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드라마 제작자, '투쟁의 기록' 수필집 내다

  • 등록 2016.06.0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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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신문기자에서 변신한 윤순환 (주)러브레터 대표이사 <그때, 나는...>

제주 출신 중에는 장관도 여럿 있었고 대기업 CEO, 장군, 영화감독도 꽤 있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자는 지금까지 유일무이하다.

 

(주)러브레터의 윤순환 대표가 그다.

 

오현고.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와 한국일보 기자로 필봉을 날리던 그는 돌연 드라마 제작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SBS 주말연속극 ‘웃어요 엄마’, ‘내일이 오면’, KBS 미니시리즈 ‘칼과 꽃’ 등을 만들었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업하면서 겪었던 것들을 묵히고, 익혀서 수필집을 냈다. 제목은 ‘그때, 나는...’(출판사 이불)이다.

 

‘생(生)의 순간들을 기록하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에세이는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65가지 순간들로 구성돼 있다. ‘가치: 내가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 ‘삽질: 삽질만 하는 것 같을 때’, ‘구원: 지푸라기 밖에 보이지 않을 때’, ‘글쓰기: 불행과 대면해야 할 때’, ‘복싱: 정신없이 얻어맞고 있을 때’와 같은 순간들이다. ‘가치’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설령 그 길을 완주하지 못하더라도, 그 곳에서 만족할만한 것을 파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가치 있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가 아니라, 가치를 찾는 자신일 테니까요.” ‘고통: 나만 아픈 것 같을 때’에서 윤 대표는 “고통 받는 당신은 타인과 소통하고 싶어 하지만 정작 고통은 당신과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그 누구도 아닌 당신만이 고통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고통은 타인과 불통하기 때문에 당신만의 것이고 그래서 고귀합니다.”라고 밝힌다.

 

같은 제주 출신인 배우 고두심씨는 추천사에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글 속에서 삶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저자의 정신을 만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라고 말한다. 1000만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드라마 제작사 대표로서) 가장 치열한 삶을 살아가며 안간힘으로 만들어 낸 짧은 여유 속에서 되돌아본 인생의 본질. 그것이 보인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 자부하셔도 좋습니다.”라고 추천한다.

 

윤 대표는 수필집의 마지막 글인 ‘고향’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친 북태평양의 넘실대는 파도와 때론 태풍으로 뒤집어지는 바다를 느끼면서, 그 섬세함에서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들판과 마술처럼 변화무쌍한 바람을 겪으면서, 하늘과 맞서 싸우는 거인의 몸집으로 우리들에게 든든함을 주었던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내 속에 무엇이 자라고 있었는지를, 나는 나이 들어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수필은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하고, 짧은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그의 문체는 독특하고 힘이 있다.

 

한 독자(오**)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올린 리뷰에서 “‘작가의 말’을 시작으로 마지막 글인 ‘고향’까지 내 심장을 몇 번이나 쿵쿵 내려앉게 했는지... 적지 않은 에세이를 읽은 나지만 내 맘을 이렇게 흔들어 놓은 책은 이 책뿐!‘이라고 썼다.

 

윤 대표는 ‘작가의 말’에서 “여기 있는 글들은 맹수들에 둘러싸인 채 자기 자신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한 남자의 일기장입니다. 그 싸움 속에서 상처를 입고 좌절도 맛보았지만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있는 한 인간의 투쟁기입니다. 오늘도 생활의 전선에서, 꿈의 전장에서, 고독과 갈망의 틈바구니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분들과 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윤 대표가 이 책에서 전하는 것은 요즘 유행하는 달달한 힐링이나 위로가 아니다. 실패를 경험했던 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목소리, 낡고 뒤쳐진 ‘나’를 거짓 힐링하지 말고 차라리 킬링(killing)해 지금의 삶과 맞서라는 ‘투혼’의 응원가다.

 

신문기자에서 드라마 제작사 대표로 이제는 작가이기도 한 윤 대표가 앞으로 펼칠 도전이 기대된다. 이불. 1만 3000원 [제이누리=김리나 기자]

 

김리나 기자 freely1127@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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