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천지·전후·동서를 품은 우도8경

  • 등록 2018.12.14 09: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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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회] 낮.밤, 하늘.땅, 앞.뒤, 동.서쪽 어디서나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섬 ... 우도

 

8경이란 어떤 지역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뜻한다. 중국의 소상팔경에서 유래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관동팔경·단양팔경 등이 있다.

 

1982년 우도중학교 김찬흡(현재는 향토사학자로 널리 알려짐) 전 교장은 우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우도의 지명과 경관에 대한 자문과 자료를 수집하여 우도의 8경을 선정하였다.

 

김찬흡 전 교장은 나의 고교 은사이기도 하다. 이후 우도8경은 오늘의 우도를 있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필자가 근무한 학교 학생들 모두가 우도8경을 알고 자랑할 만큼 친숙하다.

 

한자의 4자성어로 구성된 우도8경은, 낮이나 밤이나, 하늘과 땅 어디에서나,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동쪽과 서쪽 어느쪽에서 바라 보아도, 우도는 하늘이 내린 아름다운 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1경은 주간명월(晝間明月)로, 우도봉 남쪽기슭 해식동굴 중 하나인 이 동굴은 오전 11시를 전후하여 동굴 안의 물 위를 비춘 햇빛이 천장에 반사되어 마치 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이 현상을 달그리안이라고도 부른다.

 

주변에는 보는 이와 보는 각도에 따라 만물상이 산재하고 있는데, 동굴 입구의 왼쪽 바위는 마치 사람 얼굴과 같아 광대코지(岬), 관대코지 또는 큰 바위 얼굴이라 부르며, 섬 안에서 바라보면 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2경은 야항어범(夜航漁帆)으로, 밤 고깃배의 풍경을 일컫는다. 6~7월이 되면 섬 전 지역에서 집어등을 켜고 조업을 하는 수많은 멸치잡이 배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섬 북동쪽에 위치한 하고수동 해수욕장, 그중에서도 옛 해신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오징어, 갈치 등을 잡는 어선들이 무리지어 우도의 바다를 불빛으로 밝히면 마을 안길뿐만 아니라 밤하늘까지도 밝은 빛으로 물들고, 온 바다가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현란하다.

 

제3경은 천진관산(天津觀山)으로, 우도의 관문인 천진항에서 한라영봉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일출봉·수산봉·지미봉을 비롯해 높고 낮은 오름들을 품고 있는 한라산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보는 이곳은, 일출뿐만 아니라 일몰의 장관을 감상하는 이들로 하여금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닌 곳이다.

 

제4경은 지두청사(地頭靑沙)로, 등대가 있는 우두봉에서 바라본 맑고 푸른 바다와 백사장의 풍경을 통칭하는 말이다. 지두는 천진항 동쪽에 높이 솟은 등성이인 우두봉을, 청사는 푸른색의 잔디를 뜻한다. 132m 높이의 우두봉 정상에 올라 우도 전경과 등대 너머로 펼쳐지는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은 그림처럼 곱다.

 

제5경은 전포망도(前浦望島)로, 구좌읍 종달리와 하도리 사이의 앞바다에서 바라본 우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말한다. 동쪽에는 야트막하게 우두봉이 솟아있고, 서쪽 기슭을 따라서는 평평하게 섬의 중앙부가 이어지다가 서쪽 끝은 수평선과 합쳐지면서 바다로 잠기는 형상이다. 1900년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 모양이 물 위에 뜬 두둑과 같다는 의미로 우도를 연평(演坪)이라 부르기도 했었다.

 

제6경은 후해석벽(後海石壁)으로, 우두봉의 가파르고 웅장한 절벽과 선돌의 조화를 뜻한다. 우두봉의 동쪽에 높이 20여 m, 폭 30여 m의 줄무늬 기암절벽 일대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사람 얼굴이나 거북이 또는 사자 모습이 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디며 인고의 잔주름을 키워온 듯 서있는 수직절벽과 선돌 일대를 광대코지라고도 한다.

 

제7경은 동안경굴(東岸鯨窟)로, 동쪽 해안의 고래굴이라는 뜻이다. 우두봉 뒷마을 지경인 검멀레 해변에 고래 콧구멍 굴이라 불리는 2개의 해식동굴이 있는데, 예전에 거인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에서 연유되어 내려온 말이다.

 

동굴 속에 동굴이 있는 까닭으로 썰물이 되어서야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입구의 굴은 작고, 안에 있는 굴 은 넓고 높다. 큰 굴의 웅장하고 탁 트인 경관은 야외 음악당이 되어, 해마다 이곳에서 동굴음악회가 열린다.

 

제8경은 서빈백사(西濱白沙)로, 우도 서쪽 홍조단괴 해빈의 해수욕장 지대의 별칭이다. 최근까지 산호사 해빈으로 잘못 알려져 온 서쪽 해안가에는, 홍조단괴 퇴적물이 분포되어 백사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이러한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해빈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홍조해빈으로 알려져 관광객의 발 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미봉과 그 너머 한라영 봉의 경치가 또한 압권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영택 yeongtaek24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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