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내 거액 공금횡령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도청 여성공무원을 전격 구속했다. 해당 직원이 2년여간 240차례에 걸쳐 2억4천여만원을 횡령하는 동안 제주도청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경찰청은 제주도청 내 공금횡령 사건과 관련, 공무원 홍모(47·여)씨를 전격 구속하고 29일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2011년 9월2일부터 2013년 7월20일까지 제주도 노인장애인복지과와 경제정책과에 근무하면서 240차례에 걸쳐 제주도 공금 2억4131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갖가지 수법을 동원하면서 홍씨에게 적용된 범죄혐의도 수두룩하다. 경찰이 적용한 위반 사항만 횡령, 컴퓨터 등 사용 사기, 공문서 위조 및 동 행사,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등이다.
홍씨의 범죄는 2011년 9월2일 노인장애인복지과 근무 당시부터 시작됐다. 홍씨는 일상경비 보통예금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를 이용해 무단으로 예금청구서를 작성해 9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렸다.
홍씨는 또 제주도 소유의 법인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해 112차례에 걸쳐 8811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하고 서울 백화점과 중앙지하상가 등에서 명품 의류와 가방, 신발 등을 샀다. 상품권 구매에 따른 결제금액을 채우기 위해 홍씨는 법인카드를 구매하지 않은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카드매출전표를 조작해 허위 영수증을 만든 후 지출 승인을 받기도 했다.
홍씨는 상급자인 과장과 계장의 전산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하는 수법을 썼다. 결국 홍씨는 지방재정관리스템인 ‘이(e)호조시스템’에 접속해 전산 작업을 맘대로 주물렀다.
경찰은 홍씨가 전체 횡령액 가운데 1억4000만원을 현금으로 빼내 쓰고, 나머지 1억원은 법인카드로 상품권 등을 구매해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은 홍씨가 제주도 경제정책과로 옮긴 후에도 계속됐다. 빼낸 돈만 일상경비인 공금 3495만원이다. 일상경비는 소규모 여비, 사무관리비 등이며 원칙적으로 지출은 총무과 경리담당이지만 각 지자체는 행정의 효율성을 이유로 일상경비 사용은 각 실·과에 위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일상경비라도 200만원 이상일 경우 공공요금 외에는 부서에서 지출할 수 없다. 홍씨는 이를 악용, 한 차례당 196만~198만원 등 2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빼냈다.
수법도 대담했다. 홍씨는 274차례에 걸쳐 e호조시스템에 불법 침입하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상사의 도장까지 위조해 일상경비 지출결의서를 조작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 8월 중순엔 일상경비지출업무 담당자의 책상 서랍에 보관 중이던 법인카드 1매를 빼내 제주사랑 상품권 396만원을 구매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홍씨가 노인장애인복지과에서 2억406만원, 경제정책과에서 3891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 추가 횡령혐의도 캐고 있다.
윤영호 제주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은 “각종 문서를 조작·변조하고 공금을 자신의 사금고처럼 썼다”며 “수사를 더 해 보면 범행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