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의원의 제주도지사 출마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제주 선거판에 핵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출마 의사를 피력하던 원 전 의원이 최근 ‘출마검토’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확실한 승리카드를 원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출마 권유·압박이 어느 정도 약효가 먹히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과 대화중, 고민중이다”는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원 전의원은 새누리당과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고민의 내용은 무엇일까?
불출마입장에서 “1% 가능성” → “당의 권유·압력” → “가능성 열려 있다” → “당과 대화중, 고민중”으로 수사를 확장해오던 원 전 의원의 입장은 이제 “적극 검토”로 선회하고 있다
원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당 지도부에 “윤봉길 의사도 (지원 받은) 도시락 폭탄을 갖고 거사를 치르지 않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가 12일 이 사실을 보도했다. 당이 자신에게 무엇을 지원해줄 수 있는 지 제시를 해달라는 뜻이다.
원 전 의원의 고민은 크게 3가지로 보인다.
우선은 그가 내세울 획기적인 제주도 발전 방안이다. 원 전 의원이 출마를 단행할 경우 꼭 필요한 명분이 기도 하다.
당에서 원 전의원이 제주도 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데도 이를 거부한다면 고향인 제주를 외면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불출마가 오히려 원 전의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역으로 원 전의원이 불출마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자유도시.특별자치도의 발전도 원 전 의원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당초의 취지대로 사람·.돈·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 국방과 외교·사법을 제외한 완전한 자치가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범주에서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김태환 지사 역시 그를 '특별자치도 완성의 적임자'로 지목한 바 있다.
원 전 의원이 “당과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자치도의 알맹이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원 전 의원은 그 방안으로 제주도민이 참여하는 면세구역 벨트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같은 친환경 복합리조트 유치 등에 대한 얘기를 한 적도 있다. 4년째 정부의 시행거부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관광객부가세 환급문제도 같은 범주다.
품격 높은 고급 관광객을 제주도에 유치해 한국의 성장동력으로 삼는 한편 이들이 쓰는 자금을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도를 국제화해 외자유치를 지속하되 그 수익을 제주도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제주도민이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주지역의 현안 해결이다.
제주지역의 주요 현안인 신공항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공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는 만성적인 좌석난이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 해결 없이는 관광객 증가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7년째 계속되고 있는 해군기지 문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원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근민 지사가)강정마을 갈등을 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몸을 던지든, 아니면 반대하든 명확히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강정문제 해결에 부담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지막으로 원 전의원에게는 ‘먹고사는 문제’와 함께 ‘화합’도 중요한 관심이다. 기존 후보들과의 관계 정립은 화합의 첫 출발이다.
원 전 의원은 "도지사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분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저와 특수관계인"이라며 "한 분(양원찬 예비후보)은 저의 평생 은인이고, 우근민 지사 역시 저와 특별한 관계인데 갑자기 싸움터에 보내듯이 저보고 가라고 하면 입장 바꿔서 당신들이라면 갈 수 있나"고 얘기했다.
원 전 의원은 "현재 제주지사직을 위해 뛰고 있는 분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그 판을 흔들며 뛰어드는 것은 도의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 뛰고 있는 주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원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의원님은 도지사에 당선된다고 해도 오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어느 한 분 소중하지 않는 분들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의 주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구태여 출마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당에서 큰 줄거리를 잡아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원 전 의원은 당의 제의에 ‘역제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이 안을 갖고 자신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출마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획기적인 제주도 발전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결국 원 전 의원의 제주도지사 출마는 획기적인 제주도 발전방안, 신공항.강정문제 등 해묵은 민원, 기존 후보들과의 관계 설정 등의 진전에 따라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얻어낼 새누리당 중앙당의 최종결론, 그리고 그가 선택할 종착역이 어디인지가 이제 6.4선거의 복판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이누리=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