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은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즉 미래의 불확실을 제거하여 더 명확히 하려는 목적에서 실시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 미래전략수립을 위한 용역보고서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지주회사(holding company)'로 바꾸어 (1)첨단과학기술 (2)교통인프라 (3)면세 (4)교육 (5)의료 (6)항만물류 분야의 자회사(子會社)를 거느린다는 구상을 제시한다.
언젠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 지주회사' 혹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 홀딩스'로 바뀌어 지고, 분야별ㆍ사업별로 자회사를 두어 운영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주'는 토지를 소작농에게 빌려주고 지대를 받는 '지주(地主)'가 아니라,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 경영을 지배하는 '지주(持株)'를 말한다. 의미가 다르지만 피지배층에 대한 횡포가 심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며 지주(地主)는 역사적으로 그 악명이 높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든든히 받쳐주는 사람이나 기둥을 의미하는 '지주(支柱)'와는 전혀 다르다.
지주회사는 소수 재벌이 기업지배 구조의 독점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왔다. 한마디로 돈놀이 하는 회사로 돈줄을 쥐고 자회사들을 쥐락펴락 의사결정을 좌우한다.
이와 같은 폐단으로 재벌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주회사 설립은 금지되었으며, 1999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공공부문에서는 한국토지공사(토공)와 대한주택공사(주공)을 통합하여 삼성보다도 더 큰 지주회사 설립이 추진되었으나 단순통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무산되었다. 2009년에는 공공부문에서 사회간접자본 공익지주회사 설립 법안이 발의 된 적이 있으나 무산되었다.
그러함에도 일본의 우정지주회사, 싱가포르의 'Themasec Holdings'와 같이 공공분야의 민영화를 위한 과도기적 수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공기관의 단순 통폐합이나 공공부문을 민영화할 목적으로 지주회사가 설립되기에는 명분이 되질 않는다.
오십보백보
용역보고서는 '지주회사'를 제시하면서도 '제주국제도시 추진은 지주회사나 현행체제 모두 대동소이한 특징'이라 지적한다. 동시에 '제주국제도시 추진 우수인력 확보는 현행 체제가 더 유리'하고, '사업별 전문성은 지주회사가 더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서로 모순된 지적을 하면서도 '경영 및 조직 효율성 측면에서 지주회사 체계가 현행체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체제'라고 판단하지만, 이 판단에서 지주회사가 현행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
'지주회사'는 지배구조의 집중으로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반면에 자회사는 경영 및 효율성을 침해당하며 사업 부실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결국에는 부실한 사업은 자회사에게 떠넘기고, 면세점 같은 수익원은 지주회사가 독점하는 구조가 된다.
용역보고서는 완성된 사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등으로 사업 및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공적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발상은 적지 않은 논란이 따른다.
그러함에도 공공부문의 '지주회사'는 국내에 사례와 법적 근거도 없으며 그 추진 자체도 불투명하다. 그러므로 용역은 현재의 문제점을 불투명한 미래에 미루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경영 및 조직의 효율성을 검토하려 한다면 우선 임직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조직에 결함을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하여야 옳다. 정치인이나 교수 혹은 고위관료 출신이 의사결정 주체가 된다면 사업은 뻔하다.
이미 다 드러난 바닥
용역결과 보고서는 '관리대상사업'은 회수율이 50% 수준으로 적자폭이 1000억원 내외로 재무관리가 필요하고, '적자사업'은 장기 적자폭 확대가 확실하여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미 바닥이 다 드러났음에도 단순히 분류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용역은 대안을 제시하여야 함에도 거꾸로 사업 주체에게 '대안 마련' '개선 방안' '사업 방향성' 등을 요구하면 용역이라 할 수 없다. 이 정도라면 JDC 내부 실무자의 판단과 다를 바 없다.
'휴양형주거단지'는 3238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 제기되자 협상을 추진하여 1250억원을 갚았다는 성과로 자랑한다. 행정처리 미숙으로 토지수용과 인ㆍ허가 절차를 법원이 무효 판결하고 강제조정에 따라 큰 손해를 입어 거꾸로 용서를 구하여도 모자랄 텐데 1988억원을 벌어들인 것처럼 적반하장이다.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중과(重過)다.
그러면서 부채비율은 2019년 50.70%에서 2020년 82.27%로 늘어났고, 면세점 수익은 코로나 여파로 2019년 5075억원에서 2020년 4485억원으로 590억원이 감소되었다. 여기에다가 비축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터져 수사를 받는 중이다.
용역은 불투명한 미래에 넘겨서는 안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사업 추진과 역량은 물론이고 도덕성도 이미 바닥에서 보여줄 것을 다 보여 주면서 '제주 다판다 센터'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뜨겁다.
이 비난을 잠시 피하기 위한 임시변통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제주국제도시공사'로 변경하였다가 나중에는 '지주회사'로 변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게 그거다. '센터'를 '공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여 달라질게 없으며 '지주회사'는 또 다른 법률이 제정되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요원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문제점을 먼 후일에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에 은근슬쩍 미루어 떠넘겨서는 아니 된다. 용역은 현재의 문제사업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하여 실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