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제주도지사 공천 티켓을 잡기 위한 후보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앙당의 분위기는 기존 후보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중진차출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원희룡 전 의원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원 전 의원의 출마 선언은 이제 시기만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지역 맹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우근민 제주도지사 진영에 비상이 걸렸다.

 

우 지사는 지난해 11월 당 내외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무소속으로는 6.4선거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때도 과거 당적변경, 성추행 전력 등이 문제가 됐다.

 

우 지사는 이때 1만7천명을 동반 입당시켰다. 도지사후보 경선에 대비한 것이다. 이게 화근이 되고 말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때 함께 입당한 당원이 당심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대로는 공정한 경선이 안된다는 것이다. 특정 후보에 유리한 경선으로는 경쟁력 있는 후보 선출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에서 제주도와 울산.인천 등을 ‘우선 추천지역’으로 선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되면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 비율의 경선 대신 다른 방법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방안으로는 여론조사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원 전 의원 측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에서 제주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면 2~3일 이내에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우 지사가 4일 급거 상경, 새누리당 지도부 면담을 추진했으나 헛물만 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뒤늦게 파악한 우 지사는 5일 갑작스럽게 출마회견으로 배수진을 쳤다.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할 뜻도 피력했다. 경선 방법은 당헌·단규에 따른 ‘상향식 경선’을 할 것으로 안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앞서 일부 당직자들도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김경택 예비후보도 대의원경선을 주장했다. 우근민 지사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의견들이다.

 

그러나 이날 김경택 예비후보의 기자회견에는 김방훈.양원찬 예비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예비후보들 간에도 의견의 간극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5일 우 지사의 기자회견은 탈당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은 탈당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우선추천지역 결정이 있고 난 후에 탈당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제주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면 이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이때 거사(?)를 해야 도민들로부터 동정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6일 최고위원회에서 우선추천지역 선정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부 조율을 위해 10일로 연기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내부 의견조율을 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원 의원은 최고위원회의가 결정하면 3일 정도 더 숙고한 후 출마여부를 당에 통보하겠다는 입장. 이에 따라 원 전 의원의 제주도지사 출마 선언 시기도 12~13일로 늦어질 전망이다.

 

우 지사의 행보는 원 전 의원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원 전의원의 출마에는 우선추천지역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우 지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다. 우선추천지역 지정은 현재로는 여론조사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게 당 주변의 얘기다.

 

원 전의원이 출마선언을 하면 우 지사의 선택은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경우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다. 불공정 경선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중앙당에서 내정자를 정하고 경선 룰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내걸 수 있다.

 

두 번째는 중앙당의 방침 승복이다. 세 번째는 불출마다. 두 번째 경우도 불출마와 거의 마찬가지다. 현재 지지율은 원 전 의원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물론 아침과 저녁이 다른 게 민심이어서 100%라는 가정은 없다.

 

우 지사가 탈당할 경우 시점은 경선 신청 마감일 전후가 될 전망이다.

 

우 지사의 행보와 함께 김경택.김방훈.양원찬 세 예비후보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이 중 김경택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 지사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김방훈.양원찬 두 예비후보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즉각적인 반발이 없는 것으로 봐 중앙당과 어느 정도 의견을 교감하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원 전 의원의 출마와 우 지사 및 당내 세 예비후보의 행보가 얽히고 설키고 있다. 새누리당의 후보 선출 국면이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의 첫 분수령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