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간 제주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됐던 들불축제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불놓기가 제외된 새로운 형식의 축제로 재탄생하게 된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제시한 권고안을 수용, 앞으로 들불축제에서 탄소배출 등 우려가 있는 '오름 불 놓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원탁회의 권고안 발표 브리핑에서 "오름 불놓기를 테마로 한 제주들불축제는 '생태적 가치'를 중심으로 '도민참여'에 기반을 둔 '제주시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기후 위기 시대에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권고안을 받아들인 제주시는 2024년 제주들불축제를 열지 않고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시는 이 과정에서 축제 프로그램 개발 등 들불축제 기획부터 운영까지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2025년 열릴 제주들불축제부터는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선보이겠다"며 "들불축제가 생태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식과 지속 가능한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옛 북제주군이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란 이름으로 제1회 행사를 시작, 제주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뒤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열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020년에는 전면 취소됐고, 2021년엔 '새별오름 들불놓기' 행사만 온라인으로 여는 등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는 다른 지역의 대규모 산불 등 재난 상황에 전면 취소됐고, 올해도 같은 이유로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가 취소됐다.
오름 불놓기 행사는 해발 519m의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불을 놓고, 동시에 2000발의 불꽃을 터트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장관을 연출하기 위해 오름 경사면에 석유를 뿌린 후 불을 놓기 때문에 석유가 타면서 많은 미세먼지와 탄소가 발생하는 데다 바람이 갑자기 강하게 불 경우 산불로 번질 우려도 높다.
특히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3월은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성이 높다. 이에 산불발생 우려와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인 '오름 불놓기'를 놓고 의문이 지속 제기됐다.
지난 8월 31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도민 15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제주들불축제 존폐 및 대안에 대한 제주도민 인식조사에서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6.7%, '폐지해야 한다' 31.6%, '유보' 11.7%의 응답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19일 도민 187명이 참석한 원탁회의 당일에는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이 50.8%, '폐지해야한다'는 비율이 41.2%, '유보'의 비율은 8%였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