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후유장애인들의 아픔을 다시 듣다’

  • 등록 2012.03.27 17: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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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사진가협의회, 4·3 앞두고 후유장애 불인정자의 삶 다뤄
사진전, 30일~4월30일까지…기획전 ‘4·3남겨진 자들의 슬픔’도

 

1948년 2월 고순호(23·여)씨는 무장대 2~3명이 집으로 들어와 몸을 발로 짓밟고 죽창으로 찔리고 마구 구타를 당했다. 고씨는 그 후유증으로 등뼈가 울퉁불퉁 튀어나와 잠을 똑바로 누워 잘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구타와 죽창으로 찔린 옆구리 골반부분은 지금도 찢어지듯 아프다고 한다. 귀도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해도 전화통화가 힘들다. 그러나 고씨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로부터 “4·3사건에 의한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송춘옥(21·여)씨는 교사인 남편이 구엄국민학교가 불에 탔다며 경찰이 도두지서로 모두 연행해 상습적으로 폭행 구타했다. 송씨도 교사의 아내라는 이유로 9차례에 걸쳐 도주지서에서 온몸을 구타당했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와중에도 폭행을 당했다. 게다가 경찰은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아기의 머리를 내리쳐 어린 딸이 품안에서 숨졌다. 송씨는 그 후유증으로 정신적인 고통과 함께 허리를 크게 다쳐 약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한 그도 위원회로부터 4.3후유장애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4·3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양정순(20대 중반)씨는 아무 이유 없이 경찰지서로 끌려가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몽둥이로 구타당하면서 얼굴도 여러 차례 맞았다. 그 후로 양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병원에 다녔지만 갑자기 문을 닫아버려 치료도 제대로 못했다. 4·3후유장애자로 신청하려 했지만 의무기록 등 단서가 없었다. 결국 송씨도 후유장애자로 인정받지 못한 채 아픈 기억과 몸으로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 살고 있다.

 

64년 전 4·3의 격랑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아픈 이야기다. 이들은 당시의 아픈 상처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서류를 제대로 첨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후 질병 또는 일반적인 상해 등으로 판정해 4·3후유장애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재심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행정소송까지 했다. 하지만 법원도 이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까지 진행했지만 기다림에 너무 지쳐 상고를 하지 못했다. 이젠 억울해도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

 

어쩌면 4·3희생자 유족들보다 더 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복지 혜택은 미미하다. 이렇게 4·3후유장애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불인정자들은 현재 27명이 생존해 있다.

 

 

제주지역 사진가들로 구성된 ㈔탐라사진가협의회 회원들은 이들의 아픔을 사진을 통해 말하고자 4·3사진전 ‘4·3후유장애인들의 아픔을 다시 듣다’전을 갖는다.

 

전시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제주4·3평화공원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불인정자 8명에 대한 사진 32점이 전시된다.

 

회원 8명은 제주 각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4·3후유장애불인정자들을 찾아 이들의 아픈 과거를 듣고 아픈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현재 살아가는 모습도 담았다.

 

탐라사진가협의회는 이번 전시회 외에도 기획전 ‘4·3 남겨진 자들의 슬픔’도 같은 기간 4·3평화공원 야외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준비한 탐라사진가협의회 이병철 회장은 “불인정 판단을 받은 후유장애인들은 아직까지도 고통 속에서 한 맺힌 삶을 살아가고 있다”며 “그들에겐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정신·육제적인 평생의 멍에를 지닌 이들의 아픔을 사진을 통해 다시 말하고자 한다”며 기획 취지를 밝혔다.

 

또한 그는 “이들을 향한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 후유장애인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 기준 마련, 정신적 후유장애인에 대한 재조사, 후유장애인에 대한 추가 신고 등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 사진가
▲김기삼(고순호) ▲강정효(송옥춘) ▲김영하(고태명) ▲김호천(오술생) ▲한종경(양정순) ▲▲이병철(고춘자) ▲오은정(양일화) ▲김명선(임신생) / ( )는 후유장애자

 

문의 : 이병철 010-5697-1839

 

 

김영하 기자 yhkim9356@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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