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폭행하고 현금까지 빼앗아 달아난 50대 수배범이 택배기사로 위장한 새내기 형사에게 붙잡혔다.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19일 오전 3시30분쯤 서귀포시 모 술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A씨를 30분 동안 폭행하고 현금 1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강도상해)로 김모(51)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이 사건 이외에도 사기 혐의 등으로 수배 중인 전과 30범이다. 하지만 사는 곳이 일정치 않아 검거에 애를 먹고 있는 인물이었다.
김씨를 어떻게 검거할까 고민하던 서귀포경찰서 형사1팀 한성은(30) 형사는 범인에게 의심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택배기사를 떠 올렸다.
형사는 범인의 연락처를 알아내 택배기사인 것처럼 속여 "물품을 전달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김씨는 친구의 주소를 알려주며 자신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다.
한 형사는 "중요한 물품이어서 전달하려면 반드시 본인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속여 약속 날짜를 잡았다.
지난 8일 택배기사인 친구 옷을 빌려 입은 한 형사는 택배 상자를 들고 서귀포 매일시장에서 김씨를 기다렸다.
김씨는 30분간 주변을 살피며 한 형사를 지켜본 뒤에야 의심을 풀고 눈 앞에 나타났다.
한 형사가 김씨에게 물건을 전해주려는 순간 숨어서 대기하던 형사 3명이 나서 체포했다.
가장 큰 공을 세운 한 형사는 2012년 경찰에 입문, 형사 근무는 지난 2월부터 불과 5개월째다.
한 형사는 "지구대 근무 시절 용의자들이 다른 전화는 받지 않아도 택배에는 연락하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건 현장을 누비며 모범이 되는 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