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의 위기는 곧 한국어의 위기다”

  • 등록 2013.10.08 17:18:07
크게보기

박경훈 소장, 제주어가 국가 의제가 돼야 하는 이유 밝혀

제주어의 위기는 곧 한국어의 위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때문에 제주어를 국가 어젠다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제주민예총이사장)은 8일 오후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주어의 새로운 인식과 보전 방안’ 세미나에서 ‘소명위기의 제주어, 왜 국가 어젠다(의제)가 돼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박 소장은 “제주어의 보존은 유네스코로부터 ‘절멸위기의 언어’ 경고장을 받기 이전부터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 모두는 제주섬 안에서만 일어난 일”이라며 “특히 위기에 대한 대처의 규모와 속도, 상황에 대한 인식이 경고장 발부 이전이나 이후나 차별적으로 이뤄지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유네스코의 소멸위기 4단계 경고장은 거대 쓰나미”라며 “이를 예산도 빠듯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만 해결하려는 행정의 태도는 안일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문제는 국가적 의제로 채택하게 하고 국가와 지역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아 노력해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소장은 특히 ‘제주인은 한국인’이라는 전제하게 제주어 보존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는 무관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주어는 한국문화의 문화다양성의 지표”라며 “그것은 마치 제주도가 있어야 전국이 성립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경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제주어가 소멸된다는 것은 마치 신체의 일부를 유실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신체의 일부를 유실당할 대한민국 정부는 이와 무관하다”고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더욱이 “분명 유네스코 소멸위기의 언어로 등재되면 통보받은 해당 국가는 그에 따른 적절한 조처를 취하게 돼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만주어의 소멸과정을 설명하며 “지금 세계는 언어제국주의시대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의 극심한 언어의 주도권 쟁탈전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전체인구의 38.7%가 8개 언어를, 39.4%가 77개 언어를, 20.76%가 3015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1.2%의 인구가 3801개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들 언어들은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화자(話者)가 죽으면 그 언어도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제주어가 한국어의 모어(母語)로서 제주어가 죽으면 한국어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의 전지구화가 이뤄지면서 초강대국 간의 언어투쟁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마치 국제통화인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향후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처럼 마찬가지로 언어에 있어서도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가 결국 세계어의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정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손이나 발가락은 당신 몸 아냐?’하면서 대차게 정부에 ‘이 문제를 자연유산등재 때처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국가적 어젠다로 채택하고 이를 전국 차원의 문제로 인식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력하게 대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중국과 프랑스의 지방어의 보존에 대한 노력을 설명하며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제주어문화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폭적 지원과 지방정부의 적극적 육성노력에 의해, 제주어 살리기의 전반적인 판짜기를 다시 해야 한다”며 “‘제주어 살리기’에서 ‘제주어 르네상스(문예부흥)’ 사업으로 좀 더 확장시키고 더 큰 문화적 맥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탐라의 선언적 강조보다 제주어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일이 탐라의 정체성 확립과 탐라문화의 구현을 위해 더욱 시급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제주어가 바로 탐라에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탐라문화의 심장이기 때문”이라고 도정을 향해 기존의 정책을 답습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

 

김영하 기자 yhkim9356@jnuri.net
<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원노형5길 28(엘리시아아파트 상가빌딩 6층) | 전화 : 064)748-3883 | 팩스 : 064)748-3882 사업자등록번호 : 616-81-88659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제주 아-01032 | 등록년월일 : 2011.9.16 | ISSN : 2636-0071 제호 : 제이누리 2011년 11월2일 창간 | 발행/편집인 : 양성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성철 본지는 인터넷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 2011 제이앤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nuri@j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