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사에게 쓴 편지 ‘잔잔한 감동’

  • 등록 2012.05.15 17: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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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공모전 대상...하원초 강미숙 교감, ‘당신이 그립습니다’

“1972년 첫 발령을 받아 청운의 부푼 꿈을 갖고 우리에게 오신 선생님, 눈을 감으면 4학년 때 햇살이 잘 들어오는 서귀중앙초등학교 1층 서쪽 첫 번째 교실, 꿈이라는 씨앗이 처음 싹튼 교실이 떠오릅니다. 그 자리에는 하얗게 미소 띤 얼굴이 서 계십니다. 수많은 인연들이 스쳐가며 외우고 지워버린 이름들 중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세 글자! 그 분은 바로 고.정.하, 당신 이십니다”-‘선생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스승의날 기념 공모전 대상 中에서...

 

교사의 꿈을 갖게 해 주고, 받은 사랑을 제자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이야기를 담아낸 한 교사의 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5월 15일 스승의 날 기념 공모전에서 일반부 대상의 영예를 안은 강미숙 교사(하원초 교감)가 그 주인공.

 

이야기는 점심 도시락도 챙길 수 없던 가난한 어린 시절 스승인 고정하 교사와의 일화로 시작된다.

 

강 교감은 글에서 “온갖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즐겁게 먹는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교실을 나서기 위해 책을 챙기는 나에게 선생님은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하셨다”며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어린 나이에 나도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고 굳게 다짐했다”며 그 조그만 사건이 인생의 턴인 포인트(turn-in-points)가 됐다고 전했다.

 

강 교감은 “그날 저에게 던져주신 그 사랑의 끈이 있기에 오늘 저가 이렇게 서 있습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결혼한 뒤 스승에 대한 기억이 잊혀질 무렵 한 워크숍에서 스승과의 해후 장면과 문학의 싹을 키워준 일화도 소개했다.

 

강 교감은 “나에게 영향을 준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는데, 그곳에서 듣고 계시던 고정하 선생님께서는 울고 계셨으며 복도에서 만났을 때는 눈가에 촉촉이 눈물이 맺혀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색연필'이라는 동시를 읽고 동그라미 열개를 해주시면서 참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칭찬해 주셨다”며 “그날 너무 기뻐 수돗가에서 남몰래 동그라미를 세고 또 세어보았다”고 말했다.

 

특히 “40년의 시간이 물처럼 흐르고, 그 제자들이 이제야 철들어 스승의 사랑을 깨달아 갈 즈음,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스승의 날이면 제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어 그저 애처롭다”며 슬퍼했다.

 

강 교감의 스승인 고정하 교사는 2011년 11월 한천초등교 교장으로 재직 중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강 교감은 마지막으로 “스승님께 받은 사랑을 실천하려고 제가 받은 사랑을 다시 저의 제자들에게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겠다”며 “그 어떤 이름보다 자랑스러운 당신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상현 기자 ksh56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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