문화적 가치를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회·지리교육에서는 지역을 이해하는 자료가 되며 과학교육에서는 돌담이 바람에 견디는 힘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며 향토교육에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제주 돌담밭은 제주의 자연에 적응해 온 제주민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며 “제주의 자연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경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제주 돌담밭은 그 기능이 다소 약화됐지만 제주농업환경에서는 존재적 가치로서 확고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제주 돌담밭이 지속가능한 문화유산으로서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범위를 넘어 체계적이고 다학문적인 연구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제주대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는 “제주의 땅, 제주의 돌은 제주의 역사이자 제주의 문화”라며 “삶의 모든 것이 땅과의 관계이자 돌과의 관계를 갖고 다양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제주의 초가와 올레, 산담과 밭담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돌담은 토지나 가옥의 경계를 정하는 의미를 넘어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문화적 산물”이라며 “특별한 장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간단히 복구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은 돌 하나하나는 바람에 견디기 어렵지만 작은 돌을 큰 돌과 함께 사용했을 경우 서로 이음새 역할을 해 견고한 담으로서 새롭게 탄생될 수 있다”며 “돌과 돌만으로 짜이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어느 한쪽이 무너져도 돌담 전체가 무너지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설사 무너진다고 해도 그 부분만을 쉽게 보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돌과 돌만으로 짜인 제주의 돌담은 일종의 공동체 의식의 표현”이라며 “돌담에는 작은 힘 하나하나를 모아 자연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고스란히 스며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갈등과 반목, 대립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사상 최대의 폭풍에도 무너져 내리지 않은 제주민가의 돌담은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제주의 밭담은 서로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돼 있고 지형에 맞게 계단형식으로 조성된 경우도 있어 독특하고 오묘하다”며 “땅의 경계를 짓는 선으로 존재하지만 땅을 모자이크화해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새로운 풍경”이라고 경관적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제주 돌밭담의 보호방안으로 “방대한 지역을 지정하면 규제로 인해 사유재산권의 침해문제와 관리를 위한 예산 부담도 수반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특정지역을 보호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밭담이 집중돼 있는 곳 ▶주변에 다양한 생물자원이 분포하고 있는 곳 ▶현행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거나 경관관리의 필요성이 높은 곳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곳 ▶보전과 함께 향후 활용성을 고려해 접근성이 양호한 곳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올레길과 연계하거나 올레 코스의 일부를 조정해 돌담밭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활용할 수 있다”며 “등록문화재로 지정관리 될 경우 마을단위의 생활사박물관 조성해 활용하거나 생태탐방로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하 기자 yhkim9356@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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