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에 자생하는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을 찾는 연구가 확대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본부는 올해 한라산 구상나무 병해의 전염성 여부와 생존 위협 수준 분석 등에 대한 조사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2022년 구상나무 자생지에 대한 병해 여부를 조사해 모두 10종의 병해를 찾아냈다. 이중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잎녹병'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잎녹병은 병원균을 가진 포자가 새로 자라나는 잎에 달라붙으면서 감염시킨다. 잎녹병에 걸리면 잎이 떨어지면서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차츰 고사한다. 잎녹병 감염이 확인된 것은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한라산 구상나무가 처음이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해당 구상나무 병해는 자생지의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염성 여부는 현재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606㏊(2021년 기준)에 분포하고 있다. 병해 조사는 현재까지 영실 지역 73㏊(전체 약 12%)에서 이뤄졌다. 영실 지역은 구상나무 자생지 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고사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한라산에서는 구상나무의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2017년에 30만7000그루 이상이었던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2021년 29만4000여 그루로 4년 사이에 1만3000여 그루가 줄었다.
구상나무는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서 세계에서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불리며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나무로 주목받아왔다.
이 중에서 한라산 구상나무는 1907년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가 쿠살낭(구상나무) 표본을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으로 보낸 것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트리 '아비에스 코리아나'의 토종으로 알려져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