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말과 글을 되살려 생활 속에 녹인 '제주어 전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이누리>와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공동주최한 ‘제주어 보전, 제주어 찾기 공모전’ 수상자들의 시상식 현장이다.
‘제8회 아름다운 제주말・글 찾기’ 시상식이 6일 오전 11시 제주시 오라2동 제주연구원 3층 윗세오름 강당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대상을 수상한 김미화씨를 비롯한 수상자들과 김순자 제주도 제주학연구센터장, 심사를 담당한 고운진 제주문인협회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김순자 제주도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시상식 축사를 통해 “올해 처음으로 학생부를 신설해 많은 분들이 참여를 해주셨다.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뿌듯하다"면서 "제주어는 제주의 정신이다. 제주어를 기록하고 보존하고 나눠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되도록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과 노력하겠다" 말했다.
양성철 <제이누리> 발행.편집인은 격려사를 통해 "처음 장난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던 공모전이 8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제주어는 제주의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인 제주어를 갈고 닦아 미래 세대에게 누대로 전승되길 간절히 바란다. 제주어 공모전이 80년, 800년, 8000년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에서 심사를 맡았던 고운진 제주문인협회장은 심사평에서 “이번 공모전에서는 '제주어 표현을 얼마나 적합하게 했는가' '제주어가 도민과 국민들에게 얼마나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를 중점으로 봤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학성까지 겸비한 작품이 많아 어느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할지 심사위원들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대상작으로 뽑힌 '삶'은 한편의 장원록을 읽는 것 같은 아름다운 시였다. 일반부 최우수상으로 뽑힌 '아버님의 ᄆᆞᆯ른 입상귀에 물 흠빡 주고정 ᄒᆞ우다'도 대상으로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었다. 학생부 대상인 '숨비소리'는 시적 감수성과 문학성, 할머니의 사랑도 겸비한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수상자 모두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제주어를 지키는 사람이 될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삶’이란 제목의 시로 대상(제주도지사상, 부상 100만원 상품권)을 수상한 김미화씨는 “저는 작년부터 제주어를 배웠다. 제주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면서 "앞으로 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기쁜 편지가 되도록 좋은 글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아버님의 ᄆᆞᆯ른 입상귀에 물 흠빡 주고정 ᄒᆞ우다’란 제목의 산문으로 일반부 최우수상(제주도의회의장상, 부상 70만원 상품권)을 수상한 김신자씨는 "아버지가 병상에 계실 때 썼던 글"이라면서 "어머니의 말과 글인 제주어가 저를 당당하게 설 수 있게 했다. 앞으로도 제주어를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숨비소리'라는 제목의 시로 학생부 최우수상(제주교육감상, 부상 70만원 상품권)을 수상한 윤은지양은 "아버지가 서울 분이고 어머니가 경상도 분이셔서 사실 제주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면서 "제주어를 사용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통해 제주어를 접했다. 제주어가 제주도만의 고유한 색감을 가져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다. 서툴지만 쓰고 읽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 우수작(부상 50만원 상품권)에는 일반부 글쓰기부문 강래화씨의 '식게 먹으레 가게', 김순이씨의 '아ᄁᆞ운 우리 손지', 허은도씨의 '우리 어멍 ᄀᆞᆮ는 소리, 날 어떵 낳아신고' 등 3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또 학생부 글쓰기부문 김유진씨의 '창곰을 바라보니', 이두리씨의 '흰 비', 부혜민씨의 '엉터리 제주말' 등 3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이 밖에도 장려작(부상 20만원 상품권)에는 일반부 글쓰기부문 ▲김현신씨의 'ᄉᆞ월 ᄇᆞ롬 질에 사둠서' ▲김순란씨의 '엉또폭포' ▲양순진씨의 '겨우살이' ▲장연심씨의 '이녁베끼 엇저!' ▲현은지씨의 '할망나비 손주나비', 일반부 동영상부문 ▲강경호씨의 '두릴 때 바릇궤기 낚던 추억', 학생부 글쓰기부문 ▲김소희씨의 'ᄌᆞᆷ녀 놀래' ▲김연서씨의 '술래잡기' ▲김태은씨의 '고사리 장마' ▲고가현씨의 '4.3' ▲이도경씨의 '지실' ▲박예빈씨의 '돔박고장' 등 12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동영상부문에서는 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강경호씨의 '두릴 때 바릇궤기 낚던 추억'이 장려상으로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지금까지의 '제주어 보전, 제주어 찾기' 공모전 수상작들을 모은 작품집이 배포되기도 했다.
<제이누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소멸위기 언어인 제주어를 보존·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공모전을 열었다. 청년세대들에게도 잊혀져가는 '제주어'를 오롯이 되살려 제주의 정신문화 유산으로 재확립하고자 한 취지다.
공모전은 <제이누리> 단독으로 행사를 열다 3회째부터 제주도와 함께 주관하고 있다. 5회인 2017년부터는 제주학연구센터와 공동주관으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세대 제주동문회가 후원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5월15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