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나무 제초제 사건 74일 ··· "범인은 누구?"

  • 등록 2013.07.22 16: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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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안갯속 헤매는 수사당국, 난항 ··· 걸음마 수사에 미제사건 우려

 

 

제주도 기념물 제51호인 왕벚나무가 '농약 테러' 사건으로 훼손된 지 70여일이 지났다. 그러나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 진도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발견된 왕벚나무 벌채사건도 목격자 진술이 엇갈리면서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 74일간 제자리 맴도는 수사

 

훼손된 왕벚나무가 처음 발견된 것은 5월6일이다. 관음사의 보호수 병해충 방제를 위탁 받은 업체 관계자의 의해 알려졌다.

 

왕벚나무는 이미 처참한 상황이었다. 관음사 왕벚나무 4그루 가운데 2그루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흔적이 발견됐다. 여기에 제초제를 투입해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나무를 죽이려 했다고 의심이 가는 정황이다. 제주시는 나흘 뒤인 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22일 현재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74일이 지났다. 그러나 용의선상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매일 주변사람들을 대상으로 탐문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격자가 없고 증거도 아직 못 찾았다”며 수사난항을 실토했다.

 

현재 제초제가 투입된 왕벚나무 2그루 중 1그루는 이미 말라 죽었다.

 

때맞춰 '농약 테러' 사건에 뒤이어 행정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나무를 잘라낸 사건도 벌어졌다.

 

왕벚나무 제초제 투입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이튿날인 10일에는 관음사 관내 나무들이 무단벌채 된 사실도 드러났다.

 

시에 따르면 관음사 경내 왕벚나무 농약 투입 조사 과정에서 원지형 보존지역에 있던 100여년생 나무 3그루와 완충지역에 있던 100~200년생 졸참나무, 삼나무 등 20여 그루가 무단으로 잘려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시는 13일 자치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관음사 측은 “이 일대 나무들이 태풍 등으로 고사되거나 쓰러져서 잘라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자와 진술이 달라 자치경찰이 수사에 혼선을 빚고 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범인의 신원확인이 먼저”라고 밝혔다. 그러나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범인 잡히면 교도소 직행?

 

왕벚나무를 훼손한 범인에게는 문화재보호법이 적용돼 징역형 등의 중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관음사 왕벚나무는 제주도 기념물 제51호로 지정돼 국가의 보호를 받는 나무였다.

 

문화재보호법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주도 문화재 관리 조례가 따로 마련돼 있지만 범칙 사항이 없다. 때문에 도 지정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 문화재보호법을 적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도 “문화재 관리법 위반 죄는 엄벌로 다스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구나 도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엄격한 법의 심판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벚나무 주변의 나무를 벌채한 범인도 마찬가지다.

 

문화재보호법과 도 문화재 보호조례에 따르면 도 기념물의 20m 이내를 원지형 보존지역인 1구역으로, 반경 300m까지를 도시계획 등 개별 법률을 적용 받는 2구역으로 지정해 엄격히 보호되고 있다.

 

특히 도 문화재 조례 제27조에 따르면 문화재보호구역 안에서 동물, 식물, 광물을 포획, 채취하거나 이를 그 구역 밖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허가사항’으로 명시했다.

 

이 부분에서 관음사의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다. 시의 허가 없이 무단 벌채했기 때문. 시도 산림자원법을 적용해 관음사를 자치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관음사는 산림자원법(산림자원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엄벌에 처해진다. 단, 관음사의 주장대로 ‘피해목’이었다면 과태료 처분으로 끝나지만, 불법 채벌이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해진다.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나?

 

제초제를 이용, 희귀목을 고사시킨 사례는 5년 전에도 있었다.

 

2007년 3월 제주대학교 입구에서 130년 수령의 소나무에 구멍 3개를 뚫고 농약을 투여해 고사된 일이 있었다. 이 나무는 제주대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는 상징성이 높은 나무였다. 결국 이 나무는 회생을 못하고 철거됐으며 범인도 잡지 못했다.

 

이처럼 비슷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되는데도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이에 환경훼손 관련 범죄는 미제사건으로 남는다는 의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한 증거자료가 있더라도 두 달 만에 사건이 처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미제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건발생 석달이 다되가는 데도 범인에 대한 뚜렷한 증거도 찾지 못해 범인을 못찾을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왕벚나무 고사사건을 통해 도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문화원 원장이자 제주환경연구센터 고문인 신상범 원장은 “제주도 전체는 문화재다. 그러나 문화재가 아닌 것은 사람들 뿐”이라며 자연을 등한시 하는 이들을 맹렬히 비판했다.

 

신 원장은 “이 사건을 하나의 범죄로만 보면 안 된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을 쉽게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고칠 필요가 있다”며 “자연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은 좀 먹은 나무와 같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제주도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시민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이소진 기자]
 

 

이소진 기자 sj@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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