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유일한 '특별자치도'는 없다 ... 제주, 어디로 가야 하나?(하)

  • 등록 2023.06.15 15: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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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중앙권한 4660건 이양 및 본예산 2.7배, 지방세 징수액 4.5배 증가
'특별자치' 교과서됐지만 도민은 "특별자치도 모른다" ... "출범 목적 '국제자유도시' 잊지 말자"

 

국제자유도시에 이어 특별자치도 출범 ... 격동적인 제주의 2000년대

 

2000년대는 제주도가 일대 전환기를 맞은 시기다. 1998년 외환위기에 따른 구제금융(IMF) 여파로 제주는 관광산업을 비롯한 경제 전체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제주도는 이를 타개할 방책을 찾고 있었고, 한국 정부 또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을 때였다.

 

제주 입도 관광객 수가 1년 만에 100만명 이상 줄었던 당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오히려 12.3%나 늘어나는 기현상이 주목됐다. 원화 가치하락 때문이었지만, 이는 제주 관광수입 감소율(-13.7%)이 관광객 감소율(-28.3%)의 절반 수준에 그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도와 정부는 1998년,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제주는 동북아 중심 전략에 초점을 맞춘 국제 개방거점으로 구체화됐다. 21세기 국가발전을 선도할 정부차원의 전략지가 된 것이다.

 

2000년에는 제주도 관광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됐고,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출범했다. 같은해 12월 내국인 면세점이 개점했고, 이듬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확정됐다. 같은해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전담기구인 제주국제자유도개발센터(JDC)가 설립됐다. 9년간 추진할 7대 선도 프로젝트로 제주공항 자유무역지역, 신화역사공원, 휴양형 주거단지, 첨단과학기술단지, 서귀포관광미항, 쇼핑아울렛, 중문관광단지 확충 등이 선정됐다. 그간 생물권보전지역 및 세계평화의 섬 지정은 제주의 국제적 가치를 더했다.

 

하지만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300만명대로 떨어졌던 제주 관광객 수는 국제자유도시 출범 후에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400만명대에 정착하지 못했다. 제주관광산업이 정체, 혹은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주경제를 크게 뒤흔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차치도가 출범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제1조에 따르면 제주특별법의 목적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해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즉,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적극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국내 첫 특별자치도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본예산 2.7배, 지방세 징수액 4.5배 ↑ 누구나 탐내는 '특별자치도' ... 하지만 시큰둥한 제주도민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17년간 제주에는 4660건의 중앙권한이 이양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육자치분야에서는 초·중등과정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을 허용해 국제자유도시에 적합한 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됐고, 제주형 자율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자치경찰제도 전국 최초로 도입됐으며 국가산업단지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1단지가 조성됐고, 현재 2단지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관광산업에서는 무사증 제도와 함께 관광3법 일괄이양에 따라 제주관광진흥기금을 독자적으로 설치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의 허가권한 이양과 함께 시내 및 지정면세점 등도 운영되고 있다. 농어촌진흥기금 운영 및 농어촌지역의 지정 특례 등으로 1차산업 분야도 지원되고 있고, 중앙정부가 통합적으로 수행해 온 주요 환경관리 권한을 이양해 제주 특성에 맞는 환경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제주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볼 때 더 뚜렷하다. 본예산 규모는 2006년 2조5972억원에서 2022년 7조639억원으로 2.7배 늘었고, 세금 징수액은 2006년 4337억원에서 2022년 1조9710억원으로 4.5배 늘었다. 또, 특별법에 따라 복권기금 법정배분액 가운데 일부를 매년 개발사업 특별회계로 받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를 매해 경신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1868억원을 수령했다.

 

제주가 17년간 이룩한 결과는 특별자치도 승격 시 갖게 될 이점의 교과서로 남았다. 자치권 강화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자율 행정, 규제 특례신설 및 규제 완화. 특별자치도로 승격돼 특별법이 제정되면 이를 근거로 예산을 더 받아올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갖은 ‘혜택’을 정부로부터 챙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수많은 이점을 뒀지만, 정작 제주도민은 시큰둥한 눈치다. 2년 전 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을 맞아 이뤄진 도민 인식조사에서 제주도민 10명 중 4명은 ‘특별자치도’의 의미와 배경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 논의에 대한 도민 관심도 역시 54.3%는 '관심 있다', 45.7%는 '관심 없다' 등 반반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이 제주 지역사회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기여했다' 50.7%, '기여하지 못했다' 40.1%, '잘 모르겠다' 9.2%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민 A씨(50대)는 “바뀌었다고 하니 바뀐 줄 알 뿐”이라면서 “먹고 사느라 늘 바쁜데 (특별자치도로) 바뀌기 전이나 지금이나 생활에 변한 게 없다.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B씨(40대)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이것저것 뉴스에는 많이 뜨니 ‘그런가 보다’하고 흘려버린다”면서 “사실 뉴스에 뜬 것도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살에 닿는 건 일상인데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특별자치 경쟁시대 도래 ...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의의 되새겨야

 

조시중 법학박사(전 제주도 사무관)는 이와 관련해 “제주도가 4600여건의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 받았다지만 주민의 권리 확대가 아니라 도지사에게 집중된 권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도민이 크게 실감하려면 제주도 윗선의 웬만한 노력없이는 힘들다는 말이다.

 

조 박사는 “도민들이 시정에 무관심해져 버린 것으로 본다”면서 “한 예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면서 시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시장을 뽑지 않게 됐다. 시장이 누군지 알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 뭘 하든지 말든지 시정 자체에 무관심해져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도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데 특별자치도가 무슨 의미인가. 그 관점에서 보면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뒤 후퇴했다”면서 "‘특별자치도’라는 정체성도 전국 여기저기서 나오면서 일반 보편화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만의 정체성을 굳건히 하려면 도민들이 지방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주도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주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기초의원들을 뽑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또한 “국제자유도시를 만든다고 특별자치도 출범을 했는데, 이게 잘 되지 않고 있으니 제주도민들이 잘 모르는 게 무리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국제자유도시를 만든다고 국방이나 외교 등 일부만 제외하고 다 열어놓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도 금융이나 조세 등은 중앙정부에서 열지 않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면세 문제도, 현재 물건 사는 것 정도만 면세점 혜택을 주고 있지 국세나 지방세 등에 대해서는 조세자치권을 안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세자치권과 관련해) 제주를 독립국가로 만들거냐는 지적이 있는데, 제주특별자치도는 상품, 자본,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 탄생하고 있는 다른 특별자치도들과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제주특별법 1조를 다시 살펴보면, 제주특별법의 목적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해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법)의 제 1조는 ‘종전의 강원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강원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 1조의 내용 또한 종전의 전라북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김 전 부지사는 “특별자치도가 몇 군데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그들을 경계할 필요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구하는 국제자유도시 개념과 많이 다르다”면서 “특별자치도가 먼저가 아니라,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강원특별법은 본문 23개 조문, 부칙 5개 조문으로 제주특별법의 481개 조문, 부칙 3개 조문보다 몸집이 많이 작지만 관련 법령을 지속 정비해 불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나머지 7개 도에서도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도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쟁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니 제주특별자치도만의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한 관광중심의 도시가 아니다”라면서 “제주특별자치도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한 것, 예를 들면 관광청 같은 것도 중앙정부에 세게 요구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 당시 중앙정부가 약속했던 권한 이양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 민선 8기 도정은 제주특별자치도에 걸맞는 정책을 과감히 펼치고 정부에도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11일 강원특별자치도과 함께 시행된 강원특별법은 전부개정을 통해 내년 6월8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및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따라서 목적 또한 ‘종전의 강원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시.군의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강원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규제혁신을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환경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하여 미래산업글로벌도시를 조성함’으로 바뀐다. 조문도 본문 23개 조문서 84개 조문으로 늘어난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이 제주와 차별화되는 점으로 “제주가 중앙정부에서 주도한 '위로부터의 특별자치도'였다면 강원은 도민이 스스로 기획한 '아래로부터의 특별자치도'”라면서 “제주는 기초자치단체 없이 시작했으나 강원은 18개 시·군이 함께 출범했다. 강원은 대한민국 지방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선도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가 계속 거론되는 이유다.

 

특별자치도로서의 무한 경쟁시대는 시작됐고, 먼 훗날 승패 여부를 결정짓는 첫 출발은 민선 8기 도정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 세종에 이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은 제도 개선이나 특별법 개정에 큰 동력을 얻을 수 있어서 제주에는 기회”라면서 “(특별자치 시.도간) 연대협력은 필수다. 새로운 지방시대를 선도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분명한 만큼 법 취지를 잘 살리면서 제주만의 차별화된 위상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anewell@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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