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 4·3사건 희생자 재심의'를 늦추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김우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이 '정치적 꼼수'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주장은 4·3 희생자 재심의 보류는 4·13 총선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22일 "제주도가 4·3사건 희생자 재심의를 위한 사실조사를 서두르지 말 것을 행자부에 공식 요청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주4·3특별법에 의해 4·3중앙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심의로 결정된 제주4·3희생자 중 일부에 대해 예정된 일정대로 재심의를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행자부는 지난해 12월 보수단체의 민원을 받아들여 4·3사건 희생자 중 남로당과 무장대 수괴급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된 53명을 재심의하기 위한 사실조사를 제주도에 요구했다.
이는 그동안 보수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4·3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사전 절차다.
보수단체는 4·3과 관련해 좌익 활동에 가담한 53명의 희생자 결정 취소와 위패 철거를 요구해왔다. 또 ‘4·3진상조사보고서 가짜’, ‘4·3평화공원은 친북·좌파 양성소’라고 주장하며 끊임 없이 4·3을 흔들어왔다.
그러나 4·3단체와 희생자 유족이 희생자 재심의에 강하게 반발하고, 사실조사 권한을 가진 4·3실무위원회는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행자부의 사실조사 요구를 받은 제주도는 지난 1월 6일 제126차 4·3실무위원회를 열어 ‘4·3희생자 53명 제외 민원 사실조사’ 안건을 상정했고, 4·3실무위원회는 ‘사실조사는 일종의 부관참시’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제주도는 이를 근거로 행자부에 "4·3실무위원회를 통한 사실조사가 어렵다"며 4·3희생자 53명에 대한 사실조사를 보류해 달라고 행자부에 요청했다.
행자부가 제주도의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5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올해 제주4·3사건 추념일까지 재심의를 마치기는 어렵게 됐다.
행자부는 명목상 '제주도의 건의'를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오는 4월 3일 국가기념일로 엄수되는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총선에 앞서 거행되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의원이 정부의 4·3희생자 재심의 속도조절은 정치적 꼼수에 불과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김 의원은 23일 성명을 내고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4·3 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사실조사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는 제주사회가 요구하는 4·3 희생자 재심사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속도만 조절하면서 결국 희생자 재심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1월 26일과 2월 19일 두 차례에 걸쳐 본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서도 희생자 재심사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면서 “정부는 여전히 제주사회의 민의는 안중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4·3 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사실조사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은 총선을 앞둔 정략적 판단이자 총선 후 이를 강행하겠다는 정치적 꼼수에 불과할 뿐 문제해결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부는 사실조사 속도조절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대립과 분열을 넘어 진정한 통합을 원하는 제주사회의 열망을 받들어 4·3 희생자 재심사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제68주년 4·3추념식 이전에 4·3희생자 재심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4·3 희생자 재심사의 철회 없이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4·3추념식을 치른다는 것은 유족과 도민, 더 나아가 4·3영령에 대한 기본적 도리가 아니”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도 요청했다.
김 의원은 “국가지정 추념일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일 뿐 조건이 있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그동안의 4·3흔들기로 상처받았던 희생자 및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진정한 회해와 상생, 더 나아가 국민대통합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