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못 본 천체별자리 그림, "제주에서 찾았다"

  • 등록 2013.04.01 10: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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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별문화연구회, 제주민속박물관에서 확인…기존 천문도와 전혀 달라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도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보고된 적이 없는 형태의 천문도여서 학계에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부설 ‘제주별문화연구회’는 제주에서 제작돼 민간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조선후기 천문도를 발굴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천문도는 가로 85cm, 세로 75cm의 크기로 제주시 삼양동 제주민속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한지에 묵색으로 필사(베껴 씀)한 것으로 일부 별자리를 구분하기 위해 채색하기도 했다.

 

이 천문도는 제작연도가 표시돼 있지 않아 정확한 제작시기를 알 수 없다. 제주별문화연구회 오상학(제주대 지리교육학과 교수) 회장은 “제주민속박물관 진성기 관장이 ‘가문에서 내려왔다. 170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천문도의 특징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천문도라고 할 수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유형과 전혀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현존하는 대부분 천문도는 ‘천상열차분야지도’와 비슷한 유형을 갖고 있다. 중심부 자미원의 영역을 나타내는 원이나 적도, 황도의 표시가 돼 있다. 또 외곽에 12궁과 12차를 배치한 원이 전혀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천문도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필사한 것이라기보다는 ‘보천가(步天歌)’나 ‘천문유초(天文類抄)’ 등의 천문서적에서 각 별자리를 보고 재배치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천문도의 중심부에는 하늘 나라 궁궐에 해당하는 자미원(紫薇垣), 하늘나라 임금과 대신이 정사를 논의하는 명당인 태미원(太微垣), 하늘나라의 시장에 해당하는 천시원(天市垣)이 그려져 있고 주변에 28수가 배치돼 있다.

 

더욱이 각 별자리의 그림도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와 다른 형태로 그려져 있다. 기존의 천문도는 지상에서 하늘을 바라본 형태로 그려져 있지만 이 천문도의 자미원, 태미원, 천시원은 천상에서 하늘을 내려다 본 시점에서 그려져 있다. 28수의 배치도 좌우 방향이 뒤집혀 그려져 있지만 별자리의 모습은 제대로 그려져 있다.

 

오 회장은 “이러한 사례는 현존하는 천문도에서 보기 드문 것으로 천문도의 제작자가 기존의 별자리 그림을 재배치해 만든 것”이라며 “이와 유사한 천문도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관아보다는 민간에서 활용됐던 천문도로 추정된다”며 “민간의 지식인이 천문 학습에 활용했거나 북두칠성 같이 성수신앙의 목적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에 전통적으로 성수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가 남아 있는데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천문도 제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조선시대 제주도에 거주했던 민간의 지식인이 기존의 천문서적을 바탕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한 희귀한 천문도”라며 “조선후기 지역사회에서 천문도가 제작되고 활용됐던 실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김영하 기자 yhkim9356@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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