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승재(德勝才) ...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

  • 등록 2019.08.09 14: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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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림.전혜성 부부의 교육철학 ... 관용과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는 사회 지향

 

제주시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보면 하귀1리 입구에 세워진 고(故)고광림박사가족현양비(顯揚碑)를 만난다. 마을사람들이 분재가 있는 멋진 비를 고향을 빛낸 고 박사(1920-1989) 가족에게 선사한 것이다.

 

미국사회에 공헌한 역대 재미 한국인 100인 중 4명이 포함될 만큼 고광림 박사 가족은 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가정교육의 산실이다. 6남매 모두를 세계적인 석학으로 키운 자식교육에 대한 비결이 궁금하다. 그 비결은 바로 덕승재의 일상화 속에 숨어 있었다.

 

고광림·전혜성 부부는 자식들에게 덕승재, 즉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고 평소 가르쳤다. 덕승재란 자식들이 재주만을 믿고 거만해질 것을 미리 경계하라는 고 박사 부부의 교육철학의 별칭이다. 무엇을 잘한다는 것은 재주이다. 하지만 상대가 잘하는 것을 찾아내 상대에게 칭찬하고 지원하는 것은 덕이다.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덕이 모자라면 그 재주는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사용될 것 이다. 그러한 사회는 이기주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반면에 재주뿐만 아니라 덕이 넘치는 사회는 관용과 배려하는 마음이 넘치는 문명의 사회를 지향할 것이다.

 

인성과 창의성이란 두 바퀴 달린 황금마차를 타고 세계 도처를 누비는 고광림·전혜성 박사 가족들은 제주바다를 건너 세계로 간 우리의 자랑스러운 글로벌 인재들이다.

 

제주 애월읍에서 태어난 고광림 박사는 경성제국대학 법학과에 입학, 1945년 3월 졸업하여 해방직후 서울법대에서 법사상사를 강의하기도 했다. 1949년 미국에 건너가 유학생활을 시작, 1954년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부분의 학위논문 주제는 해양에 관한 내용들이다. 섬에서 태어나 바다에 대한 동경과 해양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주미공사와 유엔총회 대표대사, 주미대리대사로도 활약하였던 고 박사는 1961년 코네티컷주립대 교수 시절 제주대학교와의 자매결연도 주선하였다.

 

특히 제주출신 학생과 교수를 지도, 격려하고 뉴욕 제주도민회 창립에도 발벗고 나섰다. 부인 전혜성 박사는 이화여대 영문과 2년 재학 중 도미하여 고 박사를 만났다. 현재는 미국에서 동암문화연구소를 창설하여 이사장으로 있으며, 미국 연방교육부가 주최하는 ‘성공한 가정교육의 연구대상 가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여러 차례 제주를 방문하고 있는 전혜성 박사는 2016년에 만덕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지금도 더러는 유효한 듯하다. 여전히 서울 지향의 삶을 추구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로·세계로 나아가려는 이들을 격려하고 이끄는 것도 제주사회가 담당해야 할 일이다.

 

제주아이들이 제주를 사랑하고 세계를 누비며 꿈과 끼를 찾아 자아실현 하는 국가인재로 키우는 것이, 제주사회가 짊어져야 할 큰 역할이리라. 제주를 사 랑하는 아이가 제주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제주를 떠난 지난날의 역사를 떠올리며 오늘의 제주를 그려본다. 제주바다를 건너 세계로 갔던 제주후손들이 다시 찾아오는 제주를 가꾸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제주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제주선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일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2018년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 활동을 하고 있다.
문영택 yeongtaek24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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