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을 떠도는 넋이여! 부디 영면하소서"

  • 등록 2015.07.19 16: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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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4.3행방불명인 희생자 진혼제, 18일 제주4.3평화공원서 봉행
유족회장 "영령 뜻 기려 미래 향해 화해.상생의 길로 간다"

 

기나 긴 세월 구천을 떠돌던 4·3 희생자들의 넛을 기리는 추모의 마음이 한데 모였다. 영문도 모르고 죽임의 길로 끌려갔고, 가족과는 영영 생이별을 해야 했던 행방불명 희생자들을 향한 비통과 울분, 분노다.

 

제주4.3 희생자 유족회는 18일 오전 10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행방불명 희생자 표석 터에서 제14회 제주4.3 행방불명자 진혼제를 지냈다. 4.3평화공원에는 3884개의 행불인 표석이 설치돼 있다.

 

진혼제는 유족과 권영수 제주도 행정부지사,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이석문 제주교육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례, 혼비무용단의 진혼무, 진혼사, 추도사, 추모 시 낭독, 헌화,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정문헌 4·3유족회장은 진혼사에서 "살아있는 자들의 부족함으로 지난 60여년 간 영혼들이 구천을 떠돌아야만 했다. 행불인 위령단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마음으로 진혼제를 봉행한다”며 “영령님들과 유족들을 해코지하거나 괴롭하는 자들이 있을지라도 잘못을 꾸짖지 아니하고, 제주의 밝은 미래를 위해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넋을 위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추도사를 대신한 권 행정부지사는 "4.3의 완전한 해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서 잠들지 못한 행방불명희생자 유해를 유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유전자 감식을 통한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사랑하는 가족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구 의장 역시 “굴곡진 역사의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도 단단하게 옹이로 굳어버린 유족들의 아픔을 풀 수 있도록 의회도 노력하겠다”는 말로 추도사를 대신했다.

 

이 교육감은 “희생자들의 넋이 스며있는 전국 곳곳에 평화와 화해, 인권의 싹이 자라고 있다”며 “그 싹을 꽃과 나무로 가꿔야 할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고 평화로운 삶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4.3행불인 진혼제는 2000년 제주시 건입동 옛 제주주정공장 터에서 시작됐다. 행방불명인들은 당시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주정공장 자리에서 강제 수용생활을 하다 바다에 수장(水葬)되거나 뭍지방 형무소로 끌려갔다.

 

유족회 등은 2008년 제주4.3 60주년을 맞아 제주4.3평화공원에 행불인들의 혼백을 초치, 2009년 표석을 세운 후 진혼제를 이어오고 있다. [제이누리=김동욱 기자]

 

 

 

 

 

김동욱 기자 rainbow@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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