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다. 연이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지역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중 제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3427억원 늘었다. 총액이 무려 10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41.3%에 이른다. 전국 평균 13%를 3배 이상 웃돈다. 한 달 사이 증가율도 3.5%로 전국 평균 1.4%를 크게 앞질렀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예금은행의 증가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지역농협·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5%가 늘었다.
기타대출의 경우 토지·상가 등을 담보로 하는 ‘주택 외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 달 사이 2357억원이 늘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지난 5월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대한 ‘여신심사 선진한 가이드라인’ 시행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시 상환능력 평가를 강화하는 이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기타대출로 자금이 몰린 것이다.
토지·상가 등을 담보로 하는 대출은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 아닌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 가파르게 상승한 토지가격 등 부동산시장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8월 기준 제주지역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대출 규모’는 117.4%. 전국 평균 107.1%를 웃돌았다. ‘경제규모 대비 가계대출 규모’도 66.6%로 전국 평균(56.0%)보다 10%p 이상 높다.
가구 당 가계대출 규모도 4528만원으로 전국 평균 4465만원에 비해 많았다.
예금잔액에 대한 총 대출금잔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예대율은 예금은행의 경우 사상 최고치인 121.4%를 기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예대율도 73.9%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3월 ‘제주경제브리프’에서 가계대출 현황·평가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가계의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도내 부동산 가격 조정 또는 경기위축 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이누리=김리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