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대표적인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인 ‘제주예비검속 사건’과 관련, 희생자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는 8일 제주 예비검속사건 피해자 유족 강모씨 등 245명이 "군인들로부터 무고하게 희생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각 8000만원을 지급하고 유가족인 배우자에게는 4000만원, 부모와 자녀에게 800만원, 형제·자매에게 4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군과 경찰은 희생자들을 연행한 뒤 정당한 이유나 절차없이 이들을 살해해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과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이로 인해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전시 중 경찰이나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워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이 있었던 2007년까지는 객관적으로 유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와서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희생자의 사촌관계인 강모씨 등 5명에 대해서는 "희생자의 사망으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이대경 제주지법원장)도 이 사건으로 숨진 고모씨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고 씨의 부인 등 유가족 3명에게 1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제주 예비검속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주도 각 경찰서가 상부의 지시로 제주도 주민들을 예비검속을 하는 과정에서 군에 의해 집단으로 희생당한 사건이다.
희생당한 유족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이 사건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으로 결정받은 뒤 2010년 11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