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전격 사퇴 ... 조례개정 추진에 반발

  • 등록 2023.11.01 14: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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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평화재단 이사장.이사 도지사 직접 임명 추진 ... "제주4‧3 정치화 우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임기 두달여를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제주4·3평화재단 이사진에 대한 제주도지사 임명권 행사에 반발하면서다. 

 

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고 이사장은 하루 전인 31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하며’라는 제목의 사퇴 의향서를 도청 담당 부서에 보냈다.

 

고 이사장은 이를 통해 "제주4‧3평화재단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사장직을 사퇴한다"고 서두를 밝혔다.

 

고 이사장은 "제주4‧3평화재단은 4‧3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4‧3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라면서 "4‧3의 해결은 국가의 책무이며 따라서 재단은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재단의 운영지원을 이유로 이사장과 이사의 임명권을 도지사가 가지려는 시도는 전국민의 성원으로 4‧3특별법이 제정되고, 4‧3이 정의로운 해결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되돌리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면서 "이사장과 선출직 이사의 임명권을 제주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도정의 재단 관련 조례 개정으로 빚어질 결과는 명약관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4‧3의 정치화를 불러 4‧3은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도내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들이 임명될 때마다 논란이 일어 도민사회에 실망감을 안겨왔던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4·3재단은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흔들릴 것이고 4·3은 정파의 싸움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는 불의한 권력에 정의롭게 저항하고 나라의 분단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4‧3영령들과 지금까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싸워온 분들에 대한 배신행위"라면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4‧3영령님들과 유족, 제주도민과 전국의 양심적인 인사들께 죄송한 마음으로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금이라도 조례 개정 절차를 중단하고 재단이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도가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도지사가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재단은 재단이사회가 정관에 따라 전국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사와 이사장을 선임하고 있다. 재단은 관련 조례에 따라 정부와 제주도가 150억 원을 출연해 운영된다. 추가 진상조사 사업, 추모 및 유족 복지 사업, 문화 학술 연구, 평화 교류·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 정관 제6조(임원의 구성)에 따라 이사장은 1인, 이사는 12인 이내, 감사는 2인으로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임원은 이사 13명, 감사 2명 등 총 15명이다.

 

하지만 최근 지방공기업평가원에서 '제주4.3평화재단의 업무를 다른 기관들에서 수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심층컨설팅 결과를 내놨다. 또 재단의 인력구조 개편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도는 이번 조례 개정 추진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재단 이사장을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한 후 도지사가 임명하는 내용의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2일 입법 예고한다.

 

고 이사장은 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게 됐다며 지난달 30일 오 지사와 면담을 나눴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제주시 삼도2동 출신인 고 전 시장은 오현고와 한국외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5년 CBS 기자로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 1988년 한겨레신문으로 옮긴후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2003년 사원 직선으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기자 시절이던 1987년에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제주출신 인사들과 제주사회문제협의회를 만들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1999년에는 제주특별법의 제정에도 기여했다.

 

그는 한겨레신문 사장 임기를 마치고 제주로 내려와 2010년과 2014년 두차례 제주도지사 선거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8년에는 민선 7기 제주도정에서 제주시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1월에는 제주4·3평화재단 신임 이사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 1월16일까지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아래는 고희범 이사장의 사퇴의 변 전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하며

  저는 오늘 제주4‧3평화재단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사장직을 사퇴합니다.

  제주4‧3평화재단은 4‧3해결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4‧3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4‧3의 해결은 국가의 책무이며, 따라서 재단은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재단의 운영 지원을 이유로 이사장과 이사의 임명권을 도지사가 가지려는 시도는 전국민의 성원으로 4‧3특별법이 제정되고 4‧3이 정의로운 해결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되돌리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이사장과 선출직 이사의 임명권을 제주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도정의 재단 관련 조례 개정으로 빚어질 결과는 명약관화합니다. 

  4‧3의 정치화를 부를 것이고, 4‧3은 정쟁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도내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들이 임명될 때마다 논란이 일어 도민사회에 실망감을 안겨왔던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4·3재단은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흔들릴 것이고 4·3은 정파의 싸움터로 전락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불의한 권력에 정의롭게 저항하고 나라의 분단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4‧3영령들과 지금까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싸워온 분들에 대한 배신행위입니다.

  이에 저는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4‧3영령님들과 유족, 제주도민과 전국의 양심적인 인사들께 죄송한 마음으로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을 사퇴합니다.

  오영훈 지사는 지금이라도 조례 개정 절차를 중단하고 재단이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당부합니다. 

                            2023년 11월 1일
                               고 희 범 
 

이주영 기자 anewell@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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