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문관광단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융복합 상설공연장에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중 한명인 차은택씨의 농간에 휘둘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추진키로 한 1570억원짜리 '융복합형 공연장 중심, 문화콘텐츠 거점 사업'(융복합 상설공연장)이 차은택(47·구속)씨에 의해 휘둘린 정황이 드러났다고 세계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차씨가 사업 초기에 측근을 자문위원으로 넣어 자기 입맛대로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이런 정황이 담긴 '융복합형 공연장 중심 문화콘텐츠 거점 기본구상 중간 보고서'를 입수해 사업 자문위원 6명을 분석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자문위원 가운데 윤정섭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차씨의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처남매제 지간으로, 현재 차씨가 주도해 만든 문화창조융합센터 아카데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시공테크 A본부장(사장)도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공테크는 한국관광공사와 62억원 상당의 계약을 맺고 차씨가 전시감독을 맡은 '2015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사업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차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창조경제혁센터 관계자, 국토연구원 관계자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 보고서가 지난 2월 한국관광공사가 중문골프장 인근에 K팝 공연장 조성 등 사업을 하며 한국관광개발연구원과 H건축사무소에 용역을 줘 만든 최초의 보고서라고 덧붙였다. 중문단지에 2018년까지 1500여억원을 투입해 2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이 사업은 차씨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뒤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 추진 계획 보고를 시작으로 지난 1월 전문가 아이디어 회의를 가졌다. 한국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당초 중문골프장은 제주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문체부 측의 요청 등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개발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관광공사가 개발사업에 회의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문골프장을 포함한 중문관광단지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매각이 결정돼 제주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었다. 하지만 이후 협상이 진전을 못보면서 흐지부지됐다.
윤 전 교수의 경우 차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시공테크 A본부장도 "시공테크 출신의 관광개발연구원 관계자가 도움을 요청해 와서 자문을 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한편, 당시 자문위원 선정은 문체부 산하 창조융합본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맡았다는 취지의 관광개발연구원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다.
TV조선도 지난달 28일, 중문단지 융복합 상설공연장 사업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와 차씨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융성' 사업의 기본틀을 짰다는 내용이다.
2014년 6월 최씨와 차씨가 '대한민국 창조문화 융성과 실행을 위한 보고서'를 수정했고, 수정된 보고서는 문체부로 넘어갔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문체부는 지난해 2월 중문관광단지에 1500억원을 들여 1만1520㎡, 20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을 2018년까지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같은해 3월 원희룡 지사가 문체부를 방문해 당시 김종덕 장관과 면담할 때 김 장관은 "관광문화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중문단지에 대형 상설 공연장을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문단지와 멀지 않은 곳에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오빠와 함께 대규모 토지(약 6만6120㎡, 2만평)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연루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제이누리=김리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