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해가 비치는 제주의 부상(扶桑) 우도

  • 등록 2019.01.18 09: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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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회] 충암 김정의 우도가 ... 문방생담우도가이기흥(聞方生談牛島歌以寄興)

 

충암 김정은 오현(청음 김상헌, 규암 송인수, 동계 정온, 우암 송시열) 중 한 사람이다. 김정은 중종 기묘사화 시 조광조 등과 함께 화를 입어, 간신들의 모함으로 제주에서 사사된 인물이다. 그는 1년 4개월 동안 제주유생들을 교학하고, 그의 조카에게 보낸 ‘제주풍토록’은 당시의 사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충암은 제주목에 위리안치되어 우도에 올 수 없는 몸이었으니, 우도에 관한 여러 일화들을 당시 적지 않은 이들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특히 방생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우도 이야기를 듣고 시를 쓴 것이 충암 김정의 ‘우도가’이다.

 

2006년 발간된 牛島誌에는 현행복 교수가 충암 김정의 우도가를 번역하여 해설까지 실었다. 다음은 우도가에 대한 현 교수의 해설에서 일부 발췌한 글이다.

 

오백여 년 전에 김정이 남긴 우도가는 우도동굴의 신비로움을 환상적으로 노래한 한 편의 장대한 판타지이다. 고대 동양의 신비로운 신화의 세계로 침잠하게 만드는 시상이야말로 이 시만이 갖는 매력이자 특징이다. 무수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신비로움은 퇴색되지 않은 채 동굴의 현묘한 이치를 늘 우리의 곁에 전하고 있다. 이 시의 배경인 우도는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비치는 제주의 부상(扶桑: 해가 뜨는 동쪽에 있다는 상상의 나무)이요, 문화의 섬으로 부상(浮上)하는 곳이다. 그 서광을 받아 부디 우도여 동굴이여, 영원 하라!

 

20년 동안 동굴음악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던 축제가 2016년부터 ‘우도동굴환타지’로 개명하여 행해졌다. 장소는 고래굴이라고도 하는 검멀레 지경에 있는 동안경굴이다. 음악회를 열기에는 최적의 환상적인 장소이다.

 

경안동굴 입구는 2군데로, 하나는 바다로, 하나는 굴속으로 가는 입구이다. 입구를 찾아가는 길처럼 신비스러움이 일렁이는 곳이 바로 우도의 동안경굴이다. 우도를 방문했다면 바로 이곳을 구경했다는 말과 통할 정도로 이곳은 우도방문의 1번지라 할 것이다.

 

음악회 참석자들은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동굴 벽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음을 듣는 행운을 갖기도 했다. 2016년에는 창봉 박동규 서예가가 특별출연 하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창봉 선생은 나의 동향 선배이다. 그런 인연으로 음악회에 대한 여러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20년 동안 현행복 교수 중심으로 진행하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프로그램의 다양화 차원에서 고전화·세계화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으로 음악회 입장료를 유료화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유료화에 따른 수입금 전부를 우도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선뜻 학교에 내놓기도 했다.

 

다음은 충암 김정이 지은 우도가의 원래 제목인 ‘聞方生談牛島歌以寄興(문방생담우도가이기흥: 방생이 우도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노래로 흥을 부치다)’의 원문과 한글 표기와 한글 해석이다.

 

 瀛州東頭鼇抃傾     영주산 동쪽머리 산을 졌던 자라 춤추면서 기울더니
(영주동두오변경)

 

 千年閟影涵重溟     천년 비궁의 모습 깊은 바다에 잠겼어라
(천년비영함중명)

 

 群仙上訴攝五精     뭇 신선들 상제께 호소하여 오정을 끌어들 이매
(군선상소섭오정)

 

 屭贔一夜轟雷霆     하룻밤 힘써 일을 내니 벼락 천둥소리 요란 했다네
(희비일야굉뇌정)

 

 雲開霧廓忽涌出     구름 개고 안개 걷히자 홀연히 솟아나니
(운개무곽홀용출)

 

 瑞山新畵飛王廷     상서로운 산 다시 그려내어 급히 조정에 보 고되었네
(서산신화비왕정)

 

 溟濤崩洶噬山腹     성난 파도 높이 솟구치며 산허리 잡아채고   
(명도붕흉서산복)

 

 谽谺洞天深雲扃     툭 트인 산골짜기 깊게 구름 빗장 걸렸어라
(함하동천심운경)

 

 稜層鏤壁錦纈殷     깎아지른 절벽 온통 비단무늬 아로새겨 놓아
(능층루벽금힐은)

 

 扶桑日照光晶熒     부상(동쪽바다)에 해 비치니 수정처럼 반짝 거리고
(부상일조광형)

 

 繁珠凝露濺輕濕     흩어진 물방울 이슬 맺혀 물기 촉촉한데
(번주응로천경습)

 

 壺中磘碧躔列星     호중 별천지의 푸른 구슬 별자리를 심어놓았네
(호중요벽전열성)

 

 瓊宮淵底不可見     옥 궁전 수궁 속 물 깊어 볼 수 없고
(경궁연저불가견)

 

 有時隱隱窺窓櫺     때로 언뜻언뜻 그 창살만 어렴풋이 보인다네
(유시은은규창령)

 

 軒轅奏樂馮夷舞     황제 훤원씨의 풍악에 水神 풍이는 춤을 추고
(헌원주악풍이무)

 

 玉簫竅窱來靑冥     그윽한 옥통소 소리 먼 하늘에서 들려오네
(옥소규조래청명)

 

 宛虹飮海垂長尾     휘어진 무지개 바닷물 마시느라 긴 꼬리 드리우고
(완홍음해수장미)

 

 麤鵬戲鶴翎翅飄     거친 대붕새 학을 희롱하며 날개 짓 펄럭이네
(추붕희학표시령)

 

 曉珠明定塵區黑     영롱한 샛별 밝게 빛나건만 진세는 아직도 깜깜밤중
(효주명정진구흑)

 

 燭龍爛燁雙眼靑     촉룡의 부릅뜬 두 눈에선 푸른 기운 뻗혔네
(촉룡난엽상안청)

 

 驂虯踏鼲多鞸婷     용이 끄는 수레 타고 잉어 밟고 놂 하도 아름답고
(참규답혼다병정)

 

 天吳九首行冷鵧     머리 아홉 달린 천오귀신 어슬렁대며 가는 구나
(천오구수행랭병)

 

 幽沈水府囚百靈     물속 깊고 으슥한 궁전에 온갖 바다영령들 가둬놓아
(유침수부수백령)

 

 邪鱗頑甲毒風腥     고약한 물고기 딱딱한 조개 독한 비린내 풍기니
(사린완갑독풍성)

 

 太陰之窟玄機停     태음의 기운 서린 굴에 현묘한 이치 머물고
(태음지굴현기정)

 

 仇池禹穴傳神蹟     구지산 우 임금의 무덤에선 신의 자취 전하는데
(구지우혈전신적)

 

 惜許絶境訛圖經     애석하게 절경이라 도경(圖經)에 빠졌구나
(석허절경와도경)

 

 蘭橈拏入㩳神形     조각배 노 저어 들어가니 심신이 쭈뼛하고
(난요나입송신형)

 

 鐵笛吹裂老傀聽     날라리(太平簫) 요란히 부니 늙은 용이 듣는구나
(철적취열노괴청)

 

 水咽雲暝梢愁人     물은 오열하고 구름 짙어져 사람 근심 속 빠뜨리니
(수열운명초수인)

 

 歸來怳兮夢未醒     황홀한 돌아옴이여 아직 꿈속인 듯 몽롱하기만 하네
(귀래황혜몽미성)

 

 嗟我只道隔門限     아 난 문이 막혀있어 나갈 수 없다고 말해야 하나
(차아지도격문한)

 

 安得列叟乘風泠     어찌하면 열자처럼 맑은 바람 타고 맘껏 날아볼까.
(안득열수승풍령)

 

(제주동굴소리연구회 현행복 소장이 번역한 것을 재인용함)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문영택 yeongtaek24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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